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의원이 최근 '혁명적 정치변화' 등을 언급했으나 그 분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더욱이 국민경선 후유증을 말하는 것을 보면 박근혜 의원보다도 못하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장인 문희상 의원이 29일 한 말이다. 노 후보 측에선 처음 터져 나온 정몽준 의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다.
"MJ(정몽준)도 검증없이 분위기만 갖고 가는데 우리당 후보를 포함해 모든 공직자들을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같은 자리에 있던 노 후보의 정무특보 천정배 의원의 말이다.
노 후보 측이 정몽준 의원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인가?
***노 후보의 '러브콜' 끝났나?**
노무현 후보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본선에서 이기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정몽준 의원과 재경선을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나 혼자 짝사랑하는 것처럼 '재경선 합시다' 하는데 정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을 경우 한쪽의 인기를 올려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술적 고민이 있다."
노 후보가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제1차 국민 브리핑'에 나오는 말이다.
"(정몽준 의원을) 13대 국회의원 시절 만났을 때는 '훌륭한 분이지만 나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지향과 상황인식을 지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하는 말을 보니 변화하고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날 노 후보가 출입기자들에게 자택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문희상 의원은 노 후보 생각을 잘못 읽은 듯 하다.
노 후보는 '짝사랑'이란 표현까지 써 가면서 정 의원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렇게 후보가 애지중지 아끼는 분에 대해 "박근혜 의원보다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누군가? 이미 여러 차례 "노 후보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공언해 온 사람 아닌가?
이쯤 되면 '문희상 의원 대선기획단장 사임' 기사가 바로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렇지도 않다. 또 다른 뭔가가 있는 것인가?
***공격 대상이면서 연대 상대인 미묘한 관계**
노 후보 측이 바라보는 정몽준. 참 미묘한 대상이다.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젊은 층의 지지, 즉 노 후보 텃밭이라 여겨왔던 지지층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은 견제와 공격의 대상이다.
하지만 '노풍'이 푹 꺼진 현 상황에서 '노-정 연대'는 이회창 후보를 꺽어 누를 필승의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연속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노 후보가 정 의원을 공격하면 '연대'는 물 건너간다. 반면 계속 짝사랑만 보내서는 노 후보가 직접 표현했듯이 정 의원 인기만 올려줄 우려가 있다.
그래서 노 후보는 정 의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가급적 피해 왔다. 말을 아끼고 속마음을 떠 보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측근 통한 공격, 본인은 침묵' 이중플레이**
그러나 시간은 정 의원 편이지 노 후보 편이 아니다.
정 의원 입장에선 한참 잘 나가고 있는 여론 지지도를 감안할 때 가급적 검증의 시간을 늦출수록 유리하다. 반대로 노 후보 쪽에선 하루라도 빨리 대선구도를 이회창 대 노무현 양강대결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다.
게다가 정몽준 측은 9월 10일경 출마선언을 하겠다며 날짜까지 못 박고 독자신당행을 강력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희상 의원,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 나왔다. 더 이상 쳐다만 보고 기다릴 수 없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다. 지지기반이 겹치는 정 의원에 대해 공격의 포문을 열면서 정 의원의 선택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직 전면전은 아니다. 노 후보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측근을 통해 정 의원을 공격하지만, 본인은 여전히 정 의원과의 연대를 바란다는 이중플레이인 셈이다.
***3자구도 짜여진다면 노 후보의 침묵 계속될까?**
이러한 애매한 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만약 정 의원의 약속대로 9월 10일경 출마선언을 하고 독자 신당을 창당, 3자구도가 정립된다면 노 후보가 그때도 계속 침묵할 수 있을까?
막판 연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 정 의원에 대한 강공은 여전히 위험하다. 그러나 그렇게 미지근한 공세로는 정 의원 쪽에 몰려 있는 지지층을 빼앗아 올 수 없다.
노 후보는 어떤 전략을 택할까? 강공으로 정 의원의 굴복을 압박해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제휴상대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이 점 역시 흥미 있는 관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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