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사드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국영 TV 연설에서 "외부인들과 공모해 국가에 맞서는 자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아랍 국가들도 시리아에 위기를 불러온 "외국의 음모"를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알아사드는 이어 "오직 국민의 바람에 따라서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면서 시리아 국민들은 아직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수 차례 "신에 뜻에 따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면서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알아사드는 지난달 23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수십 명의 인명 피해를 낸 연쇄 폭발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의 우선 순위는 치안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못박고 "(이는) '철권'으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는 것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폭발 사건이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아직 명확한 배후세력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명확히 태도를 결정하지 않은 시리아 내 세력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했다. 그는 "중간에 서 있는 자들은 반역자"라며 "대안은 없다"고 말해 자신의 편에 서지 않는다면 반정부 세력으로 간주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개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3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 투표가 치러질 것"이라면서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정부 구성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P> 통신은 그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정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기준이란 그의 연설 중 "우리를 협박하는 반대파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 대사관에 앉아 해외로부터 지령을 내리는 야당은 원치 않는다"고 말한 부분이다. 그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들은 시리아 국민들을 배신할 수 있다"고도 했다. 터키로 망명해 있는 주요 야권 세력 연합체 시리아국가위원회(SNC) 등을 겨냥한 것이다.
한편 그는 "시민들에게 발포하라는 어떤 명령도 없었다"면서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법에 따르면 자위권 차원이 아닌 발포는 허용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로 군주국들인 아랍 국가들이 "1917년부터 의회를 가졌던" 시리아의 상황에 대해 권고하는 것은 "담배를 입에 문 의사가 금연을 처방하는 격"이라고 반발하면서도, 아랍연맹(AL)이 파견한 감시단에 '문을 닫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AL의 감시단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해도 별다른 부담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시리아 인권단체는 감시단이 파견된 뒤에도 동부 데이르엘주르에서 정부군이 민간인들을 공격, 최소 1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서부의 홈스에서 부모와 함께 당국에 끌려갔던 4개월 된 유아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같은날 린 파스코 유엔(UN) 정무담당 사무차장 역시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달 26일 감시단이 시리아에 도착한 이후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400여 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외교관들이 전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는 시리아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감시단이 있는데도 폭력의 수위를 높이고 잔혹 행위를 일삼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샤르 자파리 주 유엔 시리아 대사는 이같은 희생이 서방 강대국의 선동 탓이라고 주장했다.
▲바사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대학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알아사드의 연설에 대해 시리아 국내외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망명 중인 SNC는 "폭력과 내전을 부추기는 행위"라며 "국제 사회(의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SNC 지도자 부르한 갈리운은 "이 정권은 테러와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AL은 민간인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서 시리아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야 한다고 AL에 촉구했다.
시리아 인권운동가 아부 함자(가명)는 <AP> 통신에 "알아사드는 완전히 현실감각을 잃었다"면서 "마치 시리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했다"고 논평했고, 알렝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번 연설은) 정파 간 폭력과 대립을 부추기는 것"이라면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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