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랍 민주화, 'SNS 혁명' 아닌 신자유주의에 대한 도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랍 민주화, 'SNS 혁명' 아닌 신자유주의에 대한 도전"

중동 전문가 유달승 교수 "아랍 민주화의 최대 패배자는 미국"

리비아 사태와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열풍의 근원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30일 "아랍 민주화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주최한 '중동 민주화/시민혁명의 바람과 전망' 전문가 포럼에서 "이집트 혁명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혁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서"라며 "(이는)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이집트 사회가 변화되었다는 서구 언론의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함축하는 것으로 이집트 혁명의 성격과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중동·북아프리카 지방의 민주화 시위에 불을 붙인 튀니지와 이집트에 대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모범적으로 해온 국가"라며, 그 점에서 튀니지 혁명이 대졸 출신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1980년대 튀니지, 이집트, 알제리 등 대다수 중동 국가들은 외채 문제를 계기로 국제 금융기구들에 의해 강요되는 방식으로 신자유주의 개혁 프로그램을 채택했다"며 이로 인해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확대 등 경제적 문제가 생겨난 것이 민주화 투쟁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풀이했다.

중동 산유국에서는 식량과 석유 등 생필품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도입 이후 보조금은 삭감되거나 축소됐고 공공부문 민영화로 인한 대량 실업과 고용 불안, 빈곤, 사회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바레인의 경우를 예로 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7000달러로 한국보다 잘 살지만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44%나 되고 경제구조를 파행으로 만든 결정적인 사건은 신자유주의 정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랍 민주화의 최대 패배자는 미국"

유 교수는 튀니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바레인, 예멘, 시리아 등 아랍 전역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에 대해 "중동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랍 민주화의 최대 패배자는 미국"이라면서 "특히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의 붕괴는 미국 중동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헤게모니 쇠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시민혁명 과정에서 많은 시위대가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무바라크 독재를 방조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이는 언론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아직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집트 혁명은 절반의 성공, 미완의 혁명"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역시 "이집트에서 구체제는 온존하고 있으며 아직 완결성을 보지 못했다"면서 "미국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무바라크 없는 무바라크 체제'라도 건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토론자인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은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이나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 등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다가도 아래로부터의 봉기가 생겨난 시점에서 '슬기롭게' 지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정권과의 채널을 준비했다"며 미국의 적극적이고 다차원적인 정책으로 볼 때 영향력이 약화된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30일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토론회 '중동 민주화/시민혁명의 바람과 전망'에서 유달승 한국외대교수(왼쪽 두번째)가 발제하고 있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리비아 사태는 민주항쟁? 내전? 전쟁?

이날 토론회에서는 리비아 반군의 정체, 리비아 사태의 성격에 대해서도 뜨거운 논의가 오갔다. 유달승 교수는 벵가지 반군 세력이 왕정 시절의 국기를 내건 것은 이들이 사누시파(派)의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동부는 사누시파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며, 지난 1995년 대규모 카다피 반대 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무장투쟁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그는 민족해방전선(National Salvation Front), 이슬람해방당(Islamic Liberation Party), 이슬람순교자운동(Islamic Martyrdom Movement)과 1995년 알카에다 산하에 창설된 리비아 이슬람 투쟁그룹(LIFG) 등을 꼽았다.

그는 "카다피가 알카에다 배후설을 주장한데 대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주목했다"며 "이것이 미국과 영국·프랑스가 다른 입장을 보이는 이유이며, 반군측 임시정부가 스스로 세속주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부분에 대한 미국의 의혹과 불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 사태는 평화적 시위가 무장투쟁으로 전환된 것"이라며 "초기에는 분명 민주화 운동이었으나, 이후 내전으로 전환됐고, 서방 개입 이후 전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민웅 교수도 이 분석에 동의하며 "리비아 사태는 내전의 성격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개입은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방의 군사 개입을 비판하면서 "개입의 근거인 R2P(국제 사회의 민간인 보호 책임)는 굉장히 위험한 개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리비아에 대한 개입은, 조선왕조도 억압적 정권이었고 동학농민운동을 탄압했으므로 근대화된 국가인 일본이 '개입'해서 조선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면서 "이 사태가 아랍 민주화 운동을 지체시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반정부 세력이 그 출발은 민주화 시위대였을지 모르나 현재 중심세력은 리비아 동부 군벌"이라며 "이들이 개입하면서 민주화는 질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의 상황은 튀니지나 사우디, 바레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언론은 반군을 '시민군'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며 "시민이 무장투쟁으로 조직화된 것이 아니라 준비된 무장세력이며, 이들이 반(反)카다피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로 가는 길 자체를 비틀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눈여겨볼 것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리비아 출신의 알카에다 전사들이라면서 "카다피를 제거하는 순간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제거한 이후 지방 군벌들과 만났던 것과 똑같은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은홍 교수는 "리비아의 사례는 혁명의 모델에 대해 성찰해 볼 동기를 제공해 준다"며 "혁명의 배제적 성격이 포용적 성격으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이를 빌미로 한 (서방 등 외부의) 개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과거 왕정 시대의 국기를 흔들고 있는 벵가지의 반군들 ⓒAP=뉴시스

"언론 보도 태도 문제…바레인을 잊지 말라"

한편 유 교수는 아랍 민주화 운동을 '소요사태'로 규정하거나 이집트에 반미 이슬람 국가 수립될 위험성을 과장하는 등의 언론 보도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조차 리비아 사태에 대해서는 심각한 왜곡 보도를 많이 했다"며 이는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카타르 왕정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비아 사태로 인해 바레인 등 다른 국가의 민주화 운동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유 교수는 "서구 언론은 바레인 민주화 운동을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종파 갈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을 왜곡하는 면이 있다"면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헌법 제정과 차별 철폐, 실업 해소 등 정치적인 개혁이며, 시아파 뿐 아니라 수니파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레인의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이 군대와 경찰을 보낸 것이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며, 미국의 중동 전략이 정권 교체에서 '정권 변화'로 바뀌고 있는 것은 친미정권이며 미 해군 5함대의 주둔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 바레인의 정권 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김재명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를 단지 유가 불안과 연동시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며 "1980년대 누구보다 민주화의 진통을 겪은 한국은 서구나 일본, 중국과는 이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교수는 또한 "이슬람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어렵다는 얘기는 궤변"이라며 많은 중동 전문가들은 "이슬람교는 정치발전의 장애 요소도 아니고 촉진 요소도 아닌 중립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의 시각에선 '독재냐 민주냐' 보다는 중동 석유 이권에 관련한 '친미냐 반미냐'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으며 사우디 등을 '친미독재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국가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잣대는 국내 정치제도만으로 판별할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걸핏하면 이웃 나라를 침략하는 군사 파쇼 국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