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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생각하는 노인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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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생각하는 노인들<下>

노인예산 늘려라

한국의 노인들은 억울하다. “일제, 전쟁, 분단 등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고 국가발전을 이뤄냈다고 자부하지만 늘그막에 돌아온 것은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무관심과 지독한 가난”이라는 것이 노인들의 주장. 박재간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소장은 “노인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에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예산은 전체의 0.33%인 3천9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예산 중 노인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12%, 미국 17%, 유럽국가들은 20% 내외다. 심지어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도 전체 예산 중 2.7%가 노인복지 예산이다. 이처럼 “턱없이 부족한 노인복지 예산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 노인들이 받는 대접”이라고 박재간 소장은 말했다. 그나마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월 3만-5만원씩 지급되는 경로연금이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삶의 질 고려하는 복지정책으로**

지난 6일 오전, 서울시립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서울시와 한세복지재단에서 재정을 지원받고 있는 이 복지관은 중풍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주간보호사업, 이·미용, 식사제공 등의 복리후생사업, 독거노인 등을 보살피는 재가복지사업, 서예, 한글, 인터넷 등 교육사업, 간단한 진료와 물리치료 등 의료사업 등을 하고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 복지관은 현재 하루 8백여명의 노인들이 이용한다.

이 복지관의 성미선 복지과장은 “지난 98년 이후 서울시에 노인복지관이 많이 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사업과 주간보호사업은 공간, 예산 등이 부족해 원하는 노인들을 다 수용하지 못한다.

성 과장은 현재 복지시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률적인 예산지원을 꼽았다.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가 많은 관악구나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강남구나 인력이나 예산 지원이 동일해 지역실정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성 과장은 “까다롭고 경직된 행정절차로 실제 서비스가 좀더 필요한 노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풍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간 보호 사업의 경우,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행려 노인들은 신변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

손녀를 기르면서 정부로부터 생계보조를 받는 노인에게 한 후원자가 월 10만원씩 후원금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일이 있었다. 그러나 동사무소에서 후원금을 받으면 그만큼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해 후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경로연금 월 10만원 수준으로**

성 과장은 “다양한 노인들의 욕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노인복지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복지 혜택을 받는 대상으로만 노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박재간 소장은 “현행 경로연금은 구빈의 개념이라기보다 국가에 기여한 노인세대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장은 “경로연금은 소득보장과 관련된 성격의 제도이므로 노인복지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며 “독립된 법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65세 이상 노인 3백50만명에게 월 3만-5만원씩 지급되는 경로연금을 앞으로 3년 내에 전체 노인의 30% 선인 1백 50만명에게 최소한 월 1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박 소장의 주장이다.

***재가복지서비스 확충해야**

박 소장은 또 현행 요양시설 등 시설중심의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해 “서구에서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가 가족, 지역사회를 통한 노인보호를 지원함으로써 비용을 절반이상 줄일 수 있으며 노인들도 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의 노인복지정책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노인복지법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족부양자지원프로그램(National Family Caregivers Support Program)에 따라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에게 휴가를 보장해주며 수입의 일정부분을 지원한다. 상담서비스, 교육훈련 등도 보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 예산 중 10%를 손자녀를 부양하는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재택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인복지법을 개정했다.

한편 김성철 성산효도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문화를 완전히 무시한 채 제한된 법 내에서 노인복지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인들의 욕구와는 별개로 관련 공무원들이 책상 앞에 앉아 정책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 김 교수는 “통합노인복지법을 노인들의 현실에 맞춰 의료, 경제, 주거 등으로 분리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정부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국가차원의 장기적 비전제시와 이에 걸맞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내년 6월까지 노인보건복지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대해 일선 전문가들은 노인복지예산을 대폭 늘리고 △ 복지와 의료 서비스의 연계 △ 노인 취업기회의 확대 △ 노인 여가활동지원 사업 △ 노인 의료지원사업의 확대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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