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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치'에서 '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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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치'에서 '정책'으로?

지방선거ㆍYS와 연대 관련 입장 변화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연대 문제는 상황이 변화되기 전까지 묻어둘 생각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대선까지 간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국정운영의 근본 틀을 획기적으로 개조, 개혁해 나가는 구상을 준비중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최근 발언들이다.

당과의 불화설, 대선 후보가 된 이후의 행보에 대한 비판 등이 불거진 가운데 노 후보는 감기몸살로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공식일정을 중단했다. 양일의 행사는 5.18 광주 방문,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 행사 참석이었다.

노 후보로서는 반드시 참석해야만 할 행사들이다. 자신의 경선 승리를 이끌어 낸 첫 출발지인 광주, 그것도 5.18 행사에 불참한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엄청난 불교세를 감안할 대 불교 최대 명절 행사에 불참한다는 것 역시 대통령 후보로선 '놀랄 만한 일'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거냐"는 의문부호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YS와의 연대 실패,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 안착되지 못한 당과 후보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 같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때문에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지난 20일 활동을 재개한 노 후보의 최근 발언엔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21, 22 양일간의 몇몇 발언에선 분명 변화조짐이 읽힌다.

"분열됐던 과거 민주화 세력을 복원하는 의미"라면서 YS와 연대를 추진하고 "영남권 선거에서 패배하면 후보 재신임을 받겠다"던 노 후보다. 그런데 YS와 연대를 뒤로 미뤘다. 지방선거와 대선 사이에 거리를 뒀다. 대신 국정대개혁 구상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노 후보가 '정치'에서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방선거와 대선 인과관계 없다. YS와 연대 묻어두겠다"**

여전히 노 후보는 "후보 재신임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못 박고 있다. 한화갑 대표 등이 "후보 재신임을 묻지 않겠다"며 당내에서 그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움직임에 대해 "정치를 구질구질하게 하지 않는다. 내가 우물거리면 어떤 기사가 나올 것인지 알고 있다"고 말을 잘랐다. 부산 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여전히 "아주 불리한 것 같지만 반드시 이겨서 오겠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있다.
노 후보는 지난 21일 당 사무처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때마다 총선이나 대선의 관건이라고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면서 6.13 지방선거 결과를 대선 승패와 직결시키는 시각을 사전에 차단했다.

노 후보는 특히 "저는 부산에서 35%의 지지를 갖고 있지만 한이헌 부산시장후보는 14% 지지를 갖고 있다"면서 "한 후보가 떨어진다고 해서 저의 경쟁력이 손상된다고 보지 않고 반대로 당선된다고 해서 무슨 큰 득을 갖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와 대선 사이의 정치적 연관관계를 멀리 떼 놓은 것이다. "내가 후보가 되면 영남표를 얻을 수 있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대선 승리로 연결시키겠다"던 경선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YS와의 연대,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변화가 있다.
노 후보는 22일 "YS와 연대는 상황이 변화되기 전까지 묻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좀더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할 생각"이며 "지방선거 전까지는 묻어두고 지방선거 후에 재추진 하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지난 10일 "신민주연합이라는 용어가 과거 회귀적으로 비쳐져 여론이 좋지 않다"면서 이 용어를 폐기한 바 있다. 이어서 이날 YS와의 연대를 일단 접어두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정치' 당분간 접고, '정책'에 주력**

'노풍'으로 후보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킨 노 후보가 후보확정 직후 주력한 것은 분명 정계개편이었고, 지방선거에서의 '영남 바람 일으키기'였다. '정치'에 주력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결과는 좋지 않다. YS를 찾아간 것에 대해 당내외에 비판이 많고, 본인 스스로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할 정도로 득보다 실이 컸다. 실상 연대가 성사되지도 않았고, 결국 부산시장 선거판세는 지극히 불리한 형국이다.

그래서 이제 일단 '정치'를 당분간 접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YS와의 연대, 정계개편, 지방선거 승리 등의 정치적 목표 달성이 용이치 않다는 상황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대신 빼든 칼은 '정책'이다.
노 후보는 22일 "국정운영의 틀을 다시 짜겠다"며 '정책'을 전면으로 부각시켰다. "국정운영의 근본 틀을 획기적으로 개조, 개혁해 나가는 구상을 준비중이며 이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행정과 재정제도의 획기적 개혁을 비롯해 지방화 시대에 맞춰 국토의 균형적인 이용과 배치, 그리고 고령화 사회 대비 등 국정운영의 근본 틀을 다시 짜는 정책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보 행보의 원칙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첫째는 정책이다"라고 단언했다.

***'정책'으로 '노풍' 재점화 가능할까?**

'노풍'의 배경은 지역주의와 기득권 정치를 배격하는 정치적 새바람이며, 동시에 개혁과 쇄신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었다.

그간 노 후보는 자신이 시작한 정치적 새바람을 민주세력 연합이라는 정계개편 가시화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힘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일단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상대적으로 '정치'보다는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혁과 쇄신'을 정책적으로 구체화해 내놓겠다는 것이다.

'정책' 영역도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정책쟁점은 통상 정치적 변화보다 폭발력이 떨어진다. 또한 당내 조율, 현 정부 정책과의 비교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나라당의 반격, 그에 따른 보혁논쟁 등도 예상된다.

노 후보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내놓을지, 그래서 순식간에 타올랐다 다시 급속히 식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풍'을 재점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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