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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손학규 대표님, 분당에 핵발전소를 유치하십시오!"

[초록發光] 민주당의 원자력 재검토 움직임에 부쳐

손학규 대표님, 결국 수도권 최대 격전지라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하셨더군요. 하루하루 견뎌내기 힘든 총체적 부실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 뼈아픈 정치적 패배를 안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는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민주당의 많은 정책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분노하면서도, "그래도 한나라당 정권을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설득에 시큰둥하고, 이를 강변하는 이들에게는 짜증을 냅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뭐가 다릅니까? 공통된 실정을 꼽으라면 날밤을 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 5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 대표의 대정부 연설에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원자력 발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였더군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은 대찬성입니다. 이제야 체르노빌 사고가,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에도 교훈을 주는 듯합니다.

마침 그날 일본의 반핵정보자료실의 반 히데유키 대표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시민의 눈과 귀로 알아내고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하느라 피곤한 얼굴이었습니다.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만난 자리는 반갑기보다 가슴 아프고 침통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20㎞ 이내 지역은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서 향후 10년 가까이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듣고 있으니, 저녁 식사로 나온 음식이 목에 메이더군요. 우리로 치면 울진, 영덕 등의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위험 지역으로 버려진다는 겁니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그래서 일까요? 식사 자리에 함께 한 진보신당의 조승수 대표가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군수가 원자력 발전소 신규 부지 유치 신청을 한 삼척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단체들이 개최한 지난 4일 반핵 집회에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경제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후쿠시마와 같은 핵 재앙의 근심을 옆에 끼고 살수 없다는 거죠.

다행스럽게도 민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 최문순 의원이 삼척 원자력 발전소 부지 유치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한나라당의 엄기영 후보는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도 안전하다며 원자력 발전소 유치를 찬성했었죠. 물론 지금은 말 바꾸기로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반핵 민주당과 찬핵 한나라당 구도를 만들어낸 거죠.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님, 우리는 지난 정권 시절에 민주당이 한 일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짓고 있는 신규 원자력 발전소들이 민주당 집권 시절에 승인된 것들이라는 것을 기억하십니까? 또 부안에서 절규하며 싸웠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반대 투쟁이 민주당 정부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지금 물이 콸콸 세고 있는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확정한 것도 그렇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확대 정책을 추진한 일이 한나라당만의 정책이었습니까? 원자력 발전소가 없으면 경제가 망한다고 협박하고,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라는 주장에 눈감고 귀 닫은 정권이 누구였습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원자력 발전 정책, 에너지 정책에서는 쌍생아였습니다.

그런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원자력 발전 의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이야기는 반가우면서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너무 의심이 많다고요? 길거리에 나가 물어보십시오. 제가 정상일 겁니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님에게 쓰는 이 글은 민주당 정권의 옛 잘못을 따져 묻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박지원 대표가 선언한 원자력 발전 정책 재검토 주장을 환영하고, 이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서 줄 것은 부탁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진정성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원자력 발전소 부지 유치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걸었듯이, 손학규 후보도 수도권에서 이에 호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너지 부정의'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너지는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원자력 발전소 등의 유치로 인한 피해는 지역에 떨어진다는 것이죠. 얼마간의 지원금을 쥐여 주기는 하지만,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곤 합니다.

수도권의 민주당 후보는 뭐라 공약해야 하겠습니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도권의 전기는 수도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표명하고, 분당(을)에 원자력 발전소를 유치하는 것입니다. 불가능하다고요? 맞습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반핵운동가들이 자조적으로 농담 비슷하게 하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그렇다면 답이 뭘까요? 대한민국의 어디서든 원자력 발전소가 사라지도록 하는 일이겠죠.

이번 4월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에,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 직접 나선 손학규 대표님! 수도권에서도 선거 공약으로 원자력 발전 정책 전면 재검토를 걸어주십시오. 그것으로 민주당이 원자력 발전 정책과 결별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원자력 발전 중심의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을 심판하는데 나서주십시오. 후쿠시마로 각성된 시민들의 의지를 표출할 기회를 제공하십시오.

또 얼마 전 정동영(민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조승수(진보신당), 유원일(창조한국당) 등 14명의 의원이 원자력 발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대부부의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함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 결의안을 지지하고,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주십시오.

제299회 국회(임시회),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박지원 원내대표) 중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그때 이명박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전용기 고장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

국민은 방사능 오염에 불안할 때 정부는 '문제가 없다'며 사흘씩이나 검출 사실을 숨겼습니다 정부는 아무리 적은 분량이라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30년 이상 된 고리 원자력 발전소 등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을 축소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재 40%에서 2030년까지 60%로 늘리고, 1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 발전 의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핵 재앙에 대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은 발전단가는 싸다고 하지만 원전 1기당 2조5000억 원의 건설 비용이 들어가고, 이번 일본 사태에서 보듯 유사시 엄청난 사후 처리와 복구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런 자금을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에 집중 투자한다면 대한민국이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원자력 발전 정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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