'노무현 신당'과 '정몽준 신당'이 지지율 경쟁을 거쳐 통합한다는 시나리오가 구체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몽준 의원 영입이 무산되자 그 후속카드로 제시된 것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외부인사를 수혈, 당명 교체와 함께 재창당에 나선다. 정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 후 독자신당을 창당하고 지지율 경쟁을 벌인다.
그후 대선에 임박해서 지지율이 앞선 쪽으로 '몰아주기'식 당대당 통합, 이른바 '빅딜'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김영배, "정 의원의 독자신당과 합당 거부할 이유 없다"**
민주당 김영배 신당추진위원장은 2일 이러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먼저 독자신당을 만든 뒤 합당을 하자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타협을 해야 한다"고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대선직전 정 의원 지지도가 아주 높고 노무현 후보가 기대할 수 없는 정도로 하락할 경우 정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는 합당을 요구한다면 그런 조건이 수용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봐야 한다"며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당대당 통합의 기준이 될 것임을 명확히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간의 막판 빅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지며, 민주당 지도부 인사가 이같은 구체적 시나리오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갑, 정몽준의 민주 의원 접촉설 "불쾌하다"**
또한 민주당은 일단 민주당의 길을 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통합신당이 좀 미흡하더라도 현재 민주당의 재판이 아닌 새로운 인사들과 신당을 만들어가면 `신장개업'이라는 말을 안 들을 정도의 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내 분위기나 지지층들이 탈호남, 탈DJ의 신당을 바라고 있으므로 당명은 바꿔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화갑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신당 추진 이유 중의 하나는 (대선 후보간)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었으나 그 사람이 안 오겠다면 경쟁의 장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꼭 경쟁자만 (참여) 한다고 해서 당세가 확장되는 것은 아니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 영입에는 실패했지만 그밖의 외부인사 수혈 및 당명 개정 등을 통해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재창당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또 정몽준 의원의 민주당 의원 10여명 접촉설에 대해 "정 의원이 그런 자세로 나온다면 대의를 좇는 것은 아니며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우리로선 불쾌하다"고 말했다.
영입에 실패한 이상 정 의원과 '경쟁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정몽준行 의원 別無, 독자신당 시간 걸릴 듯**
한편 정몽준 의원이 추진하는 독자신당은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 의원이 10일경 대선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밝혀왔기에 10일을 전후해서 독자신당 창당작업도 본격화될 것이란 예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정 의원 주변에서는 출마선언문 준비만 이뤄지고 있을 뿐 창당을 위한 준비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출마선언 후 정치구상을 담은 책자 출간도 준비중이지만 이 역시 초고 조차 끝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0일경 출마선언이 있더라도 곧바로 창당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 의원 쪽으로 선뜻 몸을 옮기려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정 의원은 그간 "무소속 기분으로 정당을 할 생각", "중앙당도 없는 원내 중심 정당" 등의 구상을 밝혀왔다. 또한 "원내교섭단체 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무소속과 각 정당을 막론하고 현역 의원 20여명 이상이 한데 모여 자신을 대선후보로 추대하는 방식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를 구상했던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창당 자금도 별로 들지 않고 손쉽게 창당을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치권 어디서도 정 의원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반노(反盧)진영, 자민련 모두 아직은 추후 행보를 구상중인 상태다. 박근혜 의원 조차 선뜻 동참하길 거부했다.
따라서 정 의원의 독자신당은 조금 더 시간이 경과해야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앞으로 정 의원의 출마선언, 민주당의 노무현 중심 재창당 등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3자구도가 정립되면서 대선후보들의 지지도 추이에 따라 지극히 유동적인 정치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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