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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유럽, '디폴트 위기' 재깍재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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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유럽, '디폴트 위기' 재깍재깍

[분석] 그리스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까지…시장은 왜 못믿나

미국이 디폴트 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다는 소식이 들리기 무섭게 이번에는 유로존 중심국들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로존 부채위기는 그리스 등 '유로존 주변국 3인방'이 뉴스의 중심이었으나, 이제 유로존 4위 스페인과, 3위 이탈리아도 '구제금융 대열'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부채 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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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3일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트레몬티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추궁을 당하고 있다. ⓒAP=연합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국채 금리 7%'의 함정에 빠지나

문제는 이들 나라는 한 나라만으로도 '유로존 중심국' 답게 '주변국 3인방'을 모두 합친 경제규모보다 크다는 점이다. 주변국 부채위기도 깔끔하게 해결못하는 유럽의 분열상으로 볼 때, 이들 나라의 디폴트 위기가 심각해질 경우 '구제금융'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상황은 심각하다.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마저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달 초순 5% 중반을 넘어서면서 '빨간불'이 켜진 이후 신속한 재정긴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이탈리아 정치권의 노력도 '언발에 오줌누기'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수익률)는 6%를 넘으며 3일에는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7%를 향해가고 있다.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7%라는 수익률은 한 나라의 국채 발행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시장이 인식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리스 등 '주변국 3인방'은 국채 금리가 7%가 넘어서는 날이 1주일 이상 지속되자 모두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FT>는 "국채 금리가 7%가 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엄밀한 법칙은 아니다"면서 "부채 규모와 상환 만기 구조, 성장률, 인플레이션율 등 다른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이런 금리로도 상환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살펴보면 시장이 패닉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부채 비율이 적고, 재정적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탈리아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지만 재정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다. 국채의 상환 만기도 단기에 몰려있지도 않다.<FT>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7%가 넘어도 상당기간 동안 두 나라는 버텨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리멸렬한 유로존, 실효성 의심되는 '선언적 합의'에 그쳐

문제는 경제는 심리라는 점이다. <FT>는 "7% 수익률이라는 기준을 디폴트를 가늠하는 지표로 보는 것은 엄밀한 법칙이 아니지만,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이 이 기준을 강요한다. EU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국채금리가 7%가 넘자 싫다는 데도 억지로 구제금융을 받으라고 종용했다.

<FT>에 따르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대해 시장의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스페인은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 부분에 숨겨진 부실이 많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이탈리아는 재정긴축 노력에서 스페인보다 못하다. 초당적으로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도 알고보니 대부분의 집행은 2013년 총선 이후로 미뤄진 것이었다. 또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현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두 나라 자체 역량으로는 '자기실현적인 악순환'을 멈출 수 없다. 유로존이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에 합의하기도 힘들고 설혹 합의가 나와도 집행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21일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해 유로존이 합의하면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확대 조성하기로 했지만, 충분한 규모로 늘리자는 합의는 하지 못했다. 기금 규모를 2550억 유로에서 4400억 유로(약 660조 원) 규모로 확대되더라도 '주변국 3인방'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버겁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기금 증액도 회원국들 각각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이 디폴트 직전까지 갈 때까지 정치권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처럼, 유로존의 부채위기도 주변국에서 중심국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한 유럽의 정치적 무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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