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트리뷴지의 컬럼니스트 스티브 채프만은 11월1일자 "우리는 테러리즘을 멈추게 하기 위해 고문을 사용해야 할까"라는 글에서 고문의 합법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는 미국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 고문을 합법화할 경우 이것이 남용될 위험성이 있음을 엄중경고했다. 다음은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맨해튼에 원자폭탄을 폭발시키겠다는 테러리스트가 있을 때 폭발물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그를 고문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미국은 실제 이런 사태에 직면해 있다. 9.11 테러 용의자 4명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들로부터 또다시 준비중인 테러에 대해 알아내지 못하면 미국 국민들이 다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정신나간 살인마를 구하려는 것은 누구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필요성만한 미덕은 없다”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주인공의 말에 모두 동조할 것이다.
‘현실적인 필요성’이라는 면죄부가 있는 한 근본적인 원칙에 대해 굳이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도 없다.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되는 규칙들은 종종 위급상황에서 효력이 정지되어 왔다. 평상시 강도와 절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비행기 추락으로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 사람이 벌판에서 오두막집을 발견하고 문을 따고 들어가 음식을 먹었다고 해도 그는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이다.
고문에 관한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극단적인 상황이 있을 경우 고문을 사용하는 것에 동의할 수는 있어도 이를 법제화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1)상당히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있고 2)경찰이 이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용의자로 확신하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고문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만들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고문이 확산될 것이다.
경험에 의해 이를 알 수 있다. 고문을 허용하는 많은 국가에서 행정당국의 목적에 맞으면 언제든지 고문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스라엘처럼 고문에 관해 그 행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특이한 경우에도 예외규정이 남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시한폭탄’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이런 긴박한 경우 찬물에 집어넣거나 며칠간 잠을 못자게 한다는 등 ‘온건한 신체적 압력’을 용의자에게 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팔레스타인의 공격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들의 취하는 고문은 사실 고문이라고 할 수 없는 정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제정후 얼마 가지 않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남용되었다. 고문에 대해 법원에 문제를 제기한 이스라엘의 한 인권단체는 이스라엘 치안당국에 의해 체포된 아랍인 85% -죄목도 없이 붙잡힌 많은 이들도 포함-가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고문 규정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은 2가지 면에서 관찰된다. 고문이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온건한’ 압력이 때때로 ‘온건하지 않은’것으로 밝혀졌다. 10명 정도가 이런 고문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련된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느 나라에서건 경찰과 정보부에 어떤 수단을 주면 이를 사용하길 원하게 되고 심지어 남용하게 될 것이다. 미국 정부가 9.11 테러 용의자를 고문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행위가 될 것이다.
물론 형을 가볍게 해준다거나 돈을 준다거나 신분을 위장해주는 등 '당근책'과, 중형에 처한다거나 처벌이 엄한 나라로 추방한다거나 하는 '채찍책'으로 용의자를 설득해 협력을 얻어내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방법은 미국에 폭탄을 반입하려다 잡힌 테러리스트 같은 경우에 효과를 발휘했다.
결론적으로 테러와 싸우기 위해 고문 사용을 합법화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핵테러로부터 뉴욕시를 구하기 위해 경찰이 고문을 사용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경찰이 꼭 해야 할 일은 할 것이며 사면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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