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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도적 범죄는 1백년후에라도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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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도적 범죄는 1백년후에라도 처벌해야"

시민단체, 공소시효 특례법 입법 청원

지난해 연말 15년만에 수지김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당시 한 여간첩의 납북 미수사건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의 진실은 87년 1월 남편 윤태식씨가 부인 김옥분씨를 살해한 뒤 싱가포르 주재 북한 대사관을 찾아가 망명을 요청했다가 실패하자 안기부와 짜고 납북 미수 사건으로 꾸몄던 것. 유족들은 15년만에 드러난 진실로 억울했던 누명을 한 꺼풀 벗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한은 풀리지 않았다. 최근 남편 윤태식씨는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구형받았지만 사건을 조작ㆍ은폐한 책임자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형사고발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피해자, 가해자, 사건 전말이 모두 밝혀졌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법국민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반인도적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운동 사회단체협의체'는 21일 오전 국회에 '반인도범죄 등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을 입법청원했다.

이 법은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ㆍ고문 등 중대한 인권 침해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수사가 불가능했던 기간동안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소시효, 사실상 면죄부로 작용**

공소시효란 어떤 범죄사건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다.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관계를 존중해 사회와 개인생활의 안정을 꾀하고 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결과 증거가 인멸되거나 증인이 없어져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진 피고인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7년이 공소시효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공소시효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하기도 한다. 10여년간 숨어다니다가 공소시효가 완료된 뒤에 자수한 '고문기술자' 이근안씨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활동으로 밝혀진 박영두씨 의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씨는 지난 84년 청송교도소 수감시 교도관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를 살해한 교도관들은 아직 현직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처벌뿐 아니라 공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도 없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해명이다.

***유엔 68년에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시효 부적용 조약' 체결**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의 이창조씨는 "수사권을 쥐고 있는 국가기관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된 범죄행위에 공소시효를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또 특례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로 반인도적 범죄에까지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유엔은 1968년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시효 부적용 조약'을 채택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나치 전범들을 처벌했듯이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스위스, 미국 등은 자국법을 통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거나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와 수지김 유족 등 '공소시효 피해자'들은 이날 입법 청원을 계기로 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활발히 벌일 계획이다. 이창조씨는 "정부는 법안 발의 의사가 없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법안의 취지를 알려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도록 하겠다"면서 "지난 3월부터 벌였던 대국민서명운동 및 거리 캠페인 등을 통한 사회여론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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