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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계급운동도 독립운동" 처음으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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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계급운동도 독립운동" 처음으로 시인?

조선ㆍ동아 '눈가리고 아웅' 보도 연일 계속

조선, 동아일보의 '창업주 친일행각 물타기'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 과정에 사상 최초로 "프롤레타리아(노동자) 비밀 지하활동을 항일운동으로 인정"하는 자기모순적 논리까지 전개하고 있어, 그동안 반공(反共), 반(反)계급투쟁을 지향해온 조선일보의 향후 보도태도가 주목된다.

조선일보는 친일파 708인 명단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일 이들 명단에 창업주 방응모씨가 낀 대목에 대해 마치 광복회가 "정치적, 감정적 처리"를 했다고 비난한 것처럼 보도한 데 이어, 2일에는 친일파 인사로 알려진 '고향의 봄' 작사자 이원수씨가 항일활동을 했었다는 기사를 1면에 내보냈다.

***조선일보의 '이원수 프로문학사건' 보도**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지난 1일 보도가 광복회 윤경빈 회장의 거센 반발을 초래한 데 따른 '전술 변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윤회장은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뒤인 1일 MBC TV 등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등의 보도처럼 국회의원들의 친일파 추가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적이 결코 없다"고 '왜곡보도'를 공개성토했다. 윤회장은 또 "방응모씨 등이 친일행위를 했던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윤 회장이 강력반발하자 조선일보는 크게 당혹해하면서 보도전술을 바꿨다. 조선일보가 2일 택한 전술은 "친일파들이 실제로는 친일파가 아니었다"는 식의 '물타기 전술'이었다. 조선일보는 2일 1면 사이드에 "고향의 봄 이원수 선생 항일활동, 당시 조선일보 통해 뒤늦게 확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요지인즉, 아동문학가 이원수씨가 지난 1935년 1월 프롤레타리아(노동자)를 옹호하는 문학활동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던 '프로문학사건'으로 함안에서 검거돼 10개월 이상 옥고를 치렀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대수 마산보훈지청장의 말을 인용, "아동문학 작가로 알려진 이원수 선생이 문학청년 비밀결사를 통해 항일운동을 했다는 기록이 구체적으로 확인돼 뜻깊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같은 이원수 선생의 항일운동을 당시 조선일보가 1935년 4월1일자와, 5월2일자, 11월25일자에 보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문인들이 "35년을 지나 37~38년 이후에 대거 친일행각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사상최초로 "계급투쟁도 항일운동" 인정**

조선일보의 이같은 보도는 여러모로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가장 이례적인 대목은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지하활동을 '항일운동'으로 규정, 그 의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6.25전쟁때 사주이던 방응모씨가 납북된 이래 일관된 반공주의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같은 반공주의 노선은 일제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돼, 조선일보는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이나 사회주의 운동을 항일운동으로 평가한 적이 없다. 이같은 운동은 민족분열적 계급투쟁에 불과할 뿐, 민족독립을 위한 항일운동은 아니었다는 게 조선일보의 관점이었다.

그러던 조선일보가 이원수씨의 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을 '항일운동'으로 높게 자리매김했으니,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주변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한 언론계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방응모씨 친일행각이 표면화되자 대단한 '이데올로기적 혼란' 상태에 빠져든 것 같다"며 "조금 지나면 방응모씨가 사실상 일제때 지하 계급투쟁을 도왔다는 기사까지 쓰지 않을까 자못 기대된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이원수씨 항일운동을 일제때 조선일보가 세차례 보도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마치 일제때 조선일보가 항일운동을 간접 지원했다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 조선일보의 세차례 보도는 당시 일본의 점령세력이 발표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지면에 옮긴 '관급기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조선일보 보도는 일제에 충실한 '관급기사 보도매체'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의 몰락상은 '사주문제' 때문**

동아일보의 보도도 갈팡질팡 하기란 조선일보와 오십보백보다.

동아일보는 김성수씨가 '708 명단'에 낀 다음날인 1일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윤경빈 광복회장을 끌고 들어가 마치 이번 발표가 '정치적 음모'에 따라 이뤄진 것인양 보도했다. 그러나 윤회장이 발끈 하며 이를 부인하자 크게 당혹해하면서도 종전의 보도태도를 밀고 나갔다.

동아일보는 2일자 '친일명단 16명 임의추가 파장-공개반대 의견 묵살당해'라는 기사에서 이번 명단을 발표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멤버와 자문위원 일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했다는 식의 보도를 계속했다.

동아일보는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와 민주당 이상수,원유철, 박상희 의원 등의 말을 인용해 김성수씨가 명단에 낀 것은 전체 의견도 아니며, 사전동의도 얻지 않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여러모로 "동아답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 언론계 중진인사는 "동아일보는 평소 반독재 보도전통을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유독 사주문제만 나오면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다"며 "75년 동아투위 사태를 경영난에 따른 구조조정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일제때 김성수씨의 친일행각을 은폐하려는 행위 등이 그런 대표적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투위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문가운데 시장점유율이 75%나 됐던 동아일보가 지금 와서는 조선,중앙에 이어 3위 매체로 전락하고 최근 들어서는 신문판도가 '조선-중앙' 양강체제로 바뀌려는 조짐까지 보이는 것도 근원적으로는 '사주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동아가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사주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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