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8일 코스피 지수가 장중 130포인트 넘게 폭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원.달러 환율이 15원 넘게 급등하면서 1080원 선으로로 치솟은 것은 '미국발 쇼크'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발 쇼크'는 그저 '크레딧 이벤트'일 뿐 정말 주목해야할 곳은 유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US downgrade: A mere sideshow(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그저 부차적 볼거리)라는 칼럼도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준다.
▲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에 따른 충격은 유로존 부채위기가 몰고올 위기에 비하면 부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5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모습. 디폴트 위기에 몰리고 있는 스페인은 실업률이 21%가 넘는 등 경제침체 속에 부채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AP=연합 |
이 글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건에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조건반사적인 것일 뿐이다. 미국의 재정상태는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 A'에서 '더블 A+'로 한 단계 낮추기 직전에 갑자기 악화된 것이 결코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분석되는 미국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고, 신용등급 강등은 일종의 후행 지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S&P는 지난 4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는 어느 나라의 국채이건 투매를 촉발시킬 수도 있었을 경고였다. 하지만 미국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그 사이에 0.25%나 하락(가격 상승)했다. 일정 기간 내에 금융시장의 중심 자산으로서 미 국채를 대신할 국채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FT>는 "1년여 사이에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나 달러 나아가 어떤 형태이건 미국의 자산들을 앞다퉈 매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트리플 A' 등급의 다른 국채들도 있기는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를 팔고 '트리플 A' 등급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핀란드의 국채로 상당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고 미국의 자금조달 비용이 실질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FT>의 판단이다.
'유로존 중심국들의 디폴트 위기'에 프랑스마저 흔들
칼럼은 지금 글로벌 차원에서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디폴트'가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십년에 걸쳐 달러의 가치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최대 리스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현재 유럽의 부채위기는 현재진행형으로 폭발성이 있다. 이제 유럽의 부채위기는 '유로존의 주변국 3인방'이라는 그리스 등의 디폴트 위기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유로존 중심국'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FT>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유로'의 볼모"라며서 "지난달 이후 두 나라의 자금 조달 비용은 급증했고, 독일은 유럽의 구제금융펀드에 추가 출연을 거부했다"면서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7일 G20 차원의 공동 대응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럽중앙은행(ECB)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선언적'이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수준이다.
<FT>에 따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국채 상환을 위해 향후 18개월 사이에 무려 8400억 유로(약1300조 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것은 그리스와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조달해야하 자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유럽의 많은 금융기관들은 자기들이 보유한 국채들의 상당한 규모로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당장 큰 타격을 받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다.
유럽은행감독기구(EBA)에 따르면, 최근 스트레스테스트를 받은 유럽의 90대 은행은 향후 2년 동안 유럽연합(EU)의 GDP 대비 45%에 달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정도다. 지금까지 이들 은행은 '국가 부도' 사태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서로 단기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를 하며 버텨온 실정이다.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 파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FT>는 '유럽의 상황에 비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초래하는 즉각적인 충격들은 그저 별도의 볼거리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독일에 이어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인 프랑스까지 '트리플 A' 등급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 부채 규모는 GDP의 84.7%로 이탈리아(120.3%)에 비해 비율은 적다. 그러나 프랑스의 연간 부채 증가액은 지난 2006년 이후 이탈리아의 부채 증가액을 추월하고 있으며, 현재 '디폴트 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은 "프랑스 국채는 미국과 달리 유로존에 묶여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AAA' 등급으로 취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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