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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역습'에 무슬림형제단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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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의 역습'에 무슬림형제단 '사면초가'

[분석]미국, 군사원조 중단도 눈치보기로 일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이집트의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정치종교 세력 무슬림형제단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 시절 비폭력·평화주의로 버티며 마침내 선거를 통해 의회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며 합법적인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군부의 역습에 급속히 와해되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무함마드 무르시가 집권 1년만인 지난달 3일 군부에 의해 축출되자 무슬림형제단은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왔다.
▲ 이집트 실권자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가운데)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선언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과도정부 수반인 아들리 만수르 대통령(오른쪽)과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과 정국 위기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 과도정부 "내전 두렵지 않다"

하지만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에 나서고, 무슬림형제단 내부에서도 "강력한 군부가 있는 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논리에 따라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비폭력·평화주의' 노선이 흔들리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함마드 바디에(70) 무슬림형제단 의장까지 구금되면서 구심점까지 잃고 있다. 군부가 배후에 있는 이집트 과도정부는 20일(현지시간) 바디에 의장을 체포했다. 하젬 엘 베블라위 총리는 미국 <A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전도 두렵지 않다"며 반정부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진압 의지를 천명했다.

최근 며칠 사이에 반정부 시위대에서 1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초래한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이집트의 내전이 확대일로에 있다는 경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무슬림형제단 견제하는 걸프 연안 국가들

중동 역내의 세력 갈등도 변수가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걸프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이 테러단체와 연관돼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1928년 이집트에서 창설돼 이웃 국가로 세력을 넓혀온 무슬림형제단이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걸프국가들이 무슬림형제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집트 이슬람주의 정권을 지지해온 터키와 카타르의 영향력을 깎아내리려는 외교적 의도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군사원조 중단, 압박카드라도 되나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이집트 군부와 무슬림형제단의 유혈충돌이 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집트 군부가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축출한 것은 사실상 쿠데타이며, 쿠데타가 일어난 국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도록 한 미국 법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핵심은 이집트 군부가 가장 아쉬워하는 연간 13억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중단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집트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외신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이집트의 군사지원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내보내자 미국 정부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에 쿠데타가 발생한 파키스탄에 대해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원조 중단의 예외로 처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해서 받아들여진 선례롤 볼 때, 아직 쿠데타로 규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여전히 "재검토 중"이라는 말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피하고 있다.

미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올해 책정된 이집트 군사지원 예산 중 5억8500만 달러가 배정·집행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재검토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만 말했다.

미국의 군사원조가 이집트에 대한 '접근통로'를 부여하는 것일 뿐, '영향력의 통로'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베블라위 이집트 과도정부 총리는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집트는 미국의 원조 없이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베블라위 총리는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옛 소련 시절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공급받은 바 있다"면서 미국 이외의 대체 원조국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 정부가 이집트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하면 아랍국들과 함께 이집트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를 섣불리 중단하기 어려운 속사정도 여러가지가 있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는 기본적으로 중동의 아랍국 중 이집트가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하기로 한 1979년 평화조약의 대가이며, 소련의 군사원조를 끊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이집트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기도 힘들고, 미국이 군사 원조를 중단해도 이집트 군부가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대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나마 군사원조가 미국 정부가 이집트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의 경제규모가 256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13억 달러의 군사원조가 얼마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군사지원 중단은 이집트 군부가 선호하는 미국의 첨단 군사무기 구매도 중단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노후화된 이집트의 미제 군사무기들의 유지 보수에 필요한 부품 등의 공급도 중단되는 것을 뜻한다.

<뉴욕타임스>는 "이집트 군부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현재 운용 중인 탱크와 전투기, 헬기 등의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계약이 중단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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