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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아보면 북미 비핵화 회담 승자는 분명 미국"

조엘 위트 "미국, 북한을 두려워하지 말라"

북미 '2.29 핵 합의'가 나오면서 향후 한반도 정세는 북미 양자대화에 크게 좌우되는 형국이다. 김정은의 북한은 대외관계에 어떻게 임할까, 11월 재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조엘 위트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21일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북한 협상가들은 터프하고 교활한 집단이지만, 미국은 이미 과거예도 그들을 계략으로 압도해 왔다"며 미국에 '자신감'을 주문했다.

위트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이 '같은 물건에 두 번 값을 치를 수 없다'면서 북한과의 핵협상을 반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994년 북한에 약속한 경수로 발전소가 아직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멈춘 것은 압박이나 제재가 아닌 외교, 즉 1994년 제네바 합의였음을 강조했다.

이 글은 북미 회담 이전에 발표된 것이지만, 앞으로의 미국의 대북 협상 전략에서도 유의미한 몇 가지 지적과 제언을 담고 있다. 조엘 위트는 94년 미 국무부에 있으면서 북미 제네바 합의를 담당했고,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의 북핵팀장을 맡기도 했다.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번역해 싣는다. (
☞원문 보기) <편집자>





▲ 인공위성이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뉴시스

김 씨 가문과의 협상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고위급 대화는 김정일 사후 북미 간의 첫 공식 접촉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을 내놓는 가운데, 이 만남은 중요한 '실태 점검'의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 새 지도부를 '진맥'하고 북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입장을 계속할 것인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감지할 기회다.

과거 좋았던 시절에도 우리(미국)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떠안아야 할 어려움을 과소평가했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대해 "좋은 옵션이란 없는 곳"이라고 부르기를 즐겨한다. (오늘날 미국이 직면한 많은 대외정책에서의 도전 역시 마찬가지지만) 북한은 지난 60년 간 저지른 나쁜 짓 때문에 '문제아'의 전형으로 남았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06년과 2009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 2010년 한국에 대한 재래식 군사 공격 등이다.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서, 또 현장에서 직접 협상을 해온 경험이 있고 그들과 대면해 사업을 해온 우리만큼 이를 더 잘 아는 이들은 없다.

(필자는 미국 정부 당국자 신분으로 1996년 처음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북한 기술자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맹렬히 토로하며 장광설을 폈고 이는 마치 몇 시간이나 계속된 것처럼 느껴졌다. 필자는 뉴욕에 있는 친구들에게 자랑거리도 만들 겸 불쾌한 반응을 보일까 했지만 꾹 참고 '국무부 식으로' 대응했다. '당신의 염려에 대해 내 상관에게 전달할 테니 일단 일부터 하자.' 그랬더니 북한 기술자는 즉시 태도를 바꿨고 우리의 대화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정가를 떠도는 생각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마치 북한을 키가 3m나 되는 괴물 처럼 여기는 신화를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돼 있다. 지난 3년 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가져올 위험에 대해 노래를 부르면서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않겠다"느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느니 하는 말들만 반복했다. 마치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북한이 우리를 빈털터리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필자가 국무부 관리로 있을 때, 동료들과 이런 농담을 하곤 했다. "북한과 이스라엘이 협상을 벌인다면 '협상의 월드 시리즈'가 될 것이다." 북한은 터프한 상대다. 하지만 신화로부터 깨어나 보면 지난 20년 간 미국인들이 깨닫지 못했던 사실이 보인다. 미국은 북한과 매우 잘 협상해 왔다는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보자. 제네바 합의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최종적으로 해체하기로 했다. 그 대신 북한은 2기의 경수로 핵발전소와 중유를 지원받기로 했다. 게다가 이후 북미, 북일, 남북관계가 호전되면서 식량 등 다른 형태의 지원이 북한에 제공됐다. 이는 엄중한 정세 속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에 유약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진행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무시하는 하나의 엄연한 사실이 있다. 1993년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2000년까지 60~100기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라크 때와는 달리 당시의 추산은 핵시설에 대한 위성사진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라크 WMD에 대한 거짓 정보를 제공한 암호명 '커브볼' 따위 극비 출처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대량의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은 아무리 온화하게 말한다 해도 '심각한 위협'으로 그려졌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핵심은 3기의 원자로와 축구장 크기의 플루토늄 분리 시설이었다. 가장 작은 5메가와트(MW) 규모의 원자로는 1986년 완공됐고 매년 약 1기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었다. 좀더 큰 규모의 시설 2곳은 1990년대에 완성될 예정이었다. 매년 8~10기의 폭탄을 만들 플루토늄을 생산할 50MW 원자로는 90년대 중반까지, 발전용인 것처럼 보이기는 했으나 역시 폭탄 제조에 이용될 수 있는 200MW 규모의 원자로는 90년대 말까지 지어질 예정이었다.

