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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UCLA 등 美 대학 캠퍼스 월가 시위 새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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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UCLA 등 美 대학 캠퍼스 월가 시위 새 거점으로

이집트 민주화 활동가, 하버드 시위대 찾아 격려

월가 점령 시위에 동조하는 대학생 시위가 시작되면서 시위의 거점이 미국이 대학 캠퍼스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최근 각 지역 공원 등에 있는 농성장에서 잇딴 사고가 발생하면서 당국의 퇴거 압박을 받고 있는 월가 시위대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있는 명문 하버드대 교정에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학생과 강사, 학교 직원 35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후 시위대 일부가 하버드대 창립자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는 잔디밭(하버드 야드)에 30여 개의 천막을 치고 노숙에 돌입했다.

하버드 시위대들은 지난 2일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강의를 집단으로 거부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학 교재 '맨큐 경제학'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맨큐는 월가 시위 초기부터 미국의 빈부 격차가 감세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니라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다.

▲ 미 하버드대 창립자 존 하버드 동상 앞에서 텐트를 친 시위대들. ⓒAP=연합뉴스
시위대는 하버드대 출신이 사회에 나가 '탐욕의 1%'를 대변하는 노릇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이 사회적 발언을 할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잔디밭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존스턴 게이트를 차단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학보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이끈 두 명의 활동가가 지난 11일 하버드를 찾아 굳게 닫힌 존스턴 게이트 밖에서 시위대를 상대로 지지 연설을 했다. 아흐마드 마히르와 에스라 압델 파타라는 이름의 두 활동가는 하버드 시위대들에게 "우리는 민중을 믿는다. 민중은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진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격려했다.

마히르는 하버드 시위대와 자신들이 똑같이 민주주의를 원하는 젊은 세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광장에 있는 청년과 함께 당신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또 활동가들은 시위대에 비폭력 기조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존스턴 게이트 앞에는 이들의 연설을 듣기 위해 130명의 시위대가 모였으며, 연설 뒤 "우리는 99%다"를 외치며 교정을 행진했다. 시위대들은 또 학교 당국이 외부와 시위대 사이를 차단해 시위대를 고립시키려 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에서는 '대학을 점령하라'라는 모토 아래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지난 9일 UC 버클리에서는 등록금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 3000명이 경찰과 충돌해 40여 명이 체포됐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대학가가 월가 시위대의 새로운 농성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월가 시위 농성장에서 40대 남자가 숨진채 발견되고 버몬트와 캘리포니아에서는 잇단 총기사고로 2명이 숨지면서 각 지역 당국이 공원 등의 월가 시위 농성장을 해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대학들 역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허용해도 텐트를 치고 농성장을 꾸리는 것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UC 버클리에서 지난 1969년 학생 시위때 경찰 발포로 1명이 숨진 역사가 있는 것처럼 자칫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을 점령하라' 시위대들은 농성장 설치를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있으며 15일부터 150여개의 대학 캠퍼스에 궐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안팎으로 '월가 시위' 시달린 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하와이에서도 월가 시위가 등장했다. 13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400여 명의 시위대들이 "세계는 기다릴 수 없다"라고 외치며 반세계화 시위를 벌였다.

▲ 12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린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반(反) APEC 시위대가 칠레 사절단이 지나는 길에 APEC 개최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지난 5일 APEC 보안요원으로 미 국무부에서 파견된 크리스포토퍼 디디라는 사람이 현지 주민 콜린 엘더트와 인종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 총을 쏴 살해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대까지 더해져 비난의 강도는 한층 더 높았다.

하와이주(州) 당국은 이날 시위대들의 APEC 회의장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지만 정상회의 안에서도 '기습 시위'는 벌어졌다. <AFP>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바마 대통령이 와이키키 해변 리조트에서 주최한 정상 만찬장에서 공연에 나선 하와이의 유명 가수 마카나가 갑자기 재킷을 벗고 '알로하로 점령하라'(Occupy with Aloha)라는 문구가 써진 티셔츠 차림으로 자신이 만든 '우리는 다수'(We are the many)를 불렀기 때문.

미국 정치인들과 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이 곡은 "우리는 거리를 점령할 거야. 우리는 법원을 점령할 거야. 우리는 당신들의 사무실을 점령할 거야. 당신들이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명령대로 행할 때까지"라는 가사를 담고 있어 월가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약 40분 동안 이 노래를 부른 마카나는 통신에 참가자 몇몇은 노래를 듣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작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과 대화하느라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을 강조한데 대해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정 무역이지 자유 무역이 아니다"라고 꼬집으며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 문제를 보면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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