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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동아, 친일 행각 물타기에 앞서 참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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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동아, 친일 행각 물타기에 앞서 참회를”

천주교 과거사 반성 문건이 주는 교훈

***친일 행적에 대한 반성**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천주교는 지난 2000년 12월 3일 새천년을 맞아 그 동안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는 '쇄신과 화해' 문건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박정일 주교)의 명의로 발표하고 전국 각 교구와 본당에서 참회예절을 가졌다.

천주교는 이 문건을 통해 천주교 도입과정에서부터 박해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점을 참회하고, 새천년기에는 구원의 징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천주교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교회의 친일행각을 인정하고 겨레 앞에 용서를 구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정현 신부는 2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천주교회에서 과거사 반성 문건을 발표했던 것은 진정한 통회 없이는 대화와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 천주교회는 일제시대에는 친일적 행각이 많았으나 진정한 화해와 통회는 부족했다. 특히 일제시대 안중근 의사 의거를 살인으로 규정했던 잘못은 아직 시정돼지 않았다.

지난 2000년 미흡하지만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과거사 반성 문건을 발표한 것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일그러진 교회의 모습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성과이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진정한 참회가 문제 해결의 시작"**

천주교 내에서 과거 반성 문건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문정현, 함세웅 신부 등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교회에 지속적으로 과거 반성을 요구해왔고 '쇄신과 화해' 문건도 한국사목연구소 역사신학위원회를 중심으로 과거사 반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2차례 개최한 끝에 마련됐다.

천주교의 과거 반성 문건은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 의원)이 지난달 28일'친일파 708인' 명단을 발표한 뒤 보인 조선 동아일보의 보도 자세에 거울이 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광복회의 명단 외에 추가된 16명에 창업주인 방응모, 김성수 씨가 포함되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 신문사는 "16명 명단이 정치적 이유로 추가됐다"고 주장하며 창업주의 친일 행각에 관한 언급은 피한 채 계속 '물타기' 보도를 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역사적 과오를 다른 이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우리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조선 동아일보의 과거 친일 행각에 대한 진정한 회개와 참회"라고 말했다.

다음은 천주교에서 지난 2000년 발표한 '쇄신과 화해' 전문이다.

***쇄신과 화해**

대희년과 함께 새 천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가 맡겨진 사명에 충실하면서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자세가 요청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과거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강화하도록 도와주는 정직하고 용기 있는 행동"('제삼천년기' 33항)이라고 하시면서 교회가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참회하는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완수하신 구원의 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 신비체 안에 신앙으로 결합된 형제자매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하여 함께 고백하고 참회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참회를 바탕으로 자신을 쇄신하면서 민족과 화해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이들의 대열에 함께하려 합니다.

1. 우리 교회는, 세계 정세에 어둡던 박해 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적도 있었으며,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화적 갈등을 빚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여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외국의 부당한 압력에 편승하기도 하였습니다.

2. 우리 교회는 열강의 침략과 일제의 식민 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제재하기도 하였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3. 우리 교회는 광복 이후 전개된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빚어진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하고 이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마음 아파합니다.

4. 우리 교회는 우리 사회가 지닌 지역과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나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부족하였음을 반성합니다.

5. 우리 교회는 집단 이기주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 등이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서 하느님께 창조된 모든 이가 올바른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도록 이끄는 데에 미흡하였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올바른 양심으로 살아가도록 충분히 이끌지 못하였습니다.

6. 우리 교회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르 10,45)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때때로 우리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 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7. 우리 교회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문화적 가치와 사회 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잘못도 고백합니다.

우리는 이렇듯 예수님께서 명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아울러 교회의 무관심과 방관 그리고 잘못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우리는 참회를 통하여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선의의 모든 사람과 더불어 더 나은 세상,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00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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