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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미사일발사-우라늄농축 '임시중단'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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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실험-미사일발사-우라늄농축 '임시중단' 합의

미국은 영양식 지원키로…북미 대화가 한반도 정세 좌우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우라늄 농축 활동을 임시 중단하기로 했다. 북한은 또 우라늄 농축 활동 임시 중단을 검증하고 감시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의 복귀에도 동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23∼24일 베이징(北京)에서 있었던 3차 북미 고위급 회담의 합의 사항을 한국시간 29일 오후 11시(미국시간 오전 9시) 동시에 발표했다.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했다. 양측의 발표 내용엔 강조점이 다른 부분이 일부 있었지만, 북한의 3대 활동 임시 중단과 IAEA 사찰팀의 복귀라는 핵심 내용은 같았다.

2010년 11월 미 핵과학자에게 공개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임시 중단되는 것은 북핵 문제에 있어 중요한 돌파구로 평가된다. 미 국무부도 이에 대해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작은 첫 단계'(a modest first step)"라고 말했다.

북한의 '임시 중단'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는 식량 지원이다. 미 국무부는 "집중적인 모니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24만톤 규모의 영양 지원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행정적 조치를 매듭짓기 위해 북한과 만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 "지속적인 수요에 근거한 추가 지원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과거 사실상 합의한 24만톤의 영양강화식품 외에 5~6만톤가량의 알곡(옥수수)을 추가로 제공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이 긍정 검토하고 있음을 뜻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같은 말을 했다.

다만 24만톤 지원이나 추가 지원 모두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한 것이어서 북한의 요구가 완전히 관철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양국은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 및 IAEA 사찰단 복귀 시점 등과 연동해 식량 지원 개시 일정과 추가 지원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되며, 미 공화당 등 보수파의 공격과 한국 정부의 견제 등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 양자 직접대화, 무력화된 6자회담 대체중

그 외에 미국과 북한이 공히 발표한 사항은 다섯 가지다. △미국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고 주권과 평등에 대한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양자 관계를 개선할 준비가 됐음을 재확인했고 △양측 모두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정전협정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한 초석임을 인정하고 △문화ㆍ교육ㆍ스포츠 교류를 강화하며 △미국의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을 겨냥하지 않음을 명백히 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관계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내용으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2008년 12월 이후 열리지 않는 6자회담을 북미 양자 회담이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에 여러 전제조건을 달면서 회담 개최를 어렵게 한 결과, 북미 양자 대화가 한반도의 정세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주제로 "조(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조성 조치들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보장,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문제들"을 소개하며 6자회담 재개를 맨 뒤에 두었다. 이에 따라 향후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미간 합의 내용을 추인하는 성격이 보다 강해질 공산이 크다.

북한만 발표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북)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이 6자회담 재개에 너무 많은 조건을 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 '북한도 제재 해제를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다'고 응수해 왔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1718호 결의와 2009년 2차 핵실험 후 나온 1874호 결의에 따른 제재를 해제해야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버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6자회담이 시작되면 거기서 제재 해제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이번에 한 발 양보했거나, 한국 정부의 당초 설명이 잘못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북한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 발발 후 중단된 경수로 원전 건설을 여전히 원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영변 핵시설 포기에 따른 전력 공급원을 보장해야 함을 말하는 동시에, 영변 핵시설은 민수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는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양측이 같은 시간에 각자 발표하는 이례적인 방식을 택했다. 공식적인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할 경우 단어 하나하나를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하는 과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의 경우 발표 형식의 수준을 낮춤으로써 보수파가 공격하거나 한국이 견제할 소지를 없애겠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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