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디언> 등이 NIRS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특히 6개 중 1971~1979년에 건설된 5개 원자로는 마크 1 모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이전의 초기 모델이다.
▲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개 원자로 모두 GE 모델이며, 5개는 처음부터 안정성에 결함이 커 원전 건설 중단 권고를 받았던 초기 모델인 것으로 드러났다. ⓒAP=연합 |
후쿠시마 원전, 처음부터 결함있는 '경비절감형' 모델
GE는 미국에서 비등형 경수로(BWR)의 독점 제작자다. 이 모델의 취약점은 경비절감을 위해 대형 콘크리트 격납시설 대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격납용기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미 25년전인 1986년에 지진과 관계없이 마크 1 모델이 중대한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90%에 달한다는 경고가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안전담당 책임관료 해럴드 덴턴은 당시 원전 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크 1 모델은 압력제어장치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압 능력이 작아 압력 제어에 실패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NIRS는 이미 1996년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그 내용은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원전 사태는 지진이 아니었더라도 발생할 '시간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GE 핵기술자 3명, 심각한 결함 인정하며 사퇴
이 보고서에 따르면, GE의 마크 1 모델 원자로에서는 일단 냉각시스템 사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이때문에 이 모델이 나오자마자 1972년 미국 원자력위원회(AEC)의 안전담당관 스티븐 하누어 박사는 압력제어방식 모델의 비등형 경수로를 사용한 원전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GE의 핵기술자 3명도 이러한 권고가 나온 직후 GE 모델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면서 공개 사퇴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1985년 분석 보고서를 통해 "마크 1 모델은 사고 발생시 몇 시간 뒤에 노심용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문제의 모델은 핵전문가들과 미국 핵규제위원회(NRC) 관계자들로부터 폭발 가능성이 높고, 압력제어기능이 고장나기 쉬운 구조라고 지난 수십년 동안 지적받아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천재지변 핑계 댈 수 없는 '인재'
NIRS에 따르면, 이 모델은 일단 냉각시스템이 고장나면 원전 운영업체는 격납용기로부터 방사성 증기를 유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노심용해가 진행돼 격납용기가 파열되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는 이미 방사성 증기 유출로 건물이 폭발했고, 2호기는 격납용기가 손상되고 노심용해가 진행되는 더욱 심각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지진 때문이라기보다는 모델 자체가 처음부터 안전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일본 정부나 일부 관변학자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델은 '비등형 경수로'이며 격납용기가 다중 구조로 되어 있어서 방사능 이 대량 유출될 가능성의 매우 희박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미국에도 110개 가동 원자로 중 36개가 문제의 GE모델
또한 일본의 원전사태를 지켜본 미국은 어떤 원전국가들보다 화들짝 놀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중인 110개의 원자로 중 무려 36개가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GE 모델이기 때문이다.
14일 미국 정책연구소(IPS)의 핵전문가 로버트 알바레즈와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소(IEER)의 아준 마키자니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냉각시스템과 격납용기의 손상이 발생해, 핵연료봉이 과열되면 불이 붙으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을 뿜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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