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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이 '냉혈' 동물? 진실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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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이 '냉혈' 동물? 진실은 이렇다!

[프레시안 books] 스콧 샘슨의 <공룡 오디세이>

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공룡'을 제목으로 출간된 서적을 검색해 보면, 총 1827종의 서적이 나온다. 이중 다시 최근 1년 이내에 출간된 '공룡' 서적을 검색해 봐도 145종이나 된다. 한 달에 12권, 2.5일에 약 한 권 꼴이다. 가히 공룡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또 한권의 공룡 책이 목록에 추가됐다. 공룡학자 스콧 샘슨이 쓴 <공룡 오디세이>(김명주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가 바로 그 책이다. 샘슨이 쓴 이 책은 수많은 공룡 책 중에서도 유난히 돋보인다. 공룡에 대한 어떤 책과 비교해 봐도 내용이 충실할 뿐만 아니라, 한 번 손에 들면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책이 이렇게 훌륭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샘슨은 미국 몬태나 주에서 발굴한 케라톱스 공룡과 다른 뿔공룡과의 관계를 연구해, 그 공룡의 성장 패턴 등을 밝혀 박사 학위를 받은 공룡 연구의 권위자이다. 그는 평생 동안 케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공룡을 연구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공룡을 연구한 샘슨의 경험은 이 책에 녹아들어 독자들이 더욱더 공룡들이 살았던 중생대를 생생하게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공룡 오디세이>(스콧 샘슨 지음, 김명주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뿌리와이파리
샘슨은 공룡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이 그 당시의 포유류, 식물 또 다른 이웃과 어떻게 상호 연결되고 상호 의존되어 있는지 그 관계를 밝힌다. 더 나아가 공룡들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또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보여준다. 즉, 그는 공룡을 매개로 생물학과 지질학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통합적으로 설명하면서, 생태와 진화라는 두 가지 큰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진화는 자연스럽게 멸종과도 맞닿아 있다.

책은 샘슨 자신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공룡을 발굴하던 장면으로 시작하여,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제2장~제6장)은 중생대 공룡 세계를 이루는 물리적, 생태적, 진화적 과정을 다뤘다. 즉, 우주 탄생으로부터 원시 지구가 형성되고, 원시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여 공룡으로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특히, 제5장에서는 물질과 에너지가 항상 움직이고 있는 복잡한 계인 공룡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 약 67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 몬태나 지역의 생태계를 예시로 든다. 그는 중생대 생태계의 모습은 오늘날과 아주 유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태양의 에너지원을 이용하는 식물이 주된 생산자이며, 트리케라톱스와 이 공룡이 속한 초식 공룡은 일차 소비자이고, 티라노사우루스와 다른 육식 공룡은 이차 소비자이다. 육식 공룡은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을 잡아먹었다. 분해자인 곤충과 박테리아 등은 유기물을 부수어 양분을 재순환시키는 일을 맡았다.

몬태나 주 헬크릭 층에서는 300종 이상의 식물, 트리케라톱스·하드로사우루스류·파키케팔로사우루스류·테스켈로사우루스류·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오비랍토로사우루스류 등의 초식 공룡, 거북·포유류·수많은 곤충이 포함된 공룡 이외의 초식 동물, 트로오돈·리카르도에스테시아·드로마에오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 및 많은 육식 동물, 그리고 박테리아·균류·곤충 같은 분해자가 만드는 먹이 사슬을 그렸다. 백악기 몬태나 지역의 종합적인 생태계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 같은 그림은 우리가 흔히 책이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단지 티라노사우루스가 트리케라톱스를 사냥하는 광경만이 묘사된 그림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어서 샘슨은 1860년대부터 발견된 시조새 화석을 놓고서 공룡의 실체와 진화의 고리를 파악하기 위한 논쟁사를 들려준다. 새와 공룡이 공유한 비슷한 특징을 근거로 새가 공룡의 후손임을 주장한 토머스 헉슬리, 공룡에는 쇄골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부정한 게르하르트 하일만, 그 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르러 조류와 특정한 랍토르류 육식 공룡이 공유하는 특수한 해부학적 특징들을 근거로 게르하르트 하일만의 주장을 부정한 존 오스트롬의 연구 등이 그것이다.

제7장부터 제11장까지는 제5장에서 설명한 공룡의 생태계를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 태양 에너지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초식 공룡으로, 초식 공룡에서 육식 공룡으로, 마지막으로 이 모든 생명 형태에서 분해자 생물을 거쳐 식물로 돌아오는 태양 에너지의 흐름과 영양소의 순환을 다루었다. 특히 분화석을 통해 당시 공룡의 먹이를 밝히고, 먹이의 원천인 식물이 뿌리박고 있는, 먹이 그물이 전형적으로 잘 드러나는 토양에 대해 설명한다.

그 후 샘슨은 공룡이 온혈 동물인지 혹은 냉혈 동물인지, 이 해묵은 논쟁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골디락스 가설을 제안하고 있다. 공룡들 대부분이 저비용 외온성 동물과 고비용 내온성 동물의 중간에 해당하는 대사율을 지녔다는 것이 골디락스 가설의 핵심이며, 이에 따라서 그는 공룡을 비공식적으로 중온성(mesotherm)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중온성 대사를 하게 되면 극단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높은 내온성 물질 대사를 하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외온성 물질 대사를 할 수 있다. 즉, 생산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더 많아지면서 빠른 성장률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공룡이 거대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중간급 물질 대사 덕분에 공룡은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흔히, 공룡이 성공적으로 번성한 이유를 '운' 또는 '우월성'의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하지만, 샘슨은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발생한 두 번의 대멸종으로 다른 동물 집단이 사라지고, 중온성 대사 능력을 갖춘 공룡이 빠른 시간에 거대한 몸집을 불려서 그 빈자리를 차지해 번성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제12장부터 제15장까지는 공룡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이다. 최초의 공룡은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는가? 최초의 공룡이 지닌 특별한 형질은 무엇이었는가? 어떻게 많은 종류의 공룡들이 나란히 살 수 있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에서 살았던 공룡의 진화를 티라노사우루스를 예를 들어 매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끔씩, 과거에 살았던 생물을 왜 연구하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샘슨은 <공룡 오디세이>를 통해 훌륭한 답변을 제시했다. 과거와 현재는 전혀 다르지 않다. 오늘날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기후 변화'와 '제6의 대멸종'은 과거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공룡들이 가졌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와 진화는 과거 공룡이 살고, 겪었던 생태계 및 진화와 근원적으로 동일하다. 공룡의 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우리의 이야기이다.

사족 하나. 매끄러운 번역은 이 책이 지닌 수많은 미덕중의 하나다. 단, 본문과 지질 연대표에서 지질 시대의 연대가 잘못 기술된 점은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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