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치권의 무정쟁 선언과 노사 양측의 무파업 선언을 촉구하고 특히 3당 대표회담의 개최와 정부-정당간 정책협의회 설치를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 대표가 지난 4월 27일 취임한 뒤 갖는 첫 기자회견으로 그간 떠돌았던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의 불화설을 씻고 나름대로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무정쟁 선언과 3당 대표 회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이미 지난 20일 이한동 총리의 월드컵 기간동안의 정쟁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거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3당 대표 회담' 제안에 한나라당 거부**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쟁 중단과 관련해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개막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며 "3당 대표자가 월드컵 성공을 위한 협력을 다짐하고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조속히 만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또 "지금 대통령 친인척 관련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도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비리 척결을 바란다면 정쟁을 중단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지금 정쟁은 없고 대통령 일가의 비리와 주변의 권력비리가 있을 뿐"이라며 정쟁 중단 요구를 일축했다.
서 대표는 "우리는 월드컵에 협조하나 정쟁중단을 위한 3당 대표회담은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마치 정쟁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고 우리를 격하시키려는 의도로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곧이어 서 대표는 "정쟁 중단이라는 용어는 온당치 않으며 국정전반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어야 한다"며 "이 경우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쟁 중단엔 반대하지만 당대표 회담엔 찬성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무조건 공격에만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경계하는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다시 "정책문제는 정책위의장이나 총무간 협의가 진행될 수 있고 마지막 단계에서 합의를 도출할 계제가 있다면 만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서도 "나의 회담 제안은 월드컵 성공을 위해 여야가 무정쟁, 협력하자는 것"이라며 재차 자신의 제안은 '정쟁중단 선언용 대표회담'임을 분명히 했다.
***'월드컵 무정쟁 선언'이 또 하나의 정쟁거리로?**
결국 이날 한 대표의 취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정쟁'을 바라보는 양당의 입장 차이만 확연히 드러났을 뿐이다.
한나라당의 "비리척결은 정쟁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한 대표는 "비리척결은 정당이 하는 게 아니라 사정기관이 하는 것"이라며 맞섰다. 한 대표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여 '비리 몸통'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이는 정권 장악을 위해서라면 국정마비나 헌정질서 파괴, 의회장악까지도 서슴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존 입장이 반복되는 상태에서 '월드컵 무정쟁 선언'은 또 하나의 정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 자제의 병역비리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을, 그리고 한나라당은 차기 전투기 사업과 대통령 아들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계속 공격소재로 삼고 있어 사실상의 정쟁 중단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범구 대변인은 21일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을 앞두고 정쟁중단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 취지를 받아서 대변인실도 오늘은 상대당을 공격하는 정쟁성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논평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변인은 "현안인 이회창 후보 자제의 병역비리 및 장남 정연씨의 근화제약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해 한나라당의 태도에 따라 한나라당 공격 논평이 곧 재개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21일 F-X(차기 전투기)사업과 관련해 박세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무기도입의혹 진상조사특위를,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정형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특위를 구성키로 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서청원 대표 주재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특위는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비리의혹을 철저히 조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민주당이 '정쟁중단'의 정신을 지켜 무대응으로 임할 것인지, 아니면 맞대응에 나설 것인지가 '월드컵 무정쟁'의 실현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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