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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신뢰외교', MB '갈등과 불신의 외교' 겨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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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신뢰외교', MB '갈등과 불신의 외교' 겨냥한 것"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지난 7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최초의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렸다. 6자회담의 3단계 해법에 따라 미국과 중국이 강제하다시피 남북을 압박한 결과였다. 이 형식적인 대화가 열리고 나자 미국은 바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초청형식으로 북한 김계관 제1외무부상을 뉴욕으로 초청했고, 김계관은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회담 결과는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는 양측의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관련국과의 협의 뒤에 후속대화도 열겠다고 했다. 6자회담 프로세스가 속도를 낼 것 같더니 또 멈칫해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오리무중으로 빠져 있으며,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한국정부의 대북 태세에 변화를 기대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기존의 원칙을 확인하는 원론적 언급 외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연이어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대규모로 열렸다. 그 사이에 남북간에 서해 포격 시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를 입증하는 해프닝이라고 하겠다.

이 와중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고,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러 정상회담 결과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였고, 김정일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 중단과 핵실험 유예를 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고 한다. 물론 가스관 건설과 철도연결 등 북러간 경협사업들에 대한 합의도 있었다. 김정일은 귀국 경로를 중국을 거치도록 했고, 중국 헤이룽장 성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치치하얼'과 '다칭'을 방문하여 산업시설들을 둘러보았다고 한다.

특기할 점은 이 여정에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동행했다는 점이다. 김정일의 북방행보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김정일의 북방외교가 이원화되고 다변화되었음을 읽을 수 있다. 중국과의 굳건한 관계 재정립에 이어 러시아와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재건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자기의 전략적 이해관계, 즉 동북아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수확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는 지난 해 천안함 사태 이후 급진전되기 시작한 동북아 신냉전구도 형성에 있어 또 하나의 부가적 요인이 된다. 한미일 3국은 거의 3자 동맹 수준으로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왔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중러 3국도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기의 해양축과 대륙축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그런 구도가 동북아 지역에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반도에도 남북관계 차단, 일상화된 군사적 긴장, 적대와 불신으로 미루어볼 때 신냉전구도가 굳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분단의 단층이 한층 넓어지고 단단해지면 우리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통일의 길도 점차 멀어진다. 한편으로는 대화와 통일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냉전적 적대와 상호불신을 키워가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며, 그 모순은 국가이익이라기보다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 국방장관을 암살하기 위해 공작팀이 한국으로 잠입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정보가 없는 일반인으로서야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으나, 이런 뉴스가 나왔다는 그 자체가 바로 우리가 신냉전기를 겪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대북문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때마침 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로 부동의 지지율을 가진 박근혜 의원마저 현재의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진단하고 남북관계 개선책으로 "신뢰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를 갈등과 불신으로 성격지우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내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를 펼치고, 남북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동북아와 한반도 신냉전구도의 형성을 되돌리는 데 진력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행동은 남북관계를 '리셋'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비핵·개방·3000'을 필두로 한 기존의 대북정책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랜드 바겐' 방안도 철회해야 할 것이다.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거에 핵심 이슈들을 이행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지난 번 발리 남북비핵화회담에서도 이 제안에 대해 북한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데는 이 방안이 현실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적대적이고 강경한 태세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제재와 봉쇄가 아니라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합의가 있는 이상 그런 국면에 맞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대화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온통 불신하는 자세로는 대화가 잘되기를 바랄 수 없다.

셋째, 정치적으로 유연하게 대화에 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연성은 유화책 일변도나 유약한 태도를 뜻하지 않는다. 비핵화는 하나의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진전에 대한 평가와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아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핵화는 기술적인 사안도 많이 있지만 대단히 정치적인 과정이다. 정치력과 유연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행사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넷째, 한국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6자회담에는 일정한 로드맵이 있지만 국면과 상황에 따라 장애물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과거 6자회담의 장기 교착은 대개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해서 시간을 끌고 모멘텀을 잃은 결과 발생했다. 그런 경우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적극 나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국면을 돌파하는 외교가 요구된다는 점이 과거로부터의 교훈이다. 실제 한국이 지난 시기 이런 역할을 했다는 증언들이 미국에서 나온 바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대북정책라인을 바꾸어야 한다. 임기 후반기 대북정책기조 변화를 안팎으로 보여주고 실제 대화와 협상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태프가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전면 파탄지경이 된 데 책임이 있는 인사들은 물러나야 한다. 6자 외교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1년 9·10월호(제15호)에 실린 첫 번째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발리 비핵화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입니다.(☞전체보기)

* 원제 : "신냉전구도의 형성과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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