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들은 바리케이드를 쌓으며 저항하고 있지만 경찰은 해산하지 않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최근 미국 각 도시에서는 유사한 시위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 15일 새벽 주코티 공원에 투입된 경찰들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스크럼 짜고 바리케이드 치고 격렬 저항
이날 뉴욕 브루클린과 맨해튼 브릿지 사이에 집합한 경찰 수백명은 새벽 1시 무렵 밴을 타고 주코티 공원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왔다. 이어 1시 34분 뉴욕시청은 "공원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잠시 공원을 떠나야 하고 텐트를 철거해야 한다. 청소가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트위터 메시지를 띄었다.
그 후 경찰은 영화촬영용 아크등을 공원 쪽으로 비춘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헬멧을 쓴 한 경찰 간부는 "뉴욕시는 공원 점거가 계속될 경우 보건상의 문제와 화재 위험이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그는 이어 "모든 개인 물품을 즉각 치우라"며 경찰의 작전을 방해할 경우 체포될 것이고 치우지 않은 물품들은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들이 동요했다. 이어 1시 45분 수십명의 헬멧을 쓴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마침내 공원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텐트와 침구를 인도 쪽으로 치우기 시작했다.
200여 명의 철야 시위대 중 일부는 소지품을 들고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100명 이상의 핵심 참가자들은 공원 가운데 음식 배급 구역에 스크럼을 짜고 앉아 깃발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테이블과 나무 조각들을 모아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경찰의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시위대들은 '우리는 승리하리라'라는 노래를 부르고 경찰들을 향해 "당신들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겠다" "이 공원은 우리의 공원이다" "바리케이드를 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세계적인 파장 일으킨 시위 결국 종료되나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시위대의 세가 전과 같지 않자 진압 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있었다. 14일에는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이 뉴욕시청 등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에게 공원을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오는 17일 점령 2개월을 축하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 수의 감소, 주민들의 불만, 시위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을 따져본 뒤 이날 진압 작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위대들의 저항 의지는 만만치 않다. 크리스 존슨이란 시위 참자는 <뉴욕타임스>에 "경찰이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는 어디로도 안 가겠다"며 "우리의 시위는 내가 태어난 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대화의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9월 17일 시작되어 금융자본의 탐욕과 정치권을 성토하는 월가 점령 시위는 미국 전역과 세계 수백개 도시에서 유사한 시위를 불러 일으켰다. 주코티 공원 시위에만 50억 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답지했고, 미국 노동계도 동참했다.
▲ 월가 시위대 모습 ⓒ프레시안 |
폴 브라운 뉴욕 경찰 대변인은 공원이 매우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상태이므로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원 소유주 측과 시 당국의 공고문을 시위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 대부분이 차분한 상태를 유지했으나 경찰의 조치에 저항한 15명이 체포됐으며, 퇴거를 거부하는 일부가 공원에 아직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14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경찰이 시위대가 모인 시청 앞 광장을 봉쇄해 농성장에 있는 100여개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 32명을 체포했다. 또 지난 주말에는 솔트레이크시티와 덴버, 포틀랜드 등에서 시위대 퇴거 조치가 이뤄져 포틀랜드에서만 시위대 5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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