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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美 언론 "서방 vs 이란의 '비밀 전쟁' 가속화"

지난달 초 이스라엘과 서방의 이란 선제공격설이 대두된 이후 이란을 둘러싼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선 일정 등의 이유로 실제 공격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긴장이 더욱 격화되는 정세는 불안감을 더한다. 한편에서는 이미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는 평까지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지 <내셔널 저널>과 월간 <디 애틀랜틱> 등은 지난달 8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로부터 시작돼 서방의 경제제재와 이란의 반발, 테헤란의 영국 대사관 습격사건, 4일 이란의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 주장과 같은날 바레인 주재 영국 대사관 인근의 버스 폭탄테러 사건까지를 '비밀 전쟁'(covert war)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지난 5월 미 공영라디오 <NPR>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행하는 이란에 대한 비밀 전쟁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은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과 이란 핵 과학자 등 요인들에 대한 회유‧납치‧살해 공작을 비밀 전쟁의 양상 중 일부로 꼽았다. (☞관련기사 보기)

<디 애틀랜틱>은 최근의 상황에 대해 "이란 정부가 어느 때보다도 (서방에 대해)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다"면서 비밀 전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에 이란 정부가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무인공격기 격추 주장과 함께 서방의 비밀 작전에 대한 일종의 '되치기'라는 시각이다.

최근 은퇴한 미 정보 당국자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행한 사태에 서방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란 핵시설은 미국이 개발한 스턱스넷 바이러스로 인해 괴멸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지난해 알려졌고, 핵시설에서는 폭발 '사고'들이 일어났으며, 핵 과학자들에 대한 납치나 암살 시도도 있었다.

이 전직 당국자는 이란에 대한 비밀 작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입돼 있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이 매우 활동적이라고 답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가 '우리가 (이란에 대해) 해야 할 일'들로 꼽은 강력한 제재와 비공개 활동, 국제사회를 통한 압력 등은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달 28일 있었던 이란 중부 이스파한의 핵시설 폭발은 미국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미국이 모든 행동에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조율 하에 일어난다고 가정하지는 않는다"며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오마바 정부 고위당국자들도 대(對)이란 비밀 작전의 존재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의 이란 정책을 총괄한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지난 4일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비밀 전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보 사안에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밀 전쟁'에 대한 주장은 이란 쪽에서도 계속 흘러나온다. 지난 9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총회에서 페레이도운 압바시-다바니 이란원자력기구 대표는 미국, 영국과 이스라엘이 자신을 포함한 이란 과학자들을 공격했다고 공개 비난했다. 그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정보 수집과 지난해 자신에게 가해진 자동차 폭탄테러의 배후에 서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 북동부 30km 거리에 위치한 산악지대의 시설물. 지난 2009년 위성사진으로 촬영된 이 시설물에 대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는 주장이 제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비밀전쟁'이 진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때문에 이란과 바레인의 영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에 이란 정부가 개입돼 있으리라는 주장은 정황상 합당한 추론이라는 것이 이들 잡지의 분석이다. 이란이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시켰다며 미국이 영공을 침입했다고 비난한 것도 비밀 전쟁에서의 공격의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은 이란의 '되치기'를 또다시 맞받아치고 있다. 이란 정부가 테헤란 대사관 습격은 일부 시위대가 저지른 분별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영국은 이례적으로 공개 석상에서 사건의 배후로 이란 정부를 지목했다.

격추됐다는 무인정찰기에 대해 미국은 확인된 바 없다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나토(NATO) 측에서는 사라진 무인기 1대의 존재를 확인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5일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무인기는 최신 스텔스 기술이 적용된 RQ-170 기종이며 이란, 중국, 러시아 등으로 미군의 최신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의도적으로든 우발적으로든 '비밀 전쟁'이 진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다.

트리타 파르시 전미이란계미국인협회 회장은 최근의 상황은 '치킨게임'과 같다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잡지에 말했다. 파르시 회장은 긴장이 더 격화된다면 이스라엘이 미국의 조력을 얻어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상황이 "더 큰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카네기재단의 핵 전문가 마크 힙스도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서방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조명했다. 힙스는 지난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오시라크 핵시설을 폭격했을 때도 이라크 핵 과학자들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밀 전쟁의 강도로 보아 미국과 이스라엘이 여기에 힘을 쏟아붓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밀 전쟁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편에서는 이같은 비밀 작전이 외교나 군사를 통한 대응보다 월등히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핵 전문가 매튜 번은 자신이 오바마 정부 관리들과 토의해 본 결과 정부 내에서는 비밀 작전이 이란의 핵 활동을 늦출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은 "나는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보다 이런 일(비밀작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예를 들어 스턱스넷 바이러스의 경우 1000대가량의 원심분리기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그만큼의 원심분리기는 더 보유하고 있다고 밀했다. 그는 또 이란이 핵시설을 지하로 옮기고 과학자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민주적 정당성 차원의 문제도 제기된다. 카네기재단의 힙스는 "전문가들 사이에 퍼진 우려 중 일부는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자칫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의 고삐를 풀어놓은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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