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현지시각) 나이지리아 중부 도시 마달라의 성 테레사 가톨릭교회에서 주민들이 예배를 보고 나올 때 차량 폭탄이 터져 최소한 23명이 사망했다. ⓒAP=연합 |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의 보코하람 소행
이번 테러는 '보코하람'이라는 이슬람 테러 단체의 소행이며, 스스로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보코하람'이라는 단체의 이름 자체가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뜻으로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종교적 색채가 분명한 테러는 자제해 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성탄절을 맞아 성당을 겨냥한 이번 테러는 종교적 성격을 띤 것이며, 이미 분열된 기독교와 무슬림 주민 사이의 갈등까지 이용하려는 전술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는 1억6000여 명의 인구가 북부 이슬람과 남부 기독교로 종교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뉘어져 있다. 보코하람은 최소한 무슬림 지역인 북부에서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정부 투쟁에서 종파적 분쟁 성격 강해져"
지난 2년간 보코하람은 주로 정부의 경찰이나 공무원, 군인 등을 대상으로 북부에서 폭탄 테러를 반복해 왔다. 지난 6월 수도 아부자에 있는 경찰청 본부를 공격하고, 지난 8월에는 아부자의 유엔 빌딩에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한 23명이 살해되고 100여 명이 다치게 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테러의 강도와 범위가 커졌다.
전문가들은 보코하람의 테러 수법으로 볼 때 나이지리아 밖에서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보스턴대학교의 나이지리아 전문가 대런 큐는 "성탄절에 발생한 이번 공격들은 테러의 위험성을 더 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행위는 피해온 편이었는데, 이제는 공격 전선을 넓히는 전략전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를 이슬람과 기독교 지역으로 양분하는 경계선에 위치한 도시 조스에서도 이날 폭발이 있었지만 아직 희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주교 이그나시우스 카이가마는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며,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이지리아 정부도 보코하람에 대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탄절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며칠 전에도 보안군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다마투루에서 격렬한 교전을 볼여 보코하람 조직원 50여명을 살해했다. 이 작전은 지난 11월 다마투루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한 테러 공격에 대해 보코하람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본질 외면한 강경대응 한계"…서방은 '석유자원' 문제로 촉각
정부 대변인 아바티는 "굿럭 조나단 대통령은 테러에 대한 보안기관의 활동을 강화하고, 내년 예산에 치안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대응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부자 소재 '열린사회연구소'의 선임 법률자문가 치디 오딘칼루는 "보안군의 작전으로 사람들이 과격 테러단체로 쫓겨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한 보안기관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 정부의 대응은 정보가 없이 마냥 기다리다가 무차별적인 진압에 나서는 식이어서 실효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고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우려했다.
26일 <로이터> 통신은 "조나단 대통령은 남부 기독교 출신으로 보코하람의 문제를 치안 문제로만 취급하고 빈곤과 청년실업, 부패, 북부 무슬림들의 소외 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존 캠벨은 <포린어페어스>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보코하람은 북부의 고립에 따른 증상일 뿐"이라면서 "조나단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만 치우칠 경우 나이지리아의 분열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미국 등 서방세계는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서부의 석유자원에 눈길을 돌리고 있어 이 지역의 불안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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