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밤 방송된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 편에 따르면, 합조단의 한 관계자는 "(흡착물질이 국방부가 주장하는 알루미늄 산화물과는) 다른 물질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익명의 관계자는 "합조단 내부에서도 세미나까지 개최하며 고민했지만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흡착물질의 성분은) 황산염이라 말했다가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흡착물질은) 황산염이 확실한데 그 명칭이 문제가 아니라 폭발재로서 얘기를 한 것"이라며 "결론이 그렇게밖에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합조단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는 국방부와 합조단이 '흡착물질은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 놓고 조사 결과를 이에 짜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는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합조단 결론의 핵심적인 근거 중 하나다.
"수산화물을 산화물로 통칭"…"수화물 절대 아냐" 오락가락
그러나 <추적60분> 제작진이 흡착물질 분석을 의뢰한 정기영 안동대 교수는 이 물질을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산화 수화물'이라고 분석했다. 이 물질은 100°C 이하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폭발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정 교수의 분석은 지난 15일자 <한겨레21>에도 실린 바 있다. 이같은 결론은 흡착물을 바스알루미나이트라고 규정한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의 분석과 사실상 같은 것이다. (☞ 관련 기사 : "천안함 흡착물질은 폭발재가 아니다")
정 교수는 또 흡착물질의 성분뿐 아니라 그 조직 형태도 어뢰폭발설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 과정이 생기면 알루미늄은 입자 상태가 된다"며 "(어뢰 폭발이 있었다면 알루미늄이) 입자 상태로 이동해서 (천안함에) 들러붙어야 하는데 지금 이것은 용액 상태에서 침전·성장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어뢰추진체의 흰색 물질은 흡착물이 아니라 침전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KBS 사진 캡쳐 |
이에 대한 국방부의 대응은 눈길을 끌었다. <추적60분> 제작진은 "국방부가 (정 교수의)이런 조사에 대해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며 "합조단도 분석 당시 그 가능성을 검토했었고 비결정질 알루미늄 황산염 수화물이라는 것은 저희가 예측한 것 중 하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 이근득 박사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 박사는 5월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합조단 폭발유형분과의 일원으로 흡착물질 부분을 설명한 인물이다.
이 박사는 합조단이 흡착물질을 알루미늄 산화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결정질 상태가 아니라서 물질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산화물로 통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산화물은 수산화물을 아우르는 개념인가?'라고 묻자 이 교수는 "저희는 그렇게 통칭했다"고 답했다. 흡착물이 황산염 수산화물일 수도 있지만 산화물로 '통칭'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말처럼 '폭발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산화물이기 때문'이지 않은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이어 이 박사에게 "흡착물질이 수화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며 재차 물었다. 그러자 합조단 민간측 당장이었던 윤덕용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끼어들며 "수화물은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합조단에 대해 안동대 정기영 교수는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상당히 내용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확정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정 교수는 합조단이 섣부른 결론에 도달한 것에 대해 "알루미늄 산화물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원인을 추측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분석 결과만으로는 폭발 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이 물질이 부식·퇴적으로 생겼을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 만큼 섣부른 결론을 경계했다. 제작진은 "폭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실험과 분석이 팔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의 진짜 '그라운드 제로'는 어디?
천안함 침몰 지점 문제도 이날 방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논란을 예고했다. 특히 백령도에서 사고 지점이 잘 보이는 또 하나의 초소가 있었다는 사실은 '백색 섬광을 보았다'고 진술한 백령도 초병이 천안함 침몰의 유일한 관측자라는 지배적 인식을 뒤집는 것이라는 면에서 방송 전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그 존재가 알려진 초소에서는 아무 것도 관측되지 않았다.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밝힌 침몰 지점은 기존의 초병이 근무하던 초소보다 '새 초소'에서 더 잘 보이는데도, 사건 관계자는 "(이 초소에서는) 어떠한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의 초소에서는 백색 섬광을 본 초병 2명 외에도 상당수의 병사들이 '쿵'하는 소리를 듣거나 진동을 느낀 반면, 이 초소에서는 아무도 이상한 것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천안함 인양 작업이 시작될 때에서야 이 초소에서 "미친 듯이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조단도 '잘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합조단 조영두 중령은 침몰 지점이 더 잘 보이는 이 초소에서는 왜 목격자가 없는지를 제작진이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의문입니다"라고 답했다.
