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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을 생각해야 할 때"

뉴스위크지 주장

미국 시사주간지의 중견 에디터 조나단 앨터는 지난 5일자 "고문에 대해 생각할 때"라는 칼럼에서 고문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내외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신체적 고문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기 때문에 곤란하나, 약물고문이나 심리적 고문, 고문합법국가로의 죄인 이송 등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가치'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주장이다. 다음은 글의 전문이다.

9.11 테러 이후 자유주의자조차 고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미국에서 쇠막대기나 채찍을 사용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최악의 범죄에 대해 지지부진한 수사를 위해서 뭔가를 강구해야 한다. 4명의 비행기 테러 용의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용의자들에게 죽어가는 토끼의 신음소리나 고음의 랩을 담은 테이프를 들려주는 것 같은 심리적인 고문은 할 수 없을까(미군은 파나마 등지에서 이런 고문을 한 적이 있다). 최면제 투여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참수형이 가능한 사우디 아라비아로 추방(FBI가 이런 협박을 한 적이 있다)한다고 겁을 주는 것은 또 어떨까.

이런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9.11 테러 이전의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대(對)테러 법안이 98대 1로 상원을 통과한 것은 여론이 달라진 것을 보여준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한 두 조항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강경한 자유주의자 진영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는 미약하다. 고 로버트 잭슨 대법관이 남긴 "헌법은 (법에 묶이어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가 괴멸하는) 자멸 협정이 아니다"라는 격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립전쟁과 세계 1차대전 중에 자유에 대해 가해졌던 엄격한 제한조치를 상기할 때 자위권에 대한 조치는 이치에 맞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법안이 언론 자유 같은 기본적 권리까지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중에도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언론 자유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테러법안은 도청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예전에는 개인의 전화 도청에는 반드시 영장을 발급받아야 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민자에 대한 구속 연장, 국제자금 세탁 과정 추적 등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4년 시한을 두고 있다. 이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이런 법안이 계속 필요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세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제도적 변화가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고문의 도덕성에 관한 논란을 몇년간 벌여왔다. 이스라엘에서는 99년까지만 해도 ‘혼빼기’(shaking)로 불리는 심문기술이 합법이었다. 예를 들어 암실에서 용의자의 머리에 냄새나는 봉지를 뒤집어 씌우고 심리적 고문을 하는 것이다(테러리스트에 대한 잠재적 효력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겠다).

이스라엘은 시한폭탄 사건같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자백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신체적 고문을 허용하는 여지를 두고 있다. 단지 그 적용 여부는 사법당국이 쥐고 있다.

하버드대학 로 스쿨의 앨런 더쇼비츠 교수는 지난 20년 이상 이스라엘의 이같은 제도는 치안당국에 매우 불공평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곧 발행될 <위기경보"(Shouting Fire)>라는 저서에서 '고문 영장'이라 부르는 개념을 제안했다. 판사가 수색영장을 발급할 때처럼 심리를 거치자는 것이다.

더쇼비츠는 심문의 결과를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수사를 위해 활용하는 한 합법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쇼비츠는 "고문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고문을 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미국 법조계 모두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점잖은 고문기술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합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법조계의 입장을 묘하게 만들고 있다.
혐의가 짙은 용의자에 대해서 더 가혹한 고문이 행해져도 양심에는 덜 가책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신체적 고문이 불가능하다면 최면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FBI는 이 방법을 써보려고 노력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스파이를 대상으로 이 방법이 사용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말을 많이 하게는 할 수 있어도 진실한 진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가혹한 고문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고통이 극에 달하면 거짓말을 한다. 죄수들에게는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목적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실히 효과있는 고문도 있다. 요르단은 80년대의 악명높은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의 가족을 협박해 자백을 받아냈다. 필리핀 경찰은 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 사건(미국 비행기 11대 폭파 및 교황살해 계획 포함) 때 용의자 한 명을 이스라엘로 보낼지 모른다고 협박해 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신체 고문을 합법화할 수는 없다. 미국의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각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법원이 인가하는 심리적 심문 등 대테러 전쟁에 필요한 수단들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위선적인 방법일지 모르지만 우리보다 고문에 대한 규제가 적은 동맹국으로 용의자를 이송하는 방법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듣기 좋은 말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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