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은 "외교전문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가족에 관한 것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며 현재 69세인 김 위원장의 나이와 후계자로의 권력 승계가 북한과 세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 신문은 "미국은 북한에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정보의 작은 단편이라도 모으려 하고 있다"며 외교 전문에서 김 위원장은 "친애하는 지도자", "축 늘어진 힘없는 늙은이"(flabby old chap), "상당한 대주가(大酒家)", "건강이 나빠짐에 따라 점점 우유부단해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 기록에 언급된 사람 중 가장 최근에 김 위원장과 직접 대면한 사람은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을 만난 한 중국 고위관리(leading Chinese official)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관리는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이전 정책들을 뒤집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북한 관리들은 각자 다른 요소를 들어 김 위원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확고하고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통치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예로 이 관리는 그가 중국에 체재 중인 북한 유학생·학자·과학자 모두를 북한으로 소환하려는 결정을 번복한 것을 들었다. 이 결정은 베이징에 유학 중인 한 북한 유학생이 망명했다는 이유로 내려졌지만 중국 동북지방에 이권을 가진 기업체와 무역회사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고 이 관리는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다. 외교 전문은 "김 위원장은 다이 국무위원에게 '중국측 관계자들을 초청해 술이나 와인을 함께하고 싶지만 일정 문제로 다음 방북 때까지 미뤄야겠다'고 말했으며 김 위원장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대주가'로 이름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다이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여전히 술을 마시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북한 국민들은 '정신병적인 타입'이며, 북한의 지도자는 박수갈채를 찾아 경기장을 뛰어다니는 '축 늘어진 힘없는 늙은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외교 전문은 기록하고 있다. 리 전 총리는 김 위원장의 뇌졸중 병력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두 번째 뇌졸중을 맞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북한의 다음 지도자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같은 '적극성이나 짜증'이 없을 것이고 사람이 파리 목숨처럼 죽는 것을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2월 방한했을 때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자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일치된 분석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며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전 20년간 북한 조선노동당 당국자로 일한 경험이 있고 1980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서 권력이 승계됐다는 이점도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김정은은 거의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 지난해 8월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촬영 사진 ⓒ뉴시스 |
또 이 신문은 "서방 국가의 인사들 중 김 위원장과 잘 통할 수 있는 (can connect with) 사람이 있다면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일 것"이라며 2009년 8월 주 몽골 미국 대사가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소개했다.
김영일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현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장)은 주 몽골 미국 대사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에 대해 '인간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해 지난해 8월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김영일 전 부상은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멈췄지만 이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관여하기도 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출신이며, 전 영부인인 힐러리 클린턴도 국무장관직에 있으니 (북미관계가)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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