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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곧 특별행동 개시" 대남 경고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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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곧 특별행동 개시" 대남 경고의 이면

[분석] 북-중-미 3각 행동과 MB 정부의 오판

북한이 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발표 후 남쪽을 향해 험악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5~6월 서해 꽃게잡이철을 맞아 남북간의 무력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각기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명박 정부의 정세 오판을 지적하며,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이한 수단으로 행동하겠다" 경고의 의미

북한의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특별작전행동소조는 23일 '통고'를 발표해 "역적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경고했다.

소조는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모든 쥐새끼무리들과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조는 또 "특별행동의 대상은 주범인 이명박 역적패당이며 공정한 여론의 대들보를 쏠고 있는 보수언론매체들을 포함한 쥐새끼무리들"이라고 적시했다. 소조는 이같은 위협의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9일 북한 농지개혁 촉구 발언, 같은 날 국방부의 정밀타격용 크루즈 미사일 공개를 지목했다.

이같은 북한의 대남 강경 발언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16일) 다음날인 17일 '안보리 의장성명을 배격한다'며 과거에 비해 온건한 반응을 내놓은 후, 18일부터 남쪽을 향해서만 비난을 집중하고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 남측 보수단체 시위와 이명박 대통령의 '미사일 발사 비용은 북한 6년치 식량분' 발언 거론하며 "최고존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도발에 서울 날려버릴 수 있는 특별행동조치" 경고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 비난
19일 북한 정부·정당·단체 성명 : "최고존엄 모독 사죄 요구"
19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 "종합적 우주계발계획" 있다며 남측 비난
20일 평양 대규모 군중대회 : 이명박 대통령 원색 비난
22일 북한 외무성 : "조선반도에 무슨 일 터지면 이명박 책임"
23일 인민군 최고사령부특별작전행동소조 : "특별행동 곧 개시"

북한의 최근 대남 경고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경고의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보수언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같은 극우단체이다. 둘째, 경고의 이유는 '체제 모독과 존엄 훼손'으로 압축되는데, 북한 내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크루즈 미사일을 공개한 국방부 등의 행태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23일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에는 '특별행동'의 방법과 시간 간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후 한 달가량 대남 비난을 쏟아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북한 내부 결속용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었지만, 최근의 기류는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로 행동에 나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다양한 국지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행동을 예고하는데 무게중심이 있다"며, 국지 도발은 물론이고 "특이한 수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자파 교란이나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무인공격기 등을 이용한 국가핵심시설 공격도 거론된다.

▲ 20일 평양 군중대회에 등장한 이명박 대통령 비난 포스터 ⓒAP=연합뉴스

왜 미국‧중국 아니라 남측인가

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 후 비난의 초점을 남쪽에 맞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뜻 납득되지는 않는다. 안보리 의장성명은 미국이 주도한 것인데 왜 북한은 미국이 아닌 남쪽을 타깃으로 삼는가? 중국도 북한을 비난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에 찬성했는데 왜 북한은 '중국의 배신'을 공격하기는커녕 21일 북중 전략대화를 했나? 이러한 의문은 눈에 보이는 정세 뒤편의 맥락을 이해해야 풀 수 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이정철 교수와 임수호 박사는 공히 의장성명의 9조를 주목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결의를 표명한다." 이 9조의 핵심은, 연평도 포격과 같은 남북간 분쟁을 뜻하는 '군사도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그 틈새를 적극 활용해 남쪽을 '두드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게 두 전문가의 설명이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중국은 의장성명 9조를 근거로 대응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을 도발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못한다. 미‧중이 의장성명에 따른 행동을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남북간 충돌이 있더라도 북‧미가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지 못할 정도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냉각기가 조금 더 길어질 뿐이다. '서해 충돌은 남북간의 문제'라고 규정하는 중국도 남북의 충돌이 있다고 해서 기존의 북중관계를 행동으로 깨뜨릴 이유는 없다. 북한의 최근 대남 비난은 이러한 계산의 결과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북한이 남쪽만을 집중 비난하는 것은 곧 미국과의 조속한 협상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정철 교수는 설명했다. 남북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 하여금 위성 발사 이후 냉각기를 가급적 짧게 가져가야 하는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의 불안을 최소한 관리라도 했다는 말을 하려면 말이다. 북한의 거친 언사는 역설적으로 '북미대화 촉진 요소'가 되는 셈이다.

최근 미국은 북한과 맺은 2.29 합의가 위성 발사로 인해 파기됐다고 선언하기보다 '합의 이행이 중단됐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앉혀 놔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대응법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2.29 합의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북‧미 양측을 중재하려는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우미'가 되고 있다.

"MB '통중봉북'은 정세 오판"

이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북·중·미 3국의 상호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태평한' 얘기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강연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은 지나간 과거사다. 나는 오히려 통중봉북(通中封北)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하고만 대화해서 한국이 외톨이가 되는 '통미봉남'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이 중국과 협력해 북한을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내정을 타박하는 발언을 부쩍 자주 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의 정세 논평이나 상황 악화 발언이 아니라 정세를 정확히 보고 무력충돌의 위험을 낮추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상황 관리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북한의 험구(險口)와 다를 바 없는 대응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 특별작전행동소조의 경고에 대해 "국제 테러 집단이나 하는 언동"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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