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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대적 발언, 감정 빼고 면밀히 들여다보면…

[해외 시각] 알렉산더 보론초프 교수 "러시아, 조정자 역할을 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위기는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더욱 고조되었다. 그러나 '태양절'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별다른 군사적 동향을 보이지 않으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북한은 '태양절' 이후인 18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신들에 대한 적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남북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 정책'의 본보기인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이 이달 말까지로 계획되어 있어 당분간 불안함 속에 진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한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는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원 알렉산더 보론초프 교수는 15일(현지 시각)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에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원문 보기)'라는 칼럼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이 현재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의 위협은 단지 '레토릭'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위협은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다면서, 미국의 B-2 스텔스 전략 폭격기를 비롯한 각종 전략 무기들의 한반도 진입이 위기를 고조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당사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보론초프 교수는 위기의 타개책으로 외교적 접근과 대화를 주문했다. 그는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들을 살펴보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곧 그들의 미사일과 핵 능력을 높이는 주요 기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의 해결이 핵 활동을 중지시키고 북핵의 확산을 막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론초프 교수는 러시아가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그동안 중재자로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파트너 국가인 중국과 함께 주도권을 갖고 현재의 긴장 상황을 끝낼 수 있으며, 바로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북한은 18일 '한국과 미국이 진실로 대화와 협상을 바란다면 모든 도발 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전면 사죄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최근 몇 주간 나온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들은 불안하고 모순적이다. 한쪽에서는 남북이 서로 파괴하는 위협의 고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긴장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한다. 1968년 북한이 미국의 정보 수집함인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4월 5일 북한은 자국의 외국 공관들을 상대로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니 북한을 떠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경제 발전과 핵 개발 병진 노선을 채택했다. 이후 이어진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개혁적 경제 관료로 알려진 박봉주 전 내각 총리가 다시 총리로 임명됐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이 전면전을 생각하기 보다는 경제 발전을 원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고조되는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 우리는 특히 다음의 두 가지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3월,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과 그간 남한과 체결한 모든 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 및 워싱턴과 연결되어 있던 군 통신선을 단절하겠다고 발표했다.

외신들은 이처럼 갈수록 심해지는 북한의 적대적인 언급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은 세계 곳곳에 배치돼 있는 미군 기지에 핵 공격을 할 것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남한과 전쟁을 할 가능성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북한의 발언들에 대해 감정을 빼고 면밀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북한이 과거에 했던 발언들처럼 지금 말하고 있는 군사적인 조치들은 완전히 '상호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은 자신들이 외부의 공격 대상이 될 때만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또 4월 4일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배우 강한 경고와 위협적인 언사로 "지속적으로 가증되고 있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분별 없는 핵 위협은 천만군민의 단합된 철의 의지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우리 식의 첨단 핵 타격 수단으로 여지없이 짓부수어 버리게 될 것이며 이와 관련한 우리 혁명 무력의 무자비한 작전이 최종적으로 검토, 비준된 상태에 있음을 정식으로 백악관과 펜타곤에 통고한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러한 적대적 발언의 결론에 "미국은 조성된 엄중한 사태 앞에서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국 최근 북한의 발언들은 북한에 적대적인 상대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경고이지, 넘어서는 안 되는 '마지막 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의 위기가 남북한을 다시 전쟁의 문턱으로 밀어 넣는 위험한 게임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이와 연관된 모든 집단의 역할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교착상태에 이들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살펴야 한다. 미국과 남한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더 강하게 부채질했다. 사실 북한의 위협은 지금까지 정치적 수사에 국한되어 온 반면(물론 분명히 그 정치적 수사도 아주 적대적이었다), 미국과 남한은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 왔다.

미국이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알래스카에 인터셉터를 배치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이러한 조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조치로는 전략 폭격기 B-52(최근 몇 년 만에 처음 등장했다)와 스텔스 전략 폭격기인 B-2를 한미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와 포이글 때 북한의 국경 지역에 전개한 것을 들 수 있다. 실제 핵무기를 포함한 이러한 연습 시나리오는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더 이상 말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겁을 주고 좌절시키기 위해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어떤 나라든 이와 같은 행동을 도발로 간주할 것이며 이에 대응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 미국의 전략 스텔스 폭격기 B-2 ⓒ뉴시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북한이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어떤 측면이든 약점을 드러내기만 하면 엄청난 충격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공격이 시작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여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미 양국 해군이 참가하는 훈련은 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훈련은 남북이 대치 중인 서해의 분쟁 지역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곳은 2010년 한국의 군사 훈련 기간 중 북한이 훈련에 반발해 포병 부대를 이용하여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던 해역이다. 최근 북한의 국경을 따라 주둔하고 있는 중국군의 움직임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군과 북한 인민군 사이의 유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군사 훈련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중국에 대해서 말하자면, 중국은 확실히 미국의 정책에 반대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에 "말썽꾸러기인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으니 북한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기 힘들다. 미국의 정책 그룹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군사적 위협이 되는 중국 국경의 미군 배치 증강과 군사적 위협 증가는 중국이 말썽꾸러기인 북한을 지원하는 자국의 정책에 모순점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을 미루게 혹은 건너뛰게 만든다. 또 제멋대로 구는 파트너인 북한을 벌주려는 중국의 의지를 꺾어 놓기도 한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반드시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38선을 사이에 두고 있는 모든 이해 당사국에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각자가 행동을 취하기 전 충분히 심사숙고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높아져만 가는 긴장 상태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모든 당사국은 적대적이고 격해진 정치 수사들을 진정시켜야 한다. 또 DMZ, 서해와 같은 민감한 지역에서 군사 훈련을 철회하고 훈련 규모도 줄여야 한다.

위기의 급속한 악화는 우리로 하여금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성공적인 "비공식적" 협상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은 1994년 6월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 방문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카터는 당시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군사적 갈등에서 클린턴 정부를 구출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국면을 전환시켰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경험적 자료를 통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포함한 실력 행사, 고립, 제재 등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막지도 못했다. 이와는 반대로 외교적인 접근과 전략적 타협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대등한 지위에서 이뤄지는 회담과 그들의 정당한 관심사를 고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미루거나 동결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핵 활동을 중지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 협상을 통해 핵무기 확산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군비 축소를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로 가져가야 하며, 이 목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러시아는 이미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또한 위험한 발언들과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6자회담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최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된 "핵 국가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강력히 규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러한 조치는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졌던 것과 중재자로서 많은 역할을 해왔던 것을 고려해보면 바로 지금이 러시아가 파트너 국가인 중국과 함께 주도권을 갖고 현재의 긴장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다. 러시아와 중국은 관계국들을 좀 더 평화적인 외교와 협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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