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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태는 반드시 반복된다"

[해외시각]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인재 즐비"

일본의 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은 '원전 건설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본의 원전 사태가 지진 같은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듯 그렉 재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에서 건설된 원전은 일본에서와 같은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4일 영국의 <가디언>은 일본에서 방사능 유출을 일으키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는 지진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사고 확률 90%'로 원전 건설 중단을 권고받았던 GE 모델을 사용했기에 발생한 '인재'라고 폭로했다.(☞관련 기사:"日, 후쿠시마 원전 '사고확률 90%' 알고도 건설했다")

▲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대량 유울된 15일 자위대 군인들이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


사상 최악의 사고들은 모두 인재 탓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안전성을 의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상 최악의 3대 원전 사고를 비롯한 크고 작은 모든 원전 사고는 어처구니 없는 '인재'에서 비롯됐다.

이때문에 <가디언>은 '무엇이 또다른 후쿠시마 사태를 일으킬까?(What will spark the next Fukushima?)'라는 별도 칼럼을 통해 "믿을 수 없는 원전산업, 무능한 규제당국이 세계를 점점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다음번 참사는 지진이나 쓰나미와 아무 관계가 없이, 테러, 기후변화, 엔지니어의 치명적 실수, 플루토늄 확산, 정신나간 원전관리자들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불을 밝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면, 원전산업과 이를 추진하는 정부들이 용서받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보다 안전한 대안들이 100가지나 있는데도, 원전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어리석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원전산업이 존속하는 이유는 막대한 이권의 먹이사슬

원전산업의 치어리더 격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다음날 체르노빌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의 새 시대가 열린다고 자축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을 때, 다른 곳도 아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의 하나인 일본에서, 최고의 엔지니어와 최신의 기술로 원전을 가장 안전하게 운영하는 곳으로 여겨진 이 나라에서 한 개도 아닌 3개의 원자로에서 '전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사고가 일어났다.

체르노빌도 원자로가 망가져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켰을 때 안전시설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알아보려는 어설픈 실험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원전 사태도 첨단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전원이 끊어졌을 때의 대비 소홀 탓이었다.

일본의 해안 지대는 원전 건설 입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경고를 수없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쓰나미와 지진이 겹쳐 일어났을 때의 전력 문제에 대비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뒤에 현명한 척 하기는 쉽지만, 일본의 원전 사태도 조사를 해보면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라, 일련의 예측가능한 인간의 실수들 탓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원전산업이 하나의 기업이 하는 일이라면 돈을 댈 주주들이 없었을 것이다. 원전산업 배후에는 막대한 이권의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안전하다는 원전, 한 세대만에 사상 최악의 사고들 터져

그동안 원전산업이 저지른 죄악상을 돌아보자. 불과 한 세대도 안되는 기간에 원전산업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고, 고통에 빠뜨렸다. 엄청나게 많은 땅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이런 죄악을 저지르면서도 원전산업은 수조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챙겼다. 그리고 원전산업이 남긴 핵폐기물과 오염 정화에 엄청난 돈이 계속 들어가야 한다.

불과 25년 사이에 원전 사상 최악의 3대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 직전까지 간 원전사건들까지 합치면 수십 건이다. 원전산업은 허위와 은폐, 비밀과 재원 낭비로 점철된 산업이다.

'위험한 원자로'로 가득채워져 가는 세상

문제는 원전산업이 기승을 부릴 미래가 암담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에는 설계 수명이 다해가는 원자로들이 많은데, 정치인들이 설계 수명을 넘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압력을 규제당국에게 넣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동중인 원자로 중 100개 이상이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대에 건설되었고, 앞으로 지어질 350개 발전소 중 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것이 확실한 환태평양 지대에 건설될 계획인 것들이 많다.

또한 현행 계획에 따르면, 향후 20년 동안 세계 전력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10개국이 새롭게 상업용 원전을 도입하게 된다. 이런 공급을 감당할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안도 확립하지 못했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술적인 약점은 설계로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일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믿을 수 없는 원전산업, 무능한 규제당국이 세계를 점점 더 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다음번 참사는 지진이나 쓰나미와 아무 관계가 없이, 테러, 기후변화, 엔지니어의 치명적 실수, 플루토늄 확산, 정신나간 원전관리자들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불을 밝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면, 원전산업과 이를 추진하는 정부들이 용서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고, 보다 안전한 대안들이 100가지나 있는데도, 원전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어리석다고밖에 할 수 없다.


리버먼 "후쿠시마 사태 보고 생각 달라졌다"

다행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미국과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신규 원전 건설계획과 원전수출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파 성향'의 조지프 리버먼 민주당 상원의원조차 "나는 원전 지지자였지만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선언했다.

리버먼 의원은 "미국 정부의 원전 건설 계획에 조용하지만 신속히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라면서 "미국 내 23개 원자력 발전소가 이번에 문제가 된 후쿠시마 원전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까지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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