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을 암시하는 징후는 오는 4월로 예정됐었던 양국 합동 군사훈련의 연기 또는 취소 소식이다. <AFP> 15일(현지시간) 한 고위 외교안보 관리를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훈련을 '연기'하는데 합의헀다고 보도했다. 그는 "훈련은 현재로부터 2012년 말 사이의 기간 중 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 방송은 훈련 연기 이유가 '예산 부담' 때문이라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방 당국자는 군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은 긴장된 시기에 불필요한 (언론의) 헤드라인을 피하기 위해"라고 다른 이유를 댔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훈련이 아예 취소된 것이라고 고위 군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양국 국방부 간에 훈련 취소와 관련한 대화가 지난 몇 주간 이어졌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AFP>는 이같은 훈련 연기 또는 취소에 대해 역내의 치솟는 긴장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 대처 방안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불화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이스라엘 고위당국자가 미국의 접근 방식에 "실망감"을 표한 점에 주목했다.
▲ 13일 이란 핵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 암살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이스라엘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반미 선전물과 사망한 핵과학자들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란은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이스라엘 "미국 실망스럽다…오바마 더 터프해져야"
현재 미국은 군사적 대응보다는 원유 금수 등 제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대해 모세 얄론 이스라엘 전략사무담당 장관(부총리)은 이날 오전 공영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행정부가 좀더 터프해질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얄론 장관은 "프랑스와 영국, 미국 상원 등은 특히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것 등 이란 제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 정부는 망설이고 있으며 선거가 있는 올해에 유가가 상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우파 성향 이스라엘 인터넷신문 <데브카>는 "이날 백악관이 훈련을 취소하면서 이란 문제에 대한 미-이스라엘 간의 불화가 수위를 넘었다"면서 "이는 얄론 장관의 발언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대니 아얄론 이스라엘 외무부 차관은 같은날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아직도 모든 가용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더 강한 제재를 공공연히 촉구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방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취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美, 이스라엘의 이란 핵과학자 암살에 격분?
앞서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11일 일어난 이란 핵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를 지목한 바 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같은 일방적 행동 때문에 불필요한 긴장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와 불쾌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데브카>는 "(양국 간의) 분열은 지난주 미국이 로샨 암살을 맹렬히 비난한데 대해 이스라엘 내에서 분노가 표출되면서 불이 지펴졌다"고 평했다. 신문은 "백악관은 이 (암살) 사건을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히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대(對)이란 군사행동으로 가는 대담한 신호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이스라엘의 행동이 미국과의 마찰을 불러왔다고 지적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3일 미 고위당국자들이 일방적인 대이란 군사행동의 위험성에 대해 이스라엘에 경고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이 독단적으로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 정부는 유사시 역내 자국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미국은 이란과는 국교가 없지만 인접국 이라크에는 바그다드 주재 대사관이 있으며 외교관 등 1만5000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 미 고위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지도부에 일련의 비공개 메시지를 보내 이란에 대한 공격이 가져올 '끔찍한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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