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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 '쓰나미 보고서' 무시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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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 '쓰나미 보고서' 무시한 인재"

<마이니치> "15m 쓰나미 닥치면 '100% 멜트다운' 이미 경고"

일정 수준 이상의 비가 오면 강물이 넘쳐 홍수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도 둑을 쌓지 않아서 홍수가 났다면, 자연재해인가 인재(人災)일까. 통상 이런 사건은 '인재'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도 '인재'에 가깝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과 원전산업을 옹호하는 진영은 후쿠시마 사태는 '대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자연재해라고 강변해 왔다.

물론,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들이 자동 정지된 것 자체는 대지진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가 '동시다발 멜트다운'이라는 대재앙으로 악화된 것은 어디까지나 '인재'에 속한다.

▲ 지난 3월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건물이 수소 폭발을 일으킨 장면.
'새로운 내진 지침'에 따라 4년전부터 '쓰나미 위험' 경고

15일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07년부터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기반기구(JNES)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악화시킨 쓰나미 위험을 상세히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도쿄전력 측에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보고서는 쓰나미에 의한 원전의 영향을 평가하도록 의무화한 2006년 9월 '새로운 내진설계 지침'에 의해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법적 의무에 따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른 지침을 무시한 도쿄전력은 더 이상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자연재해'라는 변명으로 막대한 피해보상 책임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마이니치> 신문이 입수한 200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JNES는 2007년도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들처럼 비등형이나, 가압형 등 원자로 방식과 쓰나미 규모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이들 보고서는 비상용 디젤 발전기나 냉각용 해수 펌프가 쓰나미로 손상되면 '전원 상실에 의해 원자로의 노심용해(멜트다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2009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쓰나미 규모별 영향'은 높이 3~23m 쓰나미별로 매우 자세하게 되어 있다. 특히 해발 13m에 이르는 방파제가 없는 경우는 7m 이상의 쓰나미가 닥치기만 해도, 그리고 15m 이상의 쓰나미라면 이런 방파제가 있건 없건 거의 100%의 확률로 멜트다운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은 높이 10m, 방파제는 6m로 보고서에서 상정한 13m의 방파제 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보고서 경고 그대로 15m 쓰나미 강타, 비상발전기 전멸

도쿄전력은 이런 정부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따른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최대 5.7m 높이의 쓰나미만 상정한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3.11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에 무려 15m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13기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중 12기가 망가졌으며 원자로 냉각파이프가 손상되는 등 타격을 받아 멜트다운이 급속히 진행됐다.

게다가 도쿄전력은 원자로 비상 냉각시스템이 망가졌을 때 얼마나 빨리 '노심용해'가 진행되는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거나, 그동안 은폐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도쿄전력이 발표한 제1원전 1호기의 사고 전개 과정에 대한 잠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제어실(MCR) 계기에 의해 기록된 온도 압력 등의 데이터에 의한 1호기의 냉각기능 상실 시각은 3월11일 오후 3시30분으로 추정됐다.

원자로는 지진에 의해 자동 정지돼도 고열 현상은 지속되기 때문에 냉각기능을 상실하면 냉각수가 조금씩 증발된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1호기는 냉각기능을 상실한 직후부터 원래 약 300℃였던 노심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연료봉 윗부분보다 약 5m 위쪽까지 차 있던 냉각수가 줄어들었다.

3월11일 오후 6시경에는 냉각수 수위가 연료봉 위쪽 부분까지 내려가 '연료봉의 일부 노출'이 시작됐고, 1시간30분 후인 오후 7시30분경에는 냉각수 수위가 4m 정도 더 내려가 연료봉이 전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냉각기능 상실 17시간도 안돼 '완전 멜트다운'

오후 7시50분경에는 노심 내부 온도가 연료봉 피복관(지르코늄)의 용해점인 1800℃를 넘었고, 노심의 가운데에 있는 연료봉부터 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후 9시경에는 노심 내부 온도가 연료 펠릿(핵연료심)이 녹기 시작하는 2800℃에 이르렀고, 다음날인 12일 오전 6시50분경에는 연료봉이 대부분 녹아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측됐다.

문제는 도쿄전력은 이번 발표 전까지만 해도 1호기는 12일 오전 9시경 노심이 일시적으로 냉각수 밖에 전면 노출됐다고 주장해왔고, 이후에 서서히 핵연료봉 손상이 진행되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도쿄전력은 핵연료봉을 감싸고 있는 압력용기나 격납용기에도 손상이 없다는 판단으로 격납용기를 물로 채우는 '수관 작업'까지 지난달말부터 시행해 왔다.

하지만 1호기 원자로 건물에서 12일 오후 3시 36분 수소 폭발이 일어난 것 자체가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가 손상돼 연료봉이 녹으면서 발생한 수소가, 산소가 있는 격납용기 밖으로 새어나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쿄전력이 이처럼 노심용해가 급격히 진행된 것을 사건 발생 두 달 가까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 자체가 의문을 부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1,2,3호기 모두 심각한 노심용해와 이에 따른 압력용기 등의 손상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향후 6~9개월내 냉각 정상화 로드맵'은 처음부터 실현불가능하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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