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레이건의 혹독한 유산, 진보는 왜 항상 패배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레이건의 혹독한 유산, 진보는 왜 항상 패배하나?

[해외시각] "레이건, 후대에 부담 떠넘긴 정책으로 찬사 받아"

요즘 미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레이건 추모 열기'가 초당적으로 불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레이건 전 대통령(1981~89년 재임)의 100번째 생일날 레이건이 말년을 보낸 캘리포니아에서는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레이건의 업적을 기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성명을 통해 "레이건은 국민과의 소통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굳은 신념가"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레이건이 '위대한 소통자'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후대에 엄청난 부담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당대의 경제, 외교 문제를 처리했는데도 사후에 더욱 인기가 높아져 50년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3대 대통령'으로 추앙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 지난 6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레이건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 소득불평등과 경제위기로 지친 미국인들은, 정작 그 토대를 만든 레이건을 찬양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후대에 부담 떠넘기고도 찬사받는 '위대한 소통자'

'레이건의 유산'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레이건은 1980년대초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를 감세와 규제완화를 앞세운 '레이거노믹스'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교적으로도 강경한 군비증강 정책을 앞세워 소련을 압박해 냉전 종식을 이끄는 등 '강력한 미국'을 되살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레이건의 유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박한다. 레이건이 '강력한 미국'을 되살리는 정책은, 그 대가를 후대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레이건은 1950년 이후 이어져온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복지제도를 폐기하고, 노조를 탄압한 반면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해 오늘날 미국을 세계적인 불평등 국가로 전락시켰다. 레이거노믹스라는 것은 결국 부자와 대기업에 부를 몰아주는 '부자를 위한 복지정책'이었기에 '레이건의 유산'이란 결국 극심한 불평등과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짐을 후대에 남긴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이런 비판이 옳다면, 왜 당시 진보진영은 이 정책에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했을까. 왜 지금 미국의 민주당조차 레이건을 '위대한 소통자'라고 찬양하고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정책들은 간과하는 진보주의자들"

미국 진보진영의 저명한 경제학자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소장은 7일 영국의 <가디언>에 그 해답을 제시했다. '레이거노믹스의 진짜 효과(The Real Effect of 'Reaganomics')라는 칼럼을 통해 베이커 소장은 소위 진보주의자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주의자들의 설정한 프레임 자체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가장 중요한 정책들을 제외한 주변적인 문제 비판'에 집착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우파들이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소득의 상향식 분배'을 유도하는 정말 중요한 정책들을 장악해 왔는데도, 진보주의자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베이커에 따르면, 미국의 우파는 지난 30년 동안 인플레이션 정책, 환율정책, 특허 및 저작권 정책 등 3대 경제정책 수단을 '상향식 분배'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유도했으며, 좌파는 이를 지켜만 보았다는 것이다(물론, 구체적인 정책 효과는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내용(원문보기)이다. <편집자>

우파는 시장에 맡긴다고?

로널드 레이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정작 간과되고 있다. 레이건은, 진보진영은 정부가 생산과 분배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시장에게 맡긴다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정착시켰다.

이런 프레임은 우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특히 미국 사람들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경원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우파들도 좌파 못지 않게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이 이런 프레임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어리석다.

우파는 소득을 상위권에 몰아주기 위한 규제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동원한다. 이 사실을 무시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 투쟁하는 처지가 될 뿐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좀처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임무로 삼는다는 점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중앙은행의 정책은 사실상 일반노동자들의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일반 노동자들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임금이 내려간다. 중앙은행은 원하는 한 강력하게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는 면허장을 갖고 있다.

중앙은행의 물가억제 정책은 간섭말라는 논리

진보주의자들은 중앙은행에 의한 '상향식 재분배 정책'이 비정치적인 통화정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중앙은행이 이런 정책을 쓰더라도 비판하지 말라는 것에도 동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의회가 중앙은행의 상향식 재분배 정책을 상쇄하는 '하향식 재분배' 정책으로 균형을 맞춰주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진영에 기꺼이 넘겨준 정책수단들은 이것만이 아니다. 환율정책은 국제적인 경쟁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달러가 20~30% 고평가되면 그만큼 노동자의 임금은 줄어드는 것이다.

특허와 저작권 정책도 대기업과 부자들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효과를 준다. 미국 GDP의 2%에 해당하는 3000억 달러가 매년 처방약 구입에 쓰이는데, 특허가 아니라면 10분 1도 안쓰게 될 것이다. 정부가 보장하는 특허 독점으로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돈이 연간 2700억 달러인데, 이것은 부시의 부자 감세에 걸려있는 액수의 5배에 달한다. 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특허와 저작권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자 감세에만 야단법석 떠는 진보진영

진보진영이 에너지를 쏟아붓는 전투들은 인플레이션 정책, 환율정책, 특허 및 저작권 정책과 비교할 때 영향력 면에서 사소한 축에 든다. 반면 보수진영은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들을 사실상 장악하고 진보진영에게 정치적 공방을 벌일 부스러기나 남겨주었다.

불행하게도 진보주의자들 중 이런 차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 그저 틀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중대한 영향력을 갖지 못한 정책들에 대해 야단법석을 떤다.

진보주의자들은 국가정책에서 항상 패배하는 진영이 되기로 맹세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소득의 상향식 분배를 유도한 정책들은 거의 도전받지 않은 채, 우리 진보주의자들은 레이건과 부시의 부자 감세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을 벌일 뿐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