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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질문, '한-중 사이에서 한미동맹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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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질문, '한-중 사이에서 한미동맹은 무엇인가?'"

[이수훈 칼럼]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을 위하여 <4>

금년으로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오랜 냉전 기간 동안에 쌓인 적대와 불신의 관계를 극복해나가면서 지난 20년 동안 한중관계는 눈부시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경제 분야는 말할 것 없고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도 눈에 띄게 진전되어왔다. 공식적으로도 선린우호관계→ 협력동반자관계→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거쳐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구축했다.

한국과 중국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관계이며, 상호 주목할 여지가 많은 관계이기도 하다. 일단 중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을 주목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대외전략의 중추인 주변지역정책, 동아시아 지역협력이라는 장기적인 구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찾고 있다. 둘째, 한중관계를 강화해 강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약화시키고자 한다. 셋째,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북한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과의 파트너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양국 간 무역규모가 2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호보완성이 높은 경제협력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황사, 환경, 마약 등 비전통적 안보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협력의 필요성이 있다.

반면, 한국도 부상한 중국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첫째,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 안정에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범위가 넓다. 셋째, 비전통적 안보문제를 처리하는데 있어 양자 협력이 중요하다. 넷째,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25%에 달했고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 과거 마늘파동 같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의 눈부신 발전과 외교적 형식의 격상에도 불구하고 한중간에는 상호 인식차와 기대차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 점이 상당히 선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한미동맹 강화 노선을 시발점으로 해서 한중관계가 순탄하지 못하도록 방향이 잡혀갔다. 그 첫 시그널은 2008년 5월말에 열렸던 이명박 정부 첫 한중정상회담에서 이미 감지할 수 있었다. 즉, 한중정상회담 기간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역내에 닥친 안보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비판한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아이러니는 바로 2008년 5월말 문제의 첫 한중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다는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안보의 최고선으로 여기면서 중국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마음자세가 부재한데 중국과의 공식 관계를 격상시켰다는 점은 분명 아니러니에 속한다. 실제 이후 양국 정부의 언설이나 행동에 비추어볼 때 "전략적 협력동반자"라고 평가할 수 있는 관계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외교를 펼칠 때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관계가 아니라는 성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우리가 중국에 대해 이런 저런 요구를 하면 중국은 "우리는 우리 입장에 따라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주권 침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과도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비협력적 태도를 분명히 하였던 것이다.

천안함 외교의 과욕은 중국을 아주 당혹스럽게 만들어 어떤 후과(後果)가 있을 지 알 수 없는 형국을 초래하였다. 중국에 대해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요구를 해서 중국 외교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노골적으로 기계적 맞대응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는 통일부 장관(현인택)까지 동원되는 미숙함이 드러났다. 한중간 경제적 밀도와 차후 북핵문제나 6자회담 등에서 한국이 받아야 할 협조를 감안한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한국이 미국 정도가 된다면 중국에 정중하게 어떤 문제 해결에 대해 "책임있는 역할을 해달라"라는 주문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언론이 나서서 중국을 압박해대니 중국 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겠는가. 어떤 후과가 있을 지를 검토하면서 외교를 벌여야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쌓여 정치적 신뢰가 유실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한미동맹 강화 노선이 초래한 관계 악화가 한 측면이라면 북한 정책을 두고 양국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인 점 역시 양국 관계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가는 데 핵심적 요인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안정과 평화를 무척 강조하면서 비핵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정책 기조를 확고하게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강경대결로 일관했다. 이같은 두 국가의 대북정책은 메울 수 없는 격차를 내포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쟁점이 등장할 때마다 국내 민족주의적 정서를 동원해 "중국 때리기"를 했다. 중국에 할 말을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행동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과 언술에는 반드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며,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중국때리기"로 통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득실표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근래 양국간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탈북자 북송 문제는 교훈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200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장면. 왼쪽부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명박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뉴시스

한국이 처한 동북아 지정학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동시에 발전시킬 것을 요구한다. 한중관계의 내실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외부변수는 한미동맹이다. 과거 중국외교에서 한미동맹은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중관계와 동북아 질서가 변화하면서 '한미동맹'의 성격을 묻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국의 대중외교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자 매우 불편한 현실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미편승전략을 통해 중국이 한국을 전략적으로 주목하게 한다는 것은 하나의 이상형에 불과하다. 오히려 한미동맹과 한중협력 사이에는 '전략적 차등화'가 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부각했다. 문제는 중국의 부상에 따라 이러한 안보구조를 현실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한중관계는 한미동맹의 대체재가 아니며, 중립노선이나 한미동맹의 조정에 따른 미국의 반발로 인해 안보위협이 급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만으로는 현재의 미중관계의 복잡성에서 오는 안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대미 편승외교는 한국의 균형전략을 어렵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한미동맹을 절대시하는 오류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 간 하위정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충돌에 대해서는 한국이 보다 능동적으로 접근, 한국 외교가 미국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한국외교의 중심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한국은 글로벌 중견국가로서 스스로의 지정학적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사려 깊고 분별력 있는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에도 장기적으로 적용되는 흔들리지 않는 준칙과 유연하고 민첩한 외교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국가이익을 넘어 보편적 국제사회의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미지와 평판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이라는 양도할 수 없는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이를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기억의 축적과 장기적 호흡으로 세계를 접근하는 중국적 사고방식을 잘 인지한 나머지 신뢰에 기반한 점진적인 관계맺기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중관계에는 규범이 충돌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대체로 이념과 가치, 역사인식, 경제관계로 나타난다. 장기적으로는 규범에 대한 상호이해와 공유를 위한 인식을 정립하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규범의 수용과 배제의 경계를 확립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양자관계의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가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와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한중관계 내실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정책적 과제들에 대해 구체적 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중국정책의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한중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조직과 인력은 확충되었으나, 대중국외교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중장기적 대전략의 틀에서 중국외교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변방의식이나 소국의식에서 벗어나 한반도 지정학을 강대국정치에 활용하는 의제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한 소통구조를 내실화하는 것이다. 한중관계에서 지속가능한 '대화'가 부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차관급 전략대화를 내실화하고 다양한 비공식 전략대화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외교는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이러한 메커니즘을 지속할 수 있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 정부가 중국 국민을 상대로 하는 대중국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를 확대하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공공외교는 정치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일반대중과 여론 주도층을 분리하여 맞춤형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아시아 대표문화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공통의 자산을 전파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중 FTA 협상 개시가 합의된 만큼 그것을 지역통합형 네트워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중간의 구체적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일단 한국의 산업 보호, 기술경쟁력의 지속적 확보, 다양한 산업정책과 정책지원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중 FTA를 두고 한국사회 내부에 사회갈등을 피할 수 없고, 이는 한중관계 진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섯째, 역사와 영토 해결방식의 합의이다. 학문의 영역에 정치가 개입될 경우 한중관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 더구나 민족적 자부심의 충돌이나 민족주의 열기가 고조될 경우 여론정치의 특성상 합리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쟁점은 남겨두고 공동으로 협력하는 틀'을 구축하는 한편, 사전에 이를 예방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 이 글은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이수훈 경남대 교수의 제언 7편 중 네 번째 글이다. 이 교수는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진보·개혁 진영의 대외 전략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나라당의 새 정강정책에 대한 비판(1편)을 시작으로 남북관계(2편), 한미관계(3편), 한중관계(4편), 동북아 협력 문제(5편), 중견국가론(6편), 국제협력 외교(7편)를 논한다. 필자는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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