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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에게도 인권이 있다"

테러범 고문 허용은 야만을 야만으로 대하는 꼴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테러범에 대해 고문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고 한국에서는 국가정보원이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 시민단체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앰네스티는 미국의 고문 부활 움직임에(본보 20일자 1면 보도)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했다.편집자

지난 12일 국정원이 제출한 가칭 ‘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두고 많은 인권단체들이 이 법의 남용가능성과 이에 따른 인권침해의 소지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 법안의 테러 개념에 관한 지나친 확대 해석과 국가정보원의 권한 확대 등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논란도 결국 9.11 미국무역센터 테러사건을 전후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테러행위를 악으로 규정하고, 테러범을 악마로 몰아부쳐 이들을 엄히 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좀더 나아가 ‘테러범에게는 고문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맨해튼에 원자폭탄을 폭파하겠다는 테러리스트가 있을 때 폭탄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그를 고문하는 것은 비록 그 방법이 정당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수많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 불가결한 수단으로 유효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이러한 주장을 하였으며, 시카고 트리뷴지가 이를 반박하는 기사를 씀으로서 이러한 논쟁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미 이스라엘의 경우 이러한 취지에서 한정적인 경우에 한해 테러범을 고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과연 이러한 의도와 주장은 정당한 것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억지주장이며 인권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고 있다. 비록 테러행위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테러범도 인간이고, 이들의 기본적 인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 제 3조는 ‘사람은 누구나 생명 및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 선언 5조에서는 ‘아무도 고문이나 가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또는 모욕적인 처우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못박고 있다. 또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국제협약’ (B협약) 제 7조와 UN고문방지조약은 어떠한 경우에도 고문은 범죄행위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잔혹한 인권침해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국제인권법에 이미 가입하였으며, 미국 연방헌법 또한 엄격히 고문을 금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인권협약과 모든 국가의 헌법에서 강조하는 고문 금지의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먼저 현대의 모든 법률은 인권보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라는 점이다. 공공의 안전과 질서유지라는 대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준수하는 이유는 인류사회의 추구가치가 바로 인권임을 강조하고 있다라는 점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이를 위반하여 타인의 권리와 공공의 안전 및 질서를 침해할 때 형벌을 통해 기본권을 제한한다라는 법철학은 철저하게 인권이 현대사회의 인류지향점이라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두고 있다.

둘째, 모든 법률은 이성적이어야 한다라는 점이다. 현대 모든 국가에서 오랜 기간동안 지속되어 오던 신체형 및 고문을 금지하는 이유는 바로 형벌이 지극히 이성적이어야 형벌의 목적인 응보, 예방 그리고 교화라는 세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감정적이고도 보복적인 신체형 및 고문을 금하고 있다.

셋째, 모든 법률은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 정당해야 한다라는 점이다. 비록 흉악범이거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테러범이라 하더라고, 그에 대한 법 적용은 절차와 방법에 있어 공평하고도 정당해야한다는 것이다. 법이 정당하지 못할 때, 즉 절차와 방법에 있어 공평하고 정당하지 못할 때 법률이라는 사회적 기준은 임의적이고 자의적이 되며 스스로 기준으로서의 역할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기술한 세 가지 관점에 국제인권협약과 모든 국가의 헌법은 그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에 근거해서 고문 및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형벌을 금하고 있다.

만약 현재의 논란처럼 테러범을 고문하게 된다면, 이는 이미 법이 스스로의 자신의 기능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야만을 야만으로 대하는 원시형벌체계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본적인 법의 정신에 충실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고 문명화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결코 미워해서는 안된다’라는 법의 명제가 테러사태와 이에 연관된 테러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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