ⓒKBS 사진 캡쳐 |
이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와 TOD(열상감지장비) 동영상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와 함께 천안함 침몰 지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제작진은 "폭발로 멈춘 천안함은 조류에 따라 남동쪽으로 떠내려갔어야 하지만 (항적과 TOD 영상의 방위각을 토대로 한) 계산대로라면 피격 후 30초 시점에서 조류를 거슬러 오히려 90m 가량 북서진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계산은 KNTDS 항적과 TOD 방위각에 TOD 방위각의 편차를 이용한 것이다.
반면 국방부는 KNTDS 편차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피격 30초 후 천안함의 위치는 폭발원점과 같은 지점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서강흠 대령은 이에 대해 "해도(海圖)방위와 육도(陸圖)방위는 기준이 다르다"며 "편차 8.3도를 고려해야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 대령은 "폭발원점에서 함미가 침몰한 위치까지의 사이각이 (오차) 2.9도 안에 포함돼 있다"며 "폭발 원점은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국방부의 말이 맞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며 "(합조단의 설명은) 어뢰 피격 후 기동력을 잃은 천안함이 (조류를 거슬러) 30여 초 동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뜻"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백령도 초병이 섬광을 보았을 때 '두무진 돌출부에 가렸다'고 진술한 것도 침몰 지점 의혹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이다. 만약 초병이 본 백색 섬광과 천안함 침몰이 어떤 식으로라도 연관돼 있다면 초병 위치에서 북서쪽에 있는 두무진 돌출부가 남서쪽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태 관련 섬광을 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3의 초소, TOD방위각, 초병 진술 등을 종합하면 실제 침몰 지점은 합조단이 발표한 지점보다 훨씬 북서쪽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폭발원점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응? 벌써 했다고?"…공개하기로 한 무기 폭파시킨 황당한 국방부
방송은 몇몇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비췄다. 먼저 제작진은 천안함에 탑재했던 무기를 모두 회수했다는 사실과 이를 전부 공개하겠다고 한 약속을 합조단에 확인했다. 흡착물질에서 검출된 알루미늄 성분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기 공개는 매우 중요한 증거라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 ⓒKBS 사진 캡쳐 |
ⓒKBS 사진 캡쳐 |
그런데 제작진이 무기에 접근을 요청했을 때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윤종성 국방부 조사본부장(전 합조단장)이 "무기는 공개하겠지만 언론에 보도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겠다"고 제작진에게 말하는 순간 한 관계자가 일어나 "수중에 잠겨 있던 무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해군에서 피폭 처리했다(폭파시켜 없애 버렸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자 윤 본부장도 당황한 듯 "(벌써) 했대?"라고 물어 보았다. 이어 제작진이 '본부장도 피폭처리 사실을 지금 알게 된 것이냐'고 묻자 윤 본부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른바 '어뢰 조개'로 알려진 어뢰추진체 속 조개를 훼손한 사례나, 공개하기로 한 무기를 일방적으로 없애 버린 것은 국방부가 진실찾기를 막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 합조단장인 윤덕용 교수가 "의혹 제기가 지속되는 이유가 뭐냐고 보나"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정치적·이념적 입장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교수는 포항공대 강연회에서 참석자가 강연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전형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의 자세"라며 "천안 전쟁기념관 가 봤나, 가서 보고 연구하고 나서 말하라, 함부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훈계조로 말하기도 했다.
<추적60분>은 "사건의 핵심 정보나 증거를 독점하는 군 당국의 태도가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으며 사건 발생 후 최종 보고서가 겨우 3개월 만에 나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 '열린 자세'를 주문하며 합리적인 상호 검증의 장,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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