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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인민의 허리띠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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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인민의 허리띠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더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3호 <2>

1. 최근의 북한경제 상황

북한이 지난 4월 8일, 개성공단 사업 잠정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외부 세계의 관찰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한 충격도 컸지만 북한의 셈법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북한은 미국정부 및 한국정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개성공단을 정치적 제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의문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발생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 만큼 북한경제가 좋아졌다는 것인가.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는 않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사상최고치를 갱신하며 전년보다 5.4% 증가했다. 또한 북한을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고, 북한 인력의 해외송출도 상당히 늘어 외화수입도 꽤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식량생산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WFP/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생산은 전년대비 6% 증가했다. 또한 2010년 5월 이후 북한당국이 시장에 대해 계속적으로 유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이에 따라 물품 유통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2011년 6월에 열린 북중 합작 황금평 경제특구 착공식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2010년 5.24 조치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은 중단되었다. 남한정부에 의한 대북 인도적 지원도 2008년 이후 끊어진 상태다. 북중무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외화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아울러 북한은 아직도 식량난,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물가와 환율의 움직임은 매우 불안하다. 북한 경제는 아직까지 1990년대 초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경제가 자생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북한경제는 현재 위기의 장기화, 위기의 만성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출범 1년째를 맞는 김정은 체제로서는 이른바 '경제 문제'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이다.

2.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간의 경제정책 평가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간의 경제정책은 외부세계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실망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한때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김정일의 정책을 대부분 답습했다는 평가가 많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두 달 후에는 6· 28 방침을 내부적으로 공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월에는 장성택이 중국을 방문, 북중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또한 수만 명의 근로자들을 해외에 파견, 외화벌이 총력전을 전개했다.

그런데 지난해 김정은의 현지지도 내역을 보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 눈에 띈다. 군대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경제분야였는데 경제분야 지도는 산업현장보다는 평양의 위락시설, 고급 식당, 상점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국가 전체의 자원배분 구조를 보아도 장거리 로켓 개발, 3차 핵실험, 우상화 작업, 평양 중심의 전시행정 등에 재정이 집중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금수산 태양궁전공사를 비롯해 창전거리의 인민극장, 릉라도의 곱등어관, 물놀이장, 유희장, 미니골프장,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대동강 선상 식당, 해수 수영장 등 평양 시내 30여 개의 서비스 및 위락 시설이 개축 신축되었다.

더욱이 6·28 방침의 시행은 계속 지연되었으며 대내외 경제정책은 종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정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의 시장경제활동을 방임했고,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유지·확대하는 선에서 그쳤다.

지난 1년간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주민들보다는 권력층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평가가 가능하다. 일반 주민 챙기기보다는 권력층 챙기기에 주력한 것이다. 물론 구호로는 인민생활 향상을 외쳤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층 챙기기에 치중한 것이 아직 권력기반이 안정되지 못한, 이른바 집권 1년차라는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북한 정권의 성격상 당연한 것이었는지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어찌되었든 '인민생활의 향상'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이다. 주민들의 식량난은 아직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3. 향후 경제여건 및 경제정책 전망

북한은 지난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개최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켜 강성국가 건설을 앞당겨 나갈데 대하여'라는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새로운 국가전략노선으로서 '경제와 핵의 병진 노선'을 내세운 것이다. 아울러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과업으로서 △농업과 경공업에 역량 집중을 통한 인민생활의 안정·향상, △자립적 핵동력공업 발전 및 경수로 개발 사업을 통한 전력 문제 해결, △우주과학기술발전을 통한 통신위성 등 발사, △지식경제로의 전환 및 대외무역 다각화 다양화를 통한 투자 활성화, △핵보유의 법적 고착과 세계의 비핵화 전까지 핵무력의 질량적확대·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 노선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쪽에서는 국방비를 최소화해서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위한 논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결과는 핵보유 기정사실화이지만 논리는 경제건설을 위한 절박함이며, 따라서 이 노선은 1960년대 국방·경제 병진 노선이나 김정일 시대 국방공업 우선 발전의 선군경제노선과 구별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북한이 처해 있는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특히 선군정치라는 큰 틀에 비추어 볼 때 북한 지도부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경제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경제·핵 병진노선'이 종전의 국방·경제 병진 노선이나 김정일 시대 국방공업 우선 발전의 선군경제노선과 구별될지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근본주의적인 접근을 하는 쪽에서는 핵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경제발전을 함께 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며, 망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건설에 필수적인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지원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경제정책의 큰 변화 없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장에 대해서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북중경협 확대도 용이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있으며 중국 투자가들의 관망세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4.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전망

6· 28 방침의 시행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다음의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아직도 정책의 큰 방향성만 섰을 뿐, 세부적인 논의가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아직 방침을 시행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몇 가지 방식으로 시범운영을 해 보았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일부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도부의 개혁 의지가 후퇴하면서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되었을 가능성이다.

어찌 되었든 북한 지도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개혁개방의 필요성과 제약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개혁개방의 필요성으로는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 등 경제난의 해소, △권력층의 금전적 욕구 해결 등이 있다. 개혁개방의 제약요인은 △세습정권, △대외관계 미개선, △기득권층의 반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큰 틀로 보아 개혁개방의 필요성보다 제약요인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여건에 비추어 보면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실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개혁개방을 현재의 수준보다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과거 7.1 조치도 그러했고 최근의 라선 황금평 특구도 그러하다. 당시의 여건에 따라 개혁·개방의 범위와 수준을 제한적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으며, 또한 제한적이지만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이 지난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판 경제개혁의 기수인 박봉주를 내각총리로 복귀시킨 것도 이러한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물론 박봉주를 내각총리로 재기용했다는 것만으로 북한이 본격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그의 기용이 개혁의 확대를 시도하는 분위기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당분간 북한의 개혁개방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향후 한반도 정세가 현재와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진정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게 되었을 때 북한에서 개혁개방의 확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6.28 조치의 부분적 혹은 전면적 시행 혹은 라선 황금평 특구 이외의 북중경협 확대 조치, 나아가 남북경협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태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5·6월호(제23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경제상황과 개혁·개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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