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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원전 동시다발 '멜트다운' 처음으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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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원전 동시다발 '멜트다운' 처음으로 인정

'냉각 로드맵'은 '쇼'…원전 복구 작업원도 첫 사망

지난 4월14일 발표된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 정상화 로드맵'은 불과 한 달만에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로드맵 한 달' 사이에 거둔 실제 성과라면, 현재 후쿠시마 사태는 '멜트다운(노심용해)'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쿠시마 사태는 체르노빌처럼 '1회적 폭발'이 아니라 '지연된 폭발'이라는 점에서 진행 양상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의 냉각수 수위를 작업원들이 측정을 하고 있다. 조사 결과 1호기의 핵연료봉은 완전히 노출될 정도로 수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AP=연합
구멍 숭숭 뚫린 원자로에 '수관 작업' 강행

사실 향후 6~9개월 사이에 원자로 냉각을 정상화시키고 방사성 물질 방출을 막겠다는 일본 정부의 대책은 처음부터 "실현불가능"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원자로에 물을 가득채워 냉각시킨다는 '세계 최초의 수관(水棺) 작업'도 처음부터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였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미 '멜트다운'에 의해 원자로의 압력용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았던 2, 3호기에 대해서는 '수관 작업'을 시도할 수도 없었지만, 1호기에 대해서 지난달말부터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수관 작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1호기 역시 2, 3호기 못지 않게 핵연료봉이 녹으면서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구멍이 뚫려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관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해 왔다.

결국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1호기의 상태에 대해 "원자로 바닥에 핵연료봉 거의 대부분이 녹아 내려 고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압력용기에도 구멍이 여러 곳에 뚫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격납용기도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동안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수관 작업을 강행한 '쇼'의 대가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15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과 <요미우리> 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1호기 원자로 건물 지하에서 약 3000t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발견됐다.

이것은 그동안 1호기에서 확인된 방사성 오염수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원자로 부근 지하 건물과 외부 작업터널 등에 고인 2만여t의 오염수는 원자로를 긴급 냉각하기 위해 퍼붓은 물들에 의해 생긴 것이라면, 이번 오염수는 수관 작업으로 원자로에 주입한 물 가운데 일부가 그대로 유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격납용기에서 압력용기로 연결되는 배관의 접속부에 균열이 생기면서 오염수가 유출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그동안 1호기의 압력용기에는 시간당 8t의 냉각수가 주입되고 있고 지금까지 모두 1만t 이상의 물이 투입됐으며, 원자로 수위로 미뤄볼 때 절반 정도가 그대로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압력용기를 감싸고 있는 격납용기를 물로 완전히 채워 핵연료를 냉각하는 수관작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보좌관 "1호기보다 3호기가 더 우려돼"

더욱 충격적인 것은 도쿄전력은 스스로 2호기와 3호기의 원자로 역시 "1호기와 마찬가지 상정된다"고 말해 2,3호기에서도 핵연료 전체가 녹은 멜트다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한 점이다.

특히 현재 후쿠시마 원전 냉각 정상회 로드맵을 총괄하고 있는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총리 보좌관은 15일 <NHK>방송에서 1호기보다 3호기의 상태가 더욱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호소노 보좌관에 따르면, 멜트다운이 일어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1호기는 압력용기의 온도가 120℃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3호기 압력용기의 온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호기 압력용기 위쪽 온도는 4월 말 80℃였던 것이 지난 5일 오전에는 144℃, 8일 저녁에는 217℃까지 상승했다.

'멜트다운'에 의한 방사성 물질의 방출은 이미 원자로 주변에서는 '살인적 수준'이다. 도쿄전력이 1호기의 원자로 건물에 로봇을 투입해 1층 남동쪽의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시간당 2000밀리시버트로 나타났다. 방사선량은 시간당 1000밀리시버트만 돼도 사람이 그 자리에 30분만 있어도 림프구가 줄어들고 4시간이면 절반 이상이 30일 안에 숨질 정도의 '치명적 수준'이다.

후쿠시마 작업원, 첫 사망자 나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작업원이 사망한 사례도 처음으로 나왔다. 지난 14일 60대 작업원이 제1원전에서 복구작업에 투입된 지 하룻만에 숨졌다. 도쿄전력은 이 남성의 피폭량은 기준치 이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도쿄전력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24일 3호기에서는 작업요원 2명이 시간당 수천 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에 피폭돼 후송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원전 부근뿐 아니라 수백km 떨어진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도 퍼져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5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쿄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가나마치(金町)정수장 흙에서 세슘과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으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에서 300㎞ 이상 떨어진 도쿄 남쪽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 재배하는 찻잎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됐다.

수도권 농작물에서 세슘이 검출되면서 이 지역 농민들은 다른 농작물로 오염될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슘 오염이 목초로 확산되면 젖소나 육우 생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세슘은 민물고기에서도 검출됐다. 후쿠시마현에 따르면 현 내 이와키시 등에서 잡은 은어와 빙어에서 기준(1㎏당 500 베크렐)을 초과하는 720∼870 베크렐의 세슘이 나왔다. 민물고기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

세슘이 일단 체내에 축적되면 장기간 근육 등에 남아 세포 내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암과 각종 질환을 유발해 '죽음의 재'로 불린다.

미 에너지부 부장관 "오염수 처리가 큰 장애물"

장기적으로 더욱 우려되는 점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방사성 오염수다.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50㎞가량 떨어진 바다에서 지난 3일과 5일 채취한 톳 등 해조류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최근 후쿠시마 인근 바닷물에서는 스트론튬도 검출됐다. 스트론튬은 체내에 축적되면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켜 세슘보다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꼽힌다. 토양과 식물에 이어 바닷물에서도 스트론튬이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일본정부는 수만톤의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했으며, 통제불가능한 고농도 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처치곤란한 오염수는 연말이면 수십만톤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 대니얼 폰먼은 15일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는 여전히 심각하며, 특히 대량의 오염수 처리가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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