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접촉에 참여했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표는 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김태효, 김천식, 홍창화) 모두가 끝끝내 진실 밝히기를 거부하고 동족기만과 모략날조에 매달린다면 우리는 불가피하게 접촉 전 과정에 대한 녹음기록을 만천하에 공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일 북한은 남북이 5월 9일부터 베이징에서 비밀접촉을 했고, 남측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하며 돈봉투를 주려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다음 날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자 그로부터 1주일 후 녹음기록 공개를 예고한 것이다.
▲ 베이징 비밀접촉에 참여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 ⓒ연합뉴스 |
국방위 정책국 대표는 비밀접촉의 목적이 정상회담 개최가 아니었다는 남측의 해명에 대해 "김천식(통일부 정책실장)은 이번 비밀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며 "통일부 장관 현인택이 직접 접촉의 전 과정을 주관하고 있으며 청와대에도 그가 단독선을 통해 상황보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절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남측의 해명에 대해서도 "그들은 북측에서 보면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보면 사과로 간주되는 절충안이라도 내놓자고 빌붙었다"며 "그것도 통하지 않게 되자 나중에는 최소한 유감이라도 표시해주면 그것을 사과로 받아들이고 지금까지의 대결정책도 철회할 것이고 정상회담도 빨리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마주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비굴하게 놀았다"고 덧붙였다.
정책국 대표는 정상회담 일정을 제안한 적이 없다는 남측의 설명에 대해서도 "김태효(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는 현 당국은 시간이 매우 급하다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해 작성했다는 일정계획이라는 것을 내놓았다"며 "말레이시아에서 비밀접촉을 한번 더 가지고 뒤따라 장관급회담을 한 후 6월에 판문점에서, 8월에는 평양에서, 다음해 3월에는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진행되는 기간에 정상회담을 연속 갖자는 시간표였다"고 맞받았다.
돈봉투와 관련해서는 "접촉이 결렬상태에 이르게 되자 김태효의 지시에 따라 홍창화가 트렁크에서 돈봉투를 꺼내들자 김태효는 그것을 우리 손에 쥐어주려고 했다"며 "우리가 즉시 처던지자 황급히 돈봉투를 걷어넣고 우리 대표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돈봉투가 숙식 비용이었다는 남측 일각의 설명에 대해서는 "우리(북) 대사관에서 숙식과 운수수단을 보장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그들이 우리 대사관에 체류비를 섬겨바치려고 돈봉투를 마련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녹취록 공개 후 육성까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답변을 통해 베이징 접촉과 관련한 녹취록은 없으며, 접촉의 목적은 정상회담이 아니라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관한 사과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녹음기록을 실제로 공개한 결과 현 장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 당국자들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정부 입장과 다른 말을 했을 경우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남북은 비밀접촉이건 공개적인 회담이건 전체 대화를 녹음하는 게 관례다. 현 장관의 말대로 남측이 설령 녹음을 하지 않았더라도, 북측이 비밀리에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향후 추가 경고를 한 뒤, 녹취록을 공개하고, 육성을 직접 방송으로 내보내는 등의 수순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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