2002년에 제네바 합의는 붕괴됐다. 그때 북한은 오직 한 줌의 핵무기를 만들 양의 핵물질만을 가지고 남겨졌고 이는 1993년보다도 훨씬 적은 양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제네바 합의가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이 중요한 핵시설들을 유지하려고 하지도 않았었다. 예를 들어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 로스알라모스 핵연구소장은 2004년 북한의 50MW 원자로를 방문했을 때, 이 시설이 "심각한 요(要)수리 상태"에 있으며 "버려진 시설"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제네바 합의가 붕괴해도 북한에 남겨진 것은, 살려볼 여지가 없는 쓰레기였을 뿐이지 (북한이 감당할 수조차 없을 액수인) 수십 억에서 수백 억 달러가 소요됐을 10년 간에 걸친 핵무기 개발 노력의 성과는 아니었다.

물론 북한은 그 대가로 뭔가를 받기는 했다. 그들은 50만 톤의 중유를 거의 8년 동안 매년 받았고 제네바 합의의 틀 밖에서도 다른 간접적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에게 남겨진 협상의 기념물은 [경수로 발전소 건설 현장의] 콘크리트로 메워진 두 개의 거대한 구덩이 뿐이다. 이 자리에 지어지기로 했던, 북한에게 제공하기로 약속된 경수로는 완공되지 않았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니었다. 미국의 협상가들은 단계적 접근을 취할 만큼 충분히 영리했다. 만약 북한이 우리의 비핵화 요구를 만족시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실제로 그러지 않았다) 경수로 프로젝트는 중단되는 운명이었다. 게다가 경수로 건설에 든 비용 200억 달러는 북한이 아닌 해외의 업체들로 갔다.

어떤 국가가 결국 더 나은 협상 결과를 얻은 것일까? 확실히 미국이다. 2002년 이래로 북한은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2회의 핵실험을 했고, 남아 있는 시설에서 생산할 수 있었던 소량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으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들은 소규모의, 약 8기 정도로 추산되는 핵무기를 갖고 있으며 UEP에서 고농축우라늄(HEU)이 생산된다면 핵보유고는 서서히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2000년대 초반 미국 정보기관의 예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제네바 합의가 작동하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된 200기보다 훨씬 적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북한의 나쁜 행동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기보다는 한국의 보수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강한 필요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보수정권은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최선의 방안은 제재와 압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은 틀렸음이 증명됐다. 북한은 WMD 개발을 계속 진행했고 심지어 2010년 말 남측에 대한 재래식 무기 공격까지 감행했다.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또한 오바마 행정부를 공화당의 피할 수 없는 비난에서 보호하긴 했지만 북한의 위협을 중단시킬 유용한 도구를 잃게 했다.

북한과의 협상이 쉬울 것이라는 환상 따위는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 희망을 갖게 하는 베이징(北京)에서의 북미 대화 재개로 인해, 미국 정부는 신화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매우 신중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의 [부정적인] 사례도 있다. 하지만 북한과의 외교는 과거에도 미국의 국익을 잘 보장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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