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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라리 남한이 한반도 통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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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라리 남한이 한반도 통일했으면 좋겠다"

한미 외교관과의 솔직한 대화…"차세대 지도부 북한 신뢰 안해"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행동에 좌절해 갈수록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9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 "중국, 북한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음", "중국은 어떻게 북한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나" 등을 통해 중국의 고위 관료들은 북한을 'a spoiled child(망친 아이)'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가디언> 원문보기)

<가디언>은 특히 별도의 분석기사를 통해 최근 들어 중국 지도부의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한 듯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중국의 실용적 자세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중국은 북한정권 붕괴시 혼란을 막기 위해 유엔의 지원을 요청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의 핵물질을 안전하게 수거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고, 중국의 경제적 이해가 침해받지 않고 주한미군의 주둔 지역이 북한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시나리오에 중국과 미국 모두 동의하는 편이지만 어떻게 이를 이룰 것이냐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는 상태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베이징과 워싱턴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디언>은 연평도사태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극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의 이같은(남한 주도의 통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 공개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국내 언론의 위키리크스의 비밀전문 공개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가디언>등 관련 외국 사이트들도 전부 봉쇄했다.

▲ 김성환(오른쪽) 외교통상부장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미국 관료들에게 발언한 민감한 내용들이 담긴 미 국무부 외교전문들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중국, 북한에 대한 좌절감 높아지고 있어"

이 신문은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전술에 매우 비판적이고, 6자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좌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특히 북한이 지난해 미사일과 핵실험을 한 이후에 두드러졌고, 북한의 불안정으로 초래될 경제적 타격과 김정일 사후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가디언>이 이런 분석의 근거가 되는 것으로 소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의 내용들이다.

-남한의 외교부 차관은 중국의 고위 관료 2명으로부터 그들은 한반도가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되어야 하며, 이런 입장은 중국의 지도부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들었다.

-중국의 외교부 부부장은 미국 관료들에게, 북한은 미국의 주의를 끌려고 지난 2009년 4월 미사일 실험을 했다며 북한이 '망친 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대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전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료들은 북한에서 심각한 불안정 사태가 일어나면 30만 명의 북한 난민이 유입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며, 군대를 동원해 국경을 봉쇄해야 할지 모른다는 국제기구 대표의 경고를 진지하게 평가했다.


-올해 2월 당시 남한의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 대사에게, 중국의 차세대 지도부는 북한을 더 이상 쓸모있거나 신뢰할 만한 동맹국으로 여기지 않으며, 한반도에 또다시 무장충돌이 발발할 위험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 청와대 안보수석인 그는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붕괴된 상태이며, 김정일은 중국의 지원을 얻고 아들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확고히 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망하면 북한은 정치적으로도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우는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은 비무장지대 북쪽에 미군 주둔을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남한이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는 한 남한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되고, 남한이 미국과 '온건한 동맹(benign alliance)' 관계에 머문다면 중국도 용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교역과 노동력 수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도,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누그려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영우, 북한 붕괴시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 일축"

스티븐스 대사는 "천영우는 북한의 붕괴시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의 전략적 경제적 이해관계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축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천영우는 스티븐스 대사에게 "중국은 북한에게 자멸적인 정책을 바꾸라고 설득할 능력이 없다. 중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적으며, 자신의 견해를 강요할 의지도 결여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고위관료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종종 과장되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여론도 점점 북한의 행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뀌어 중국 정부의 변화된 생각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문제는 이번 외교전문들은 한반도 통일 문제를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미루면서 아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전했다.(<가디언>원문보기)

중국이 북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를 꺼리는 태도는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은 곧바로 북한의 행동을 맹비난하면서 남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확인하고 나선 반면,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기를 거부하고 그 대신 냉정을 찾고 북핵 프로그램을 위한 회담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일본, 한국은 오는12월 6일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기로 최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궁지에 몰아가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어떠한 조치도 꺼리고 있다.

하지만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민간에서는 이번 연평도사태에 대해 노골적 비판을 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표적 경제잡지인 <카이신>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중국 납세자의 돈을 대북 지원에 퍼부어야 하는가 라는 커다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중국은 북한을 지원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정확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한은 중국 대외원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월 중국으로부터 5만톤의 석유를 지원받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은 "북한은 내부 사정과 국제적인 여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자루이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 되지 못하며 이 문제는 북한이 행동을 바꾸고, 핵무기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약속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입장에 대해 대북 교섭에 관계하고 있는 남한의 한 관료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통해 주권과 영토를 보장해주길 원하고 있다면서, 미국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빅딜'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대화의 필요성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긴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환, '최근 해외 주재 고위급 북한 관료들 망명했다' 귀띔"

2009년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 중국 관료들과의 회담에서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북한에게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관료들은 우선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이 앞장 서기를 고집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북한의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와 당시 청와대 안보수석 김성환(현 외교통상부 장관)이 회동한 자리에서 김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화폐 개혁이 북한 사회에 전역에 강한 분노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북쪽 지역에 소요사태가 있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며,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여객 열차에 폭탄이 있는 것을 북한 경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당시 남한의 외교부 장관 유명환과 미국 고위관료들과의 대담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나왔다. 유명환은 "김정일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북한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지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실패한 화폐개혁은 정권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으며,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유명환은 해외 주재 고위급 북한 관료 여러 명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이 사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북한을 다루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명확히 합의된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문제는 6자 회담 당사국에 속하는 다른 나라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으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외교전문에는 남한의 장관이 6자 회담 중국 대표인 우다웨이를 신랄하게 비난한 발언도 실렸다"고 전했다. 전문에 따르면, 그는 우다웨이를 이런 업무를 맡기에는 부적합한 구닥다리 공산주의자로 평가했다.

6자 회담과 관계된 러시아 대사가 모스크바에서 미국 외교관들에게 탄식조로 했다는 발언도 국제사회의 비관적 시각을 엿보게 해준다. 그는 "누구에게도 북한을 벼랑끝 전술에서 끌어낼 좋은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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