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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시대 가고 새로운 진보주의 시대 개막"

제프리 삭스 "월가 시위 이끈 청년들, 정치 직접 도전하라"

세계적 지성인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이 월가 점령 시위를 계기로 새로운 진보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레이거노믹스'(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가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으로 이어졌다며 그 미래에 기대를 드러냈다.

삭스 교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에서 "전국의 월가 점령 시위는 미국의 '새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다가올 시대의 중요한 도전은 99%의 번영을 이룩하고 그들의 힘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위 1%의 소득은 증가한 반면 나머지의 소득은 정체되고 끔직한 실업에 시달렸던 레이건 시대 30년의 끝에 서 있다"라며 현재의 위기가 레이건 전 대통령으로부터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레이건이 '정부는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정부 자체가 문제다'라며 부자들에게 세금을 덜 내게 하고, 군사비 등을 제외한 공공 서비스와 공공 투자를 줄였다"라며 "레이거노믹스는 치명적인 오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건은 '정보화 시대의 글로벌 경쟁 격화' 문제를 철저히 간과하고 정부라는 유령과 싸웠다"라며 "그로 인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에너지·환경문제에 대비가 되지 않은 국가가 되어 오판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삭스 교수는 현재 미 정부 역시 '레이거노믹스'를 실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로와 철도 건설, 교육, 직업훈련과 같은 비안보적 분야의 지출은 1970년대 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그 절반에 그치며, 올 여름 부채상한 협상을 거치면서 향후 2%까지 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 질식'으로 죽을 것"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삭스 교수는 또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 미 정치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양당이 부유한 정치자금 기부자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를 망치고 있다"며 "정부 수입에서 기업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며 부자들은 자신들의 높은 소득과 기업에 대한 세금을 계속 낮게 유지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13일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시위대들이 '모든 권력을 민중에게'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겪은 두 번의 위기, 모두 진보주의 운동 불렀다"

삭스 교수는 이러한 부자와 기업들의 '탐욕'이 미국 역사에서 이미 두 번이나 등장해 경제적 불평등과 부패를 낳았으며, 결국 두 차례의 진보주의 운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시대는 19세기 말 이른바 '도금시대'(Gilded Age) 당시 나타났던 악덕 자본자들의 횡포로 이는 1893년 금융위기를 불렀다. 당시 금융위기를 계기로 진보주의 운동이 태동했고, 이후 당선된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진보 진영의 요구에 부응해 반독점법과 연방소득세, 노동기준 확립, 상원 직선제 전환과 여성 참정권 부여 등 잇따른 개혁을 추진했다.

불평등이 심화된 두 번째 시대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 불리는 1920년대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워렌 하딩을 비롯해 캘빈 쿨리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이끌었던 "친기업 정부"였다고 삭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들의 집권 기간 동안 금융자본은 다시 과잉 팽창했고 부패가 양산되었으며 결국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또 한 번 진보주의 운동이 일어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 수십 년동안 소득 불균형 해소와 노동조합 강화, 부자 증세와 금융 규제 등의 개혁 정책이 실행되었다고 삭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진보 운동을 다시 돌려놓은 인물이 레이건이었고, 그 결과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상황에서 이제 세 번째 진보주의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젊은 세대들, SNS 이용해 정치 개혁해야"

삭스 교수는 월가 점령 시위로 대표되는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의 목표에 대해 "핵심적인 공공 서비스의 회복, 월가 기업들의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 일반 민중의 권력 회복"이라는 세 가지를 들면서도 "하나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가 거물들이 금융사기로 감옥에 들어가고 막대한 과징금을 물어도 기득권들은 깊이 뿌리 박혀 있다"면서도 19세기 말 진보주의 시대가 도금시대의 잘못을 교정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작된지 몇달 되지 않은 월가 시위에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월가 시위가 본격적인 진보주의 운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략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주는 기업을 정치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압박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비즈니스와 정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기업에 자신들의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라며 "주주 운동과 소비자 운동은 (시위대들이 농성하는) 공원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또 새로운 진보주의 운동이 부자 과세와 전쟁 종식, 모든 이들에게 정직하고 효율적인 정부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공공정책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월가 시위를 이끈 새로운 세대들이 정치에 직접 진출하는 것을 제안했다.

삭스 교수는 "새로운 정치 세대는 기업들이 자금을 댄 TV 광고보다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이용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소셜 미디어(SNS)는 정치 캠페인 비용을 줄임으로서 미 정치권을 고질적인 부패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 월가 시위도 끝날 것이라는 이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의 출현과 진보주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 제프리 삭스는 누구?

ⓒ미 컬럼비아대
1954년 태어난 제프리 삭스는 1983년 29세의 나이로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가 된 천재 경제학자로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 전문가다. 하버드 국제개발연구소(HIID) 소장을 역임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 많은 자문을 수행했고 <빈곤의 종말>을 집필해 아프리카 국가 등 빈곤 국가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2002년 7월 하버드대를 떠나 현재 뉴욕의 컬럼비아대에 재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자문위원을 지냈으면서도 1997년 금융위기 때부터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글로벌 자본의 횡포와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IMF 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삭스 교수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코노미스트'라고 평가했고, <타임>은 1994년 그를 '가장 유능하고 유명한 50명의 젊은 이코노미스트'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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