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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에 연쇄폭발…'정권 자작극'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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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수도에 연쇄폭발…'정권 자작극' 의혹

[분석] 수백명 사상…"유혈사태 새로운 차원 우려"

24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날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두 차례 강력한 연쇄폭발이 일어나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민주화 시위 탄압에 개입한 보안 당국 건물들을 겨냥한 이번 폭발 테러는 시리아의 유혈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누군가 폭탄이 장착된 차량을 몰고 악명 높은 시리아 보안기관과 또다른 비밀 보안 지부가 있는 지역에 들어가 폭발시킨 자살 폭탄 테러이며, 군인과 민간인 등 최소한 44명이 사망하고 160여 명이 다쳤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보안기관 건물이 폭발로 아수라장이 됐다.AP=연합


시리아 정권, 반정부 세력을 '폭력집단'으로 몰아가


시리아 관영통신 사나는 "당국의 초기 조사에서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사건이 시리아의 유혈사태에 대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아랍연맹 감시단이 다마스쿠스에 들어온 바로 다음날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아랍연맹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이후 정부의 유혈진압으로 사망자만 무려 50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의 반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반정부 시위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반면, 반정부 시위대는 아사드 정부가 아랍연맹 감시단을 협박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고 있는 시리아국가위원회의 칼레드 카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은 아랍연맹 감시단의 입국에 맞춰 시리아가 무장폭도들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인식을 세상에 심어주기 위해 이번 사건을 기획했다"면서 "시리아 주민들이 이런 사건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 "정권이 우리 소행처럼 몰아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정부가 있건, 반정부 세력이 있건, 이미 수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사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지금까지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탈영병들이 보안군이나 평복 차림의 민병대원들을 공격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자살테러를 감행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아사드 정권과 대적해온 시리아의 무슬림형제단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 한 웹사이트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무슬림 형제단은 "조사 결과 이 웹사이트는 정권이 잠시 만들었다가 폐쇄한 가짜 웹사이트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이번 사건이 아사드 정권이 꾸민 것이며, 웹사이트 소동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AFP> 통신에 따르면, 무슬림형제단은 알카에다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아사드 정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에서 "알카에다가 며칠 전 이번 사건에 앞서 시리아에 침투했다는 시리아 정권의 발표는 이번 사건이 미리 계획된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아랍연맹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감시활동에 지장이 초래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권, 아랍연맹 활동에 반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시리아 정권이 어떤 대응을 할지는 미지수"라면서 1982년의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했다. 당시 현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는 반정부 시위가 잦았던 도시 하마에 폭격을 가해 수천 명의 주민을 살해한 바 있다.

워싱턴극동정책연구소의 시리아 전문가 앤드루 태블러는 "아랍연맹 감시단이 시리아에 들어온 다음날 폭발사건이 일어난 것은 좀 이상하다"면서 "시리아 정권은 이번 사건을 도시에 군대를 동원하고, 탈영병으로 구성된 '시리아자유군(FSA)를 제거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랍연맹은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움직임을 잠정 보류시키고 시리아 정권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시키고 정치범을 석방하고 야권과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랍연맹 감시단은 정치범들이 수용된 교도소와 유혈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주민들이 있는 병원들을 방문하고, 야권 지도부를 면담하고 아랍연맹 회원국들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야권 활동가들은 이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아랍연맹의 활동은 알아사드 정권이 학정을 지속할 외교적 구실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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