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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투기 선정 실패와 '김관진 경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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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전투기 선정 실패와 '김관진 경질설'

[편집국에서]<11>'스텔스 기능' 없는 걸 이제 알았나

단군 이래 최대 무기구입이라는 제3차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이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코레일이 주도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용산개발 사업이 6년만에 백지화된 것보다 더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부여된 전투기 구매 사업은 국제적인 거래라는 점에서 외교적 문제도 걸려있고, 정부 주도로 전문가들이 모여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밀하게 심사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 단독 기종 후보가 결정됐고, 지난 24일 단독 후보가 상정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심사는 요식행위 절차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식 행위라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심사에서 부결됐다. 국민이 볼 때 국방부가 자기 손으로 선정하고는 자기들이 도장 찍기 전에 뒤집은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 차세대 전투기사업이 단독 후보 기종에 대한 최종 선정 절차에서 부결돼, 그동안의 심사과정이 백지화됐다. 심사 과정에서 탈락한 F-35(왼쪽 끝)가 재입찰에서 선정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 특정 기종 선정을 위한 백지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맞춰 4세대 전투기로 정하려다가 돌연 바꾼 이유는?

외신들은 "다시 입찰 과정을 거치면 최소한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면서 어처구니 없는 '부결 소식'을 전했고, 단독 기종 후보 제조사인 미국의 보잉사는 "모든 절차를 거친 뒤 왜 뒤집느냐"면서 우리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백지화' 시킨 최대 이유는 단독 후보 기종인 F-15사일런트이글(SE)에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2년 동안 심사하면서 미처 생각 못한 점이라는 것인가?

외신들은 이미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 F-35A가 재심사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록히트마틴이 제조사인 F-35A는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의 보급형 모델로 원래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런데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이 기종을 심사 과정에서 탈락시켜놓고, 앞으로 1년 넘게 걸린 재심사에서 다시 이 기종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니 어리둥절하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국방부는 다음 번에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제5세대 전투기 중에서 후보를 고를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F-35A가 바로 5세대 전투기로서 미국과 일본, 이스라엘이 이미 구매한 기종"이라고 전했다. 최근 네덜란드, 영국, 호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도 구매 주문을 했다.

국방부가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를 일부러 배제한 것은 아니다.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재정법에 정해진 예산 내에서만 구매계약을 한다는 규정이 있고, 이 규정에서 맞추다보니 할 수 없이 '값싼 기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은 8조3000억 원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새로운 입찰은 새로운 예산을 기준으로 진행될 것이며, 구매 수량을 40 내지 50으로 줄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결 전부터 제기된 의혹들

무기업계에서는 재입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를 F-35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고려해서도 그렇고, 경쟁 기종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질 만큼 이미 주문을 다량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F-35 기종은 F-15사일런트이글과 달리 제조사 차원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직접 입찰에 나서고 있다.

록히드마틴 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F-35A 판매하는 사업에 대해 지원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 공군은 "구매 및 운용 비용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2019년까지 430대의 전투기가 필요하고 노후 기종인 F-4와 F-5 전투기 100대를 퇴출시키고 그 공백을 차세대 전투기로 채운다는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이미 3년이 늦어진 2017년 도입 계획이 다시 늦춰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4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인 F-4와 F-5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라면서, 70년대에 개발된 F-15의 업그레이드 형인 F-15사일런트 이글, 그것도 시제기도 없이 설계도로만 존재하는 기종을 단독 후보로 선정한 이유가 '예산'규정 때문이라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간다.

차세대 전투기 구매사업은 향후 30~40년을 내다보는 핵심 국방사업이다. 게다가 단순히 완성품 구입이 아니라 자체 전투기 제조 능력 등 항공산업의 비약적 발전 계획과도 연계된 중대한 사업이다.

이처럼 안보와 항공산업의 미래까지 걸린 국가적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최후에 바로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초기에 바로 잡은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엉망으로 진행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니면 또 의혹이 불거지게 된다. 이미 미국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F-35A를 선정하기 위해 재입찰이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은 벌써부터 있었다.

잘못된 것 바로잡는 것이라면 '책임'부터 물어야

공군은 당초에 주변국들이 모두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체제로 가는데, 차세대 전투기를 비용에 맞춰 4세대 개량 전투기를 선정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대해 왔다. 지난 8월말 역대 공군참모총장 중 "서명 가능한 상태에 있는 모두에 해당하는" 15명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F-15 선정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뒤집기'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공군 참모총장은 지난 7월 "전장에서 4세대 전투기가 5세대 전투기를 만나면 비용 면에선 더 효율적이겠지만, 전투에 돌입했는지조차 모른 채 이미 죽은 신세"라고 말했다. 전투기 선정을 성능이 아니라 '비용'을 앞세워 결정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 때 임명돼 박근혜 정부에서 극적으로 유임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사실상 차세대 전투기 선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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