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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00조 영업이익, '7.8만 명'이 아니라 '63만 명'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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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전자 300조 영업이익, '7.8만 명'이 아니라 '63만 명'이 만들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연결재무제표엔 있지만 성과급 산식엔 없는 공급망 노동자

3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누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낸 것일까? 우리 사회는 지난 몇 주 동안 이 질문을 놓고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논쟁과 격돌을 벌여야 했다. 300조라면 한국 정부 1년 예산(727조)의 40%가 넘는 금액이다.

4개 사업부문 중 수출이 90% 차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결 기준) 총매출액 133조 원이 발생하는 핵심 부문은 아래와 같이 4개로 나눠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영업이익이 나는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DS) 부문 매출액 비중이 60%가 좀 넘고, DX 부문은 40%에 좀 못 미친다. 2개 부문을 합하면 93%에 달하니 4개 부문에서도 DS와 DX 부문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 2026년 1분기 품목별 매출액. 각 매출액에는 부문 간 내부거래가 일부 포함되어 있음. (단위 : 억원)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그런데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매출처)은 구글(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다. 분기 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서 내수와 수출 매출을 구분해보면 아래 표와 같으며, 내수가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 2024년 ~ 2026년 1분기 내수 매출액과 지역별 수출 매출액.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판매만 해외 비중이 큰 것이 아니다. 생산공장도 글로벌 규모로 퍼져 있고, 해외 물류와 판매를 담당하는 수많은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법인의 경우 모두 삼성전자의 종속법인으로 연결감사보고서에 삼성전자의 지분율,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지표가 공개되어 있다. (아래 표)

▲국내외 삼성전자 생산공장의 지분율, 매출액, 당기순이익.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위 표에 등장하는 법인 중 미국과 남미·북미에서 운영 중인 법인은 6개(SEA, SSI, SAS, SII, SEDA, SEM)이며, 이중에서 반도체 생산법인은 미국 오스틴의 SAS이며 무려 40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SSI는 미국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에 해당한다.

중국·대만권의 경우 4개의 법인(SCIC, SCS, SSS, SET)을 운영하고 있으며, SCS가 반도체 생산공장이다. 베트남·인도·태국에서 운영 중인 생산법인(SEV, SEVT, SEHC, SDV, SIEL, TSE)은 6개이며, 대부분 스마트폰·전자제품·디스플레이·통신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유럽에서 운영 중인 법인(SEEH, SELS, SEG)은 3개이며 대부분 물류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익률 40%, 공급망은 1%대

공시된 수치가 '영업이익'이 아니라 영업외부문 및 세금 납부액을 포함한 '당기순이익'인 점은 아쉽지만, 공급망에 위치한 다른 기업과 삼성전자 사이의 격차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109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은 40조에 육박해 이익률이 40%에 근접한 반면, 나머지 기업 대부분은 바닥을 기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액 40조 원을 넘게 기록하고도 당기순이익은 7870억 원을 기록한 SSI의 이익률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한 반도체 부문, 그것도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미국의 판매법인 수익률이 왜 1%대에 머물러 있을까? 간단하다. 모든 수익이 삼성전자에서 나오도록 매출액·순이익이 미리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 20조 원대의 SSS 역시 당기순이익은 2866억 원으로 이익률은 고작 1.4%를 기록했다. 이 법인은 중국 내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이며, 고객 대응 기능까지 갖춘 곳이다. 미국보다 더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중국의 판매법인 수익률이 낮은 것 역시 미리 설계된 것이다.

즉 판매법인은 본사의 설계도에서 거대한 매출을 통과시키는 관문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최종 이익의 배분은 본사가 설계한 내부거래 가격과 기능·위험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법인별 손익은 자연발생적 시장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기업 내부의 권력관계가 회계 숫자로 번역된 결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DS 7.8만 명이 300조 이익 창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기록된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 규모는 2025년 말 현재 12만 8000명에 달하며, 이 중에서 반도체(DS) 부문만 떼어놓고 보면 7만 8000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7만 8000명이 한국 정부 1년 예산 40%를 웃도는 300조 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는 말일까? 이건 뭐 굳이 논증하지 않아도 허황된 소리 아닌가.

▲삼성전자 한국 생산공장 사업부문별, 성별, 고용형태별 노동자 수와 평균근속연수.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우선 위 표에 등장하는 '소속외 근로자' 즉 삼성전자 한국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만 4만 4000명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DS 부문만 따로 떼어낸 인원수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DS 부문 생산공장에 상주하는 협력회사와 전문 장비업체 노동자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뿐이 아니다. 1981년에 설립된 단체인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의 경우 2023년 현재 208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매출 총합만 70조 원, 고용 인원은 29만 2000명에 달한다. 협성회 가입 여부를 떠나 삼성전자 1차 협력사만 700여 개 직원 규모는 3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간접 인력 최소 60여만 명이 결합

삼성전자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속가능경영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총 임직원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한국 12만 5000명과 해외 13만 7000명을 포함해 총 26만 2000명에 달한다. 해외 고용인력 13만 7000명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해외 생산·판매법인에 대부분 고용된 노동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법인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인원 규모도 1만 7000명에 이른다.

▲2022~2024년 삼성전자 임직원과 임직원 아닌 노동자 수.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지난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300조 원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이다. 즉, 삼성전자가 지배하는 308개의 기업을 하나의 결합체로 간주해 계산한 수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종속회사들의 이익률은 1%대로 설계된다. 종속회사가 아닌 1·2·3차 협력사 이익률은 이보다 낮았으면 낮았지 결코 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300조 원 영업이익은 국내외 직접고용 인력 26만 2000명, 직접 고용은 하지 않았지만 공급망·협력사 인력 37만 명 등 최소한 63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인력을 제외한 국내 인력만 계산한다 해도 50만 명이 넘는 숫자다. 이게 바로 삼성전자 공급망에 위치한 노동자 규모라 할 수 있다.

50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조직할까

국내외 60만, 아니 국내에만 50만이 넘는 노동자의 성과이니 300조를 50~60만 명에게 공평히 나눠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을 읊을 생각은 없다. 그런 일은 누가 주장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옳은 얘기도 아니다. 300조에 달하는 영업이익은 온전히 노동자들만의 역할로 나온 게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삼성 재벌에 막강한 특혜와 지원을 몰아준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사이드경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내는데 관여한 국내 50만 명에 달하는 공급망 노동자 규모가 확인되었다는 점에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300조의 이윤이 쌓이는 동안 착취의 신음 한번 질러보지 못한 노동자들의 존재 말이다. 지난 몇 주 동안의 논쟁과 격돌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이제 목소리를 갖지 못했던 그들을 호출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 그 방법에 대해 논해보기로 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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