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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신분 사회…당신과 아이의 서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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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미 신분 사회…당신과 아이의 서열은?

[공작의 꼬리 경쟁·33] 차등화로 인한 미래 세대의 기회 양극화

경쟁의 강화를 위한 차등화 정책은 소득 불평등으로 나타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보여주듯이 소득 불평등 문제가 악화되어가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 문제는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계층의 고착화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연결된다.

소득의 양극화는 교육의 양극화와 그에 따른 기회의 양극화로 연결되어 아이들은 갖고 있는 재능이나 욕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사회로 만든다. 기회의 양극화로 미래 세대의 소득이 대물림 되어 결국 양극화의 대물림 또는 계층 고착이라는 또 다른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차등화와 수직 이동성

계층의 고착화의 정도는 사회의 수직 이동성으로 나타난다.

수직 이동성은 간단히 말해서 부의 대물림 정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부모의 부가 그 자식의 부의 결정에 영향이 클수록 수직 이동성은 낮아진다. 수직 이동성이 낮을수록 하층에서 상층으로 상승하기 어려워지며, 계층은 고착화 되는 것이고, 미래 세대에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극단의 예로 인도의 카스트와 같은 전근대적인 신분 세습 제도를 들 수 있다.

계층의 고착화는 소득이 불평등할수록 더 심각해진다. 경제학자 브란덴은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소득을 비교하여 소득 분포와 수직 이동성의 상관관계를 알아보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수직 이동성이 악화되어 소득에 따른 계층 고착화가 심화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의 사회 계층 이동성이 가장 낮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에서 저소득층의 자녀로 태어나면, 자라서 그 자신이 저소득층에 속할 확률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미국은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주어진 나라로, 소위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래 도표가 보여주듯이 실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곳이 미국이고 노르웨이가 가장 높다.

"기회의 나라"라는 미국에서의 기회는 아마 고소득층에만 해당하는 기회인 것 같다.

ⓒ프레시안

소득의 수직 이동성이 악화될수록 부의 대물림이 강화되고, 그에 따라 사회의 계층이 고착화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신분이 세습되던 전 근대적 사회에서와 같은 엄격한 신분의 존재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등화를 통한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부와 교육의 대물림을 통해 소득 계층의 고착화가 강화되는 이러한 현실은 과거 신분 계급이 정해진 계급 사회가 갖는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과거 신분 사회의 특징은 그 신분의 수직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고, 대체로 소득과 기회와 사회적 지위의 차등이 태어난 신분과 함께 주어진다는 것이다. 차등화가 강화됨으로써 계층 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소수에게 주어져 인재 활용이 안 되어 인력 낭비가 일어나게 되고, 차별 대우로 사회 유대가 약화되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그 사회에 막대한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소득 양극화와 교육 양극화

한 사회의 수직 이동성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이 부모의 재력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에, 이를테면 공교육이 그 기능을 잘 발휘하고 사교육의 영향력이 적은 경우에, 교육이 부의 대물림을 상쇄한다. 즉 교육을 통하여 계층 고착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같이 사교육의 영향력이 크고, 그 비용 또한 소득의 수준에 따라 현저한 차이가 날 경우에 아이들이 받는 교육 역시 격차가 더욱 벌어져 교육이 부의 대물림을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고소득층의 자녀들은 더 높은 교육을 받게 되고, 그래서 그들 자신이 고소득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계층 고착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의하면 아버지와 자식 간에 있어서 월평균 임금의 대물림에 교육이 48.2퍼센트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 김희삼 부연구위원은 "부모의 사교육비 지출 능력 차이가 자녀의 학력 격차를 낳고, 다시 자녀 세대의 소득 격차로 이어져 부의 대물림이 교육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개천의 용' 키우던 교육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아래 표는 소득 상위 계층 20퍼센트의 사교육비 지출과 소득 하위 계층 20퍼센트의 사교육비 지출의 격차와 연도별 변이를 보여준다. 2009년 1/4분기에서 3/4분기 도시 가구의 월평균 학원비 지출액을 보면, 소득 상위 20퍼센트는 33만2511원으로 소득 하위 20퍼센트의 4만2715원에 비해 8배가량 높았다.

▲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의 연도별 변화. ⓒ프레시안

▲ 서울대 신입생 중 고졸 학부모의 비율. ⓒdonga.com
부모의 재력 격차가 아이의 교육 격차를 야기한다. 또한 부모, 특히 아버지의 학력 격차는 아이의 교육 격차로 곧바로 연결된다. 서울대의 신입생 중에 아버지의 학력이 고졸이 16.7퍼센트이고 대졸 이상이 78.8퍼센트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졸 학부모의 비율은 매해 감소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개천에서 용 안 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 이전인 1950~1960년에 출생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전반적 대학 진학의 증가가 표에 나타나는 고졸 학부모 비율의 감소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외국어고등학교와 일반고등학교의 비교에서 아버지의 학벌에 따른 교육의 대물림 현상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대학원 졸업인 아버지의 비율이 14.5퍼센트로 일반고의 2.6퍼센트보다 5배가 넘었으며, 반대로 아버지가 고졸인 경우는 외고가 34퍼센트였으며 일반고는 이 수치의 2배에 가까운 67퍼센트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 '신 계급 사회'…아버지 직업이 합격 가른다)

한국과 같이 사교육이 대학 입시를 좌우하고, 대학에 따라 구직의 기회의 차별이 심한 나라에서는 소득 계층에 따라 자녀 교육에 지대한 영향력이 생기며, 그에 따라 나중의 자녀의 소득이 결정된다.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고등학교의 선택도 부모의 소득 계층에 의하여 좌우된다.

한국직업개발원 인적자원패널·통계센터 조사에 의하면 "외국어고 입학이 학생의 실력이 아닌 가구 배경과 부모 재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 상위권 대학 신입생들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외고의 경우 월 평균 5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 자녀의 비율이 약 절반이 되고, 일반고는 약 2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의 저소득 가구 자녀 중에 외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단 2명밖에 되지 않았다.

공교육의 중요한 기능의 하나는 소득 계층의 고하에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동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 자신이 갖는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하는 것이다.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교육은 계층 고착화를 완화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공교육은 많이 약화되어 있으며 교육, 특히 입시 경쟁이 사교육에 의하여 좌우되는 경향이 심하다.

차등화의 강화로 소득 불평등은 악화되고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되어, 사교육비 지출 역시 가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소득의 양극화가 사교육에 의한 교육의 양극화로 연결되어 계층 고착화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교육의 양극화로 미래 세대에게 균등한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많은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나 소질을 개발하고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기회의 불평등으로 인한 재능의 낭비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강도 높은 차등화가 오히려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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