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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걸레'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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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걸레'들의 나라?

[데스크 칼럼]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을 제정하자!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한창이다. 정 후보자는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2004년 6월 법무연수원장을 퇴임하면서 검사로서의 경력을 마쳤지만, 잠시 법무법인에 몸을 담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 계속해서 나라의 녹을 먹었다.

정 후보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그만두고 법무법인의 변호사로 근무하며 2년간 6억6945만 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덩달아 예금도 2년 새 5억4700만 원이나 올랐다. 연봉 수천만 원도 감지덕지인 서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극적인 소득 증가에 입이 딱 벌어질 만하다. 하지만 비슷한 경력의 변호사의 수입과 비교해 보면 납득 못할 수준도 아니다.

사실 정 후보자가 일찌감치 대형 법무법인에 들어갔거나 혹은 변호사 사무소를 개업했다면 공무원으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 테다. 이유야 어떻든 그는 그런 부를 축적할 기회를 마다하고, 나라와 시민에게 봉사하는 길을 택했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청문회를 계기로 제기된 전관예우 논란이 그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비교하면 더욱더 그렇다. 황교안 후보자는 2011년 검사를 그만두고 나서 1년 4개월 동안 한 법무법인에서 16억 원을 벌었다. 거의 매월 1억 원씩을 챙기는 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김병관 후보자는 '장군'으로 군에서 퇴임 후 무기 중개 업체에서 2억8500만 원을 받았다. 장군이 로비스트로 대변신한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정홍원은 그래도 양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회만 있으면 녹을 먹는 자리로 돌아왔고, 법무부 장관 후보 등으로 계속해서 언급된 탓에 본인이 남다른 "관리"에 노력을 기울였으리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정홍원 후보자의 사정만으로도 시민들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그 정도가 "양질"이라면 도대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이런저런 사정으로 퇴직 공무원에게 무조건 허리를 졸라매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길게는 수십 년간 국민의 세금으로 밥벌이를 하고, 또 그 과정에서 경력도 쌓고 명성도 얻은 사람에게 자기 이름 석 자를 '공공재'로 인식하라는 요구가 과하다고 볼 수도 없다. 시민의 부글부글 끓는 심정도 바로 이런 인식 탓이다.

실제로 법적 제재도 있다. 2011년 5월부터 개정 변호사법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1년간 일했던 법원, 지검의 사건은 1년간 수임하지 못한다. 일반 고위 공무원(4급 이상)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퇴직 전 5년 동안의 업무와 관계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취업하는 게 2년간 제약된다. 그러나 이런 법적 제재는 현실에서 무기력하다.

참여연대가 2011년 6월부터 2012년 5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퇴직 공무원의 업무와 취업 업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상자 172명 중 103명(59.8퍼센트)이 퇴직 전 업무와 관계된 기업 혹은 단체에 취업했다. 61명(35.4퍼센트)은 사실상 취업이 제한되어야 할 곳에 취업했다.

업무의 범위를 너무 축소해 놓아서 또 빈 구멍이 너무 많아서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식 취업을 하는 대신, 자문 명목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용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관예우 금지에도 불구하고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얽히고설킨 인맥을 동원해 거래를 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것인가?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 같은 것부터 만들면 어떨까? 공무원으로 일하다 돈에 혹해서 경력도 팔고, 인맥도 팔고 심지어 정보도 파는 건 일단은 눈감아 주자. 아무리 법망을 촘촘히 짠다고 하더라도 그런 원초적 욕망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대신에 한 번 그렇게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날 것으로 드러낸 이들은 절대로 다시 공직에 기웃대지 못하게 하자. 공무원을 퇴직하고 법무법인, 재벌, 초국적기업 심지어 무기 거래상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다가 다시 장관, 청와대 비서관,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으로 중용될 가능성을 아예 법적으로 막자는 것이다.

장관, 비서관,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하다가 알토란같은 정보와 훨씬 더 넓고 깊어진 인맥을 품고서 다시 원래 친정인 법무법인, 재벌, 초국적기업 등으로 돌아가는 일이 일상다반사인 걸 염두에 두면, 이런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은 박근혜 당선인이 최우선에 놓고 추구해야 할 국익에도 부합된다.

또 이런 시도는 일종의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한국처럼 명성 혹은 권력을 얻으면서 치부(致富)가 쉬운 나라는 없다. 더 늦기 전에 그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그 첫걸음이 바로 공무원 경력을 이용해 치부를 할 만큼 하고 나서, 뒤늦게 명성과 권력까지 얻으려는 로비스트들의 득세를 막는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누구 못지않게 '서민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리라' 목소리를 높였던 차기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과 함께 이 "로비스트 공직자 금지법" 제정에 나서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나마 "양질"이라는 정홍원 후보자는 어떻게 할까? 글쎄, 갑자기 이런 시쳇말이 떠오른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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