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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란이 아닌 시리아에서"

[해외 시각] "미국과 영국이 시리아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시리아 사태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집권 바트당을 시리아의 '유일영도체계'로 규정한 구 헌법을 대체해 정치적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한 새 헌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반정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은 멈추지 않았다.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중서부 홈스에서는 정부군 포격이 3주째 이어졌으며, 이날 하루에만 시리아 전역에서 민간인 72명 등 모두 98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인권단체들은 주장했다. 시리아 야권은 알아사드 정부가 제의한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으로 당대 최고의 중동 전문기자라는 평을 듣는 로버트 피스크는 25일 칼럼에서 이란 핵 문제로 중동에서 '새로운 냉전'이 촉발될지 모른다는 일부 서방 지도자들의 우려는 기만적인 술수라면서 정작 신(新)냉전은 이미 시리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피스크는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서방의 규탄은 시리아 민중에 대한 학살이라기보다는 시리아가 이란의 동맹국이라는 점에 더 크게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
☞원문 보기) <편집자>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아내와 함께 투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도 유혈사태는 멈추지 않았다. 영국 <BBC> 방송은 홈스에서만 민간인 9명과 군인 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뉴시스

시리아,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핵무기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면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핵무기를 개발하기 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중 가장 멍청한 말이다.

헤이그 장관의 실수 중 하나는, 이미 중동에는 또 하나의 국가가 수백 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나라다.

헤이그 장관은 진실을 말한 것이 아니다. 그가 과연 몰랐을까? 그럴 리 없다. 그가 말하려 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고집한다면 다른 '아랍' 국가들, 즉 이슬람 국가들이 핵을 가지기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헤이그의 말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원하는 까닭은 이미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국은 수십억 파운드어치의 무기를 걸프만의 아랍 국가들에게 팔아먹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란이 그 국가들을 침공할 것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계획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영국은 중동에서의 무력의 비확산을 말할 자격이 없다. 걸프 지역 무기 박람회에서 영국인들은 '적국'에 대한 (물론 이란이다) 경계심을 드높이는 영상을 틀면서 영국 방산업체인 BA사(社)와 다른 '죽음의 상인'들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헤이그의 연설 중 가장 기막힌 부분은 "핵무기가 발견된 후 가장 심각한 단계의 핵 확산이 중동 지역에서의 신냉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는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단계의 핵확산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을 보유하면서 일어났다. 게다가 파키스탄은 알카에다 무리와 파키스탄 탈레반, 교활한 정보기관이 판을 치고 있는 곳이다.

헤이그는 또 "지금 이 순간, 누구든 이란을 공격한다는 것은 우리가 선호하지 않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음 순간'이겠지. 아니면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무너진 다음이거나.

알아사드가 무너진다면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중요하고 유일한 동맹국을 잃게 될 것이다. 알아사드에 대한 [서방 측의] 분노와 포효가 커져 가는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알아사드를 제거하는 것은 이란의 심장 일부를 도려내는 것과 같다.

다만 알아사드의 제거가 미치광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으로 하여금 핵시설을 분유 공장으로 바꿔놓게 할지 어떨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알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서방이 알아사드를 퇴진시키기 위한 군사 개입을 거부할 때마다 더 높아지고 있다. 서방은 시리아에 대해 [리비아 때와 같은] '나토 식 해법'은 없을 것이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이런 약속을 할 때마다 알아사드에 대해 그들은 더욱 더 화를 내고 있다.

알아사드가 사태를 마무리짓고 은퇴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왜 그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순진한 분노에 떨고 있는 우리를 당황시키며 자신의 나라를 대포와 저격수의 총으로 때리고, 언론인들을 포함해 수천 명을 죽이고 있는 것일까?

영국은 시리아에 대해 애매한 말만 하고 있다. 헤이그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누구든 시리아를 공격한다는 것은 우리가 선호하지 않는 생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시리아는 외무부로서는 정말 골치아픈 문제다.

헤이그는 지난주 있었던 <선데이타임스> 종군기자 마리 콜빈의 죽음을 규탄했다. 그러나 시리아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수백 명의 무고한 인명에 대해서는 헤이그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시리아의 희생자 중 일부는 무장 반군 집단에 의해 살해됐다. 이 끔찍한 전쟁에서, 이슬람 수니파에 의한 [알아사드의 종파] 알라위파 살해나 시리아 정부군의 포격에 의한 민간인 학살 양상은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다.

하지만 매우 감사하게도 우리[서방]는 시리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지역의 '신냉전'은 이미 이란이 아닌 시리아를 둘러싸고 시작됐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 우리와 맞서고 있는 것은 러시아다. 러시아는 아사드를 지지하며 우리를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정권이 알아사드를 대체할 만한 세력으로 누구를 점치고 있는지는 미스터리다. 그러나 '새로운' 시리아는 서방이 기대하는 것처럼 친(親)서방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시리아인들은 1982년 시리아 남부 하마에서 1만 명의 수니파 시리아인들이 [알아사드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대량 학살됐을 때, 영국과 미국이 이를 묵과했던 과거를 잊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늘이 바로 알아사드의 삼촌 리파트가 이끄는 시리아군에 의해 저질러진 하마 학살의 30주기였다.

그러나 헤이그 장관만큼이나 리파트 또한 다중인격자다. 그는 '하마의 학살자'라는 용어에 극렬히 반대하며, 오늘날에는 친근한 은퇴 신사가 되어 헤이그 장관과 가까운 곳에서 우아하고 보호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 헤이그 장관이 보이는 정신분열적인 모습은 국제 문제에서의 재앙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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