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알리 라리자니 국회의장은 12일(현지시간) 터키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월 이후 중단된 서방과의 핵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터키가 이란에 제안한 '국제 6자 중재단'과 이란의 협상 재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6자 중재단'이란 유엔(UN)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 독일을 포함시킨 것이다. 라리자니 의장은 "협상이 게임식이 아니라 '진지하게' 이뤄진다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과거 핵 협상에서 이란 측 수석대표를 역임했으며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또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고위급 시찰단 방문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P>와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IAEA의 외교관들은 핵개발 관련 논의를 피해 왔던 이란 당국에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왔다고 이날 전했다.
IAEA의 고위급 시찰단 방문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대화로 풀릴 전망에 가능성을 더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게 된 석유 금수조치 등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명분은 바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IAEA의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IAEA 보고서는 "신뢰할 만한 정보에 따르면 이란은 핵폭발 장치의 개발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었지만 확실한 증거나 결론은 제시되지 못했다. 이는 러시아나 중국 등이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8일경 이란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시찰단은 허먼 네카르츠 IAEA 사무차장과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弥) IAEA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라파엘 그로시 사무국장, 미국 출신인 페리 린 존슨 법무담당관이 대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008년 4월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란이 이처럼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다면 미국이 제재 드라이브를 거는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핵 협상을 언급한 날 터키는 유엔이 승인한 제재만을 따를 것이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셀주크 우날 터키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이 부과한 제재 외에 일방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이뤄진 모든 제재에 터키가 구속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키는 전체 원유의 30%를 이란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터키 내 최대의 원유 수입 회사인 '터프라스'사(社)는 이미 이란산 원유수입 계약을 올해까지 갱신한 상태다. 타너 일디즈 터키 에너지장관은 "지금도 이란산 원유 수입은 계속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우리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의 대립에서 미국과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인도마저도 이란 제재에는 '아직' 동참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인도는 원유 소요량의 12%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수디르 바르가바 인도 석유부 차관보는 이날 "정유회사에 이란산 석유 수입 물량을 줄이라고 지시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도 장관도 '인도는 앞으로도 이란과 거래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일에는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 면담을 갖고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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