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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전망보다 '남쪽은 뭘 할 것인가'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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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전망보다 '남쪽은 뭘 할 것인가' 생각해야"

인천시청 긴급 토론회 '김정일 사후 북한 어디로 가나'

김정일 사후 북한의 미래와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토론회가 인천광역시 주최로 25일 열렸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 2층 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이철기 동국대 정외과 교수, 국제변호사인 이찬호 씨(법무법인 태평양),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가 참석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사후 북한의 내부 사정에 대해 이철기 교수는 "당분간 김정일의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앞에 내세우고,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후견인으로 하며, 군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 지도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장성택이 군-당-정에서 모두 힘을 가지고 있어 후견인 역할을 상당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대표는 "김정은은 권한은 있지만 권위는 없는 상태"라며 "중고등학교를 해외에서 다녀 측근 그룹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대항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이중삼중의 장치가 있어 단기간에 급변사태나 반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김정은 체제가 대내외적인 충격으로 이완되면 급속히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김정은 후계에 대한 민심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며 "6개월 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 20% 미만, 4년 내 급변 가능성 40%"라고 주장했다.

10여년간 통일부에서 근무했던 이찬호 변호사는 "김일성 유훈통치 분위기가 내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까지는 계속된 후 그때부터 북한 내부의 정치세력간 논의가 하나 둘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김정일 유고 사태가 났다고 해서 북한 내부 권력의 중심이 흔들릴까 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불안전한 정보를 가지고 논의하는 건 생산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요즘 북한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말하는 사람들이 하태경 대표의 소스 같은 것들인데, 그런 정보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마치 북한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으로 흘러오는 정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사례로 장성택을 들었다. 오랫동안 장성택은 김정일의 첫째 아들 김정남의 후견인이라고 관측됐었지만 이제는 김정은의 후견인이라고 하는 건 '내부 소식통' 류의 정보에 대한 신뢰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북한 권력 내부의 투쟁이나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는 중국, 미국과 함께 북한이 처한 외부적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청

남북관계 어디로 어떻게?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이철기 교수는 "북한이 내부 안정화를 위해 남북간 문제에 신경 쓸 입장이 아니라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과거엔 김정일 혼자 결정하면 됐지만 이제는 김정은 혼자의 결심만으로 되기 어렵고 군부와 당의 의견까지 모으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에 대한 통제가 이완되어 강경파들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찬호 변호사는 남북관계를 전망하기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대북정책을 세우는 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방 주민들이 정부의 지원도 못 받고 관리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김정은한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권력 유지"라며 김정은의 북한이 남측과의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중앙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김정은 최고의 모델은 아버지 김정일인데 상황이 더 열악해 졌으니 더 폭압적인 통치를 할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을 통해 우라늄 핵폭탄 제조에 성공함으로써 핵보유국이 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미국-중국과 보조 맞춰야"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해 이 변호사는 "북한은 남측과 경제 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는 게 최선의 모델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차선책으로 중국의 손을 잡았다"며 "우리는 북이 중국하고만 소통하지 말고 남측 및 미국과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은 중국의 대북 지원도 찬성하고 미국이 북과 대화하는 것도 찬성해야 하지만 중요한 건 한-미-중의 조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북한과의 협력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기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기본 방침은 김정은 체제 안정화, 한반도 급변사태나 군사적 충돌의 방지"라면서 "특히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관리'하는 대북정책에서 탈피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하 대표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이나 미국이 그 문제를 붙들고 있으면 시간만 낭비한다"며 "권력 종신제를 폐지하고 임기제를 도입한 덩샤오핑처럼 김정은이 정치를 개혁하면 한국과 미국이 적극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북한이 개혁·개방 쪽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고 이채로운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인천시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 정상선언에 북핵 문제에 관한 해법이 빠져 있다는 게 보수 세력의 공격거리였다"며 "그런데 북핵 문제를 그냥 두고 북한의 정치 개혁만 유도하자는 것은 '핵보유국 북한'을 용인할 수 없는 한국의 입장과는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하 대표는 "북한이 권력 임기제 같은 정치 개혁을 하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그런 식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남북 교류 추진 중인 인천시는?

송 시장은 당초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연평도 주민들의 생활을 점검하기 위해 이날 연평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토론회도 선상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상 날씨 때문에 배가 출항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시청에서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시장인 나도 마음대로 서해5도에 못 가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불편함을 풀어주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2000~3000톤급 대형 여객선을 시급히 취항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 옹진, 연천을 수도권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송 시장은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인천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구상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내년 2월 중국에서 개최되는 유소년 축구대회, 3월 인천 숭의동 축구전용구장 완공 기념 북한 '4.25 축구단' 초청 경기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이들은 또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북한과 계속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인천의 경제적 발전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의 박길상 협동사무처장은 내년 총선에서 인천에 출마할 모든 후보들에게 서해평화지대를 공약에 넣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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