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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 중 북미 핵합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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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 중 북미 핵합의 의미는?

오바마 정부 첫 북핵 합의, '김정은 외교 장악' 과시

북한과 미국의 '2.29 합의'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 언론과 전문가 및 당국자들은 특히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외교를 장악하고 있고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라는 사인을 보내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평가는 북핵 문제에 관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3년 만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합의라는 점, 그것도 북한이 통상 대화테이블 자체를 거부하던 '키 리졸브' 한미 합동훈련 기간 중에 이뤄졌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은 2월 29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과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의 일시 중단과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합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김정은의 북한이 서방과의 대화(engaging)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최소한의 관심을 보인 첫 번째 신호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는 신문에 "이번 합의는 지난해 동안 우리가 계속 시도해왔던 것"이라며 "북한이 지속성을 갖기를 원한다는 사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식량 지원을 원했고 나는 그들이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을 위해 비교적 조용한 (대외) 정치 환경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많은 미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한국 공격과 같은 군사적 도발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세우려 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보여준 미국과의 대화 움직임은 김정은이 24만 톤의 식량 지원을 따내며 대미 외교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신문에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마주했던 똑같은 북한 협상가들과 앉아 있었다"며 "그들이 이슈들을 말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도 변화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대화를 재개하고자 하는 북한의 뜻은 '중단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관심을 보인 것이고, 그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100일 추도 기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합의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 "식량 지원은 합당한 대가"

<뉴욕타임스>도 김정은이 협상 복귀와 대미 대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재선에 도전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 차단에 골몰하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핵 활동 동결은 북한의 행동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에 대해 미 당국자들과 분석가들의 설명은 다르지만 북한이 상당한 양보를 했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젊고 경험없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해왔으며 군부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신호라고 일부 분석가들과 당국자들이 말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미 합의에 대한 별도의 사설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김정은의 의도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대북 식량 지원은 합당한 대가(reasonable price)"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또 김정은이 최소한 지금까지는 건설적인 길을 찾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지만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 또한 "너무 위험해서 무시할 수 없다"고 끝맺었다. 회의보다는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언론의 평가와 유사하게 한국의 전문가들도 김정은이 대미 외교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고 3개월 후에 북미 제네바합의가 체결된 패턴이 재연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사망 2개월을 약간 넘은 시점에 미국과 중요한 합의를 이룬 것은, 대외 환경을 빠르게 정비해서 체제 안정을 기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미 매파들 무엇을 공략할까?

변수는 미국 공화당 등 대북 매파와 한국 정부의 태도다. 공화당 소속 존 카일 상원의원(애리조나)의 성명은 이번 합의에 대한 공화당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비핵화에 협력하겠다는 북한의 의심스러운 약속만 믿고 북한에 금전적 인센티브나 식량 지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바마 정부의 공언이 철저히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 사설도 식량 지원이 포함된 이번 합의에 대해 공화당이 비난한 거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영변 아닌 다른 곳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할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2일 기사는 이명박 정부의 '공략 포인트'를 시사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 핵무기 비확산문제를 연구하는 제임스 마틴 센터의 핵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로이터> 통신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사찰을 다시 해보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핵무기 비확산 전문가 마크 피츠패트릭은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 우라늄 전환 시설은 물론이고 최소한 1개의 핵실험 시설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IAEA 사찰단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육안으로 직접 보고 감시 활동을 하면서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조치를 확인할 때까지 (6자회담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선행해야 다른 것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평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같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관한 주된 논의와 합의가 북미 양자 직접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최근의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 그 자체의 의미는 퇴색됐다는 점에서 '한국 달래기' 이상 별 의미가 없는 논평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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