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부의장으로 위촉된 현정택 인하대 교수(전 KDI 원장) 등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친수하고 "그 동안 운영하던 경제 관련 대통령 자문기구들을 이번에 모두 폐지하면서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유일한 대통령 경제자문기구가 됐다. 창조경제, 민생경제, 공정경제, 거시금융의 네 개 분과를 통해 경제 관련 국정과제를 모두 포괄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네 분과의 역할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위원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분과위원장을 맡은 거시금융 분과에 대해서는 "엔저와 미국의 양적완화,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지 논의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가 분과장인 창조경제 분과에는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혁신하고, R&D 확대와 창의적 인재 양성, 선순환 자금 생태계 조성 등에 창조경제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화, 투자 확대와 에너지 수요 억제 방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세 번째로 창조경제가 제대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고 누구나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정경제 분과 위원들은 지금의 불공정 관행은 물론이고 그런 관행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요인들을 분석해서 개선방안을 찾는데 주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문회의의 '공정경제' 분과의 역할을 경제민주화로 못박는 동시에, 경제민주화를 '불공정의 문제'로 제한한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행복기금과 하우스푸어 대책, 부동산 대책 등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핵심 과제들"이라며 "민생경제 분과가 중심이 돼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애로사항과 대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이었던 안상훈 서울대 교수가 이 분과를 맡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은 지난 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언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자료사진) ⓒ청와대 |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맡을 '공정경제' 분과의 위원 위촉은 다소 간에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과위원장을 맡은 서동원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에 몸담았던 인물이지만,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2008년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김앤장에서 일했던 전력이 논란이 됐었다.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의 '루프'를 몸소 보여준 경우다.
김앤장은 업계에서의 위상도 '갑'인데다 법조계 안팎을 불문하고 전직 고위관료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이 정관계 로비를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와도 '공정경제'와도 썩 어울리지는 않는 경력인 셈이다.
위원으로 위촉된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의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경제민주화를 담당할 분과 위원으로 경제민주화 반대론자를 앉힌 꼴이기 때문이다. 정 실장에 대한 구구한 설명 대신 그가 지난 27일 쓴 칼럼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복잡한 경제현상에 대한 몰이해를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경제에 민주화라는 단어를 덧붙이자 누구나 제멋대로 떠들기 시작했다. 반경제적이거나 반시장적 주장일수록 경제민주화 운동에 더욱 가까워졌다. 민주주의의 남용이 아니라 차라리 중국식 문화운동이요, 나치즘적 대중독재가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다. (…) 1987년 제1차 경제민주화가 만들어낸 것은 노동시장의 기득권 체제였다. 결국 제조업은 괴멸적 타격을 입었고, 생산기지는 중국으로 탈출했다. 지금 2차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대한민국은 여기까지!'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 기어이 전근대적, 촌락적 세계로 돌아가자는 퇴행의 몸부림이 바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다수 대중의 열렬한 지지다."
다른 위원은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듯한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장우 위원(경북대 교수)은 이달 <씨앤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는 이 둘(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고 했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소극성을 보인 경우도 있다. 김창준 위원(전 미 하원의원)은 이달 <주간동아> 인터뷰에서 "헌법 119조에 이미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다. 독점과 담합금지도 현행법에 규정돼 있다. 그걸 철저히 지키면 경제민주화는 자연스럽게 된다"고 했다. 현행법의 범위를 넘어 신규입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 소극적인 인식으로 분류되는 관점이다.
한편 전체 위원 30명 가운데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출신이 9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호 인하대 교수, 손양훈 인천대 교수, 김동환 안양대 교수 등 3명의 위원은 미래연 발기인 출신이다.
또 현정택 부의장과 안상훈 서울대 교수, 윤창번 김앤장 고문,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상빈 한양대 교수도 발기인은 아니지만 미래연 출신 인사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다음은 위원 30명의 전체 명단이다. (성명+자문회의 내 보직, 나이, 현 직함, 주요 경력 순) 현정택 부의장(64,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창조경제분과> 최원식 분과위원장(45),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김대호 위원(53),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손양훈 위원(55),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전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 윤창번 위원(59),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전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 이성용 위원(51), 베인&컴퍼니 한국사무소 대표, 전 美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허은녕 위원(49),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현대원 위원(49)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민생경제분과> 안상훈 분과위원장(44),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노사정위원회 위원, 전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전문위원 김경환 위원(56),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동환 위원(55),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 전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김현아 위원(44), 한국건설산업 연구원 문형표 위원(57), KDI 선임연구위원, 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 손원익 위원(54),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경준 위원(52), KDI 선임연구위원, 전 고용노동부장관 자문관 유길상 위원(60),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전 고용보험평가위원장 <공정경제분과> 서동원 분과위원장(61),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 김세종 위원(53),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김창준 위원(74), 김창준정경아카데미 이사장, 전 美캘리포니아 다이아몬드바 시장, 전 美하원의원(3선) 신인석 위원(48),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전 KDI 연구위원, 전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 이석근 위원(50), 롤랜드버거 컨설턴츠 코리아 대표 이장우 위원(56),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정규재 위원(56), <한국경제> 논설실장 <거시금융분과> 정갑영 분과위원장(62), 연세대 총장 박영석 위원(53), 서강대 경영대학장 박재현 위원(51), <매일경제> 상무이사, 안덕근 위원(4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KDI 정책대학원 교수, 전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 이상빈 위원(61),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증권학회장 조동철 위원(52), KDI 정책대학원 교수, 전 재경부장관 자문관, 전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조윤제 위원(61),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영국